구글, 동영상 UCC 시장마저 천하통일 노리나?

인터넷 검색과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글이 이제 동영상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마저 천하통일을 하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현지시각), 버라이어티, 월스트리트저널, 더버지 등 외신들이 일제히 유튜브(구글)가 트위치TV를 10억 달러(약 1조 200억 원)에 인수하려고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처음엔 단순 인수소식만 흘러나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들려왔다. 트위치TV가 자사를 인수해줄 회사를 찾기 시작했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관심을 보냈지만 결국 최종협상자로 구글을 선택했다는 소식이다. 트위치TV가 대체 뭐하는 회사이기에 쟁쟁한 IT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걸까.youtube-twitch 

트위치TV는 어떤 회사인가요?

트위치TV는 지난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개인방송국이다. 한달 평균 방문자수(UV)는 약 4,500만 명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개인방송국이다. 인터넷 개인방송국이란 개인이 캠 카메라, 캡처보드 등 각종 영상 장비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나 일상 생활의 소소한 장면 등을 타인에게 ‘실시간으로 방송하는(생방송)’ 플랫폼을 말한다. 이 점에서 미리 촬영해놓은 동영상을 ‘다시 틀어주는(재방송)’ 유튜브와 구별된다. 인터넷 방송국은 세계적으론 트위치TV와 유스트림이, 국내에선 아프리카TV(Afreeca TV)가 가장 유명하다.

twitch tv

트위치TV는 다른 인터넷 개인방송국과 다른 점이 세 가지 존재한다. 첫째는 ‘게임 전용’ 방송국이란 점이다. 트위치TV는 오직 게임 관련 콘텐츠만 방송할 수 있다. 게임 화면이어도 좋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어도 된다. E스포츠 경기 장면과 선수 인터뷰도 가능하다. 모두 게임 관련 콘텐츠이기 때문. 하지만 개인의 일상을 방송하거나,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와 잡담을 나누는 이른바 ‘먹방’은 할 수 없다. 게임 이외에 다른 동영상 콘텐츠를 틀어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립 당시부터 오직 게임만을 다루기로 결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위치TV는 지난 2011년 인터넷 개인방송국 저스틴TV의 설립자 저스틴 칸과 그의 예일대학교 동창 에밋 시어가 설립한 조인트 벤처(합자회사)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저스틴TV와 달리 트위치TV는 오직 게임 분야만 다루기로 결정하고 시작했다. 저스틴 칸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에밋 시어가 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지금도 이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뭘까. 우리나라 게이머에게도 친숙한 리그오브레전드(LOL),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마인크래프트 등이다. 스트리트파이터4, 콜오브듀티, 마리오카트 등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겨뤄 스포츠 경지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마인크래프트 제외). 다시 말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기 좋은 게임을 선호한단 얘기다. 초창기에는 방송이 상대적으로 쉬운 PC 게임이 선호받았지만,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에 ‘트위치TV로 방송하기’ 기능이 추가되면서 비디오 게임에 대한 흥미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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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터넷 개인방송국과 차별점, 둘째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이다. 다른 인터넷 개인방송국도 관객들이 방송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기능 정도는 지원한다. 트위치TV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들이 채팅을 통해 실시간 방송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시작은 ‘트위치TV 플레이 포켓몬’이다. 트위치TV 플레이 포켓몬은 사용자가 채팅으로 ‘어디로 움직여서 어떻게 행동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게임 내 캐릭터가 사용자의 명령에 맞춰 움직이는 프로젝트다. 대상으로 선정된 게임은 북미에서 유명한 포켓몬이다. 수백~수천 명이 명령을 내리고, 이에 개임 내 캐릭터가 반응하는 것을 감상하면서 사용자는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시즌6이 진행 중이다. 또한 포켓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게임을 같은 형태로 방송하고 있고, 이것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트위치TV 플레이 포켓몬은 트위치TV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사용자가 트위치TV의 플랫폼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추후 후원을 하면서 트위치TV가 직접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변하긴 했다). 트위치TV는 이같은 사용자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소니와 협력해 ‘사용자 참여형 방송’을 정식 개시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에는 트위치TV 방송 기능뿐만 아니라 ‘방송 중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위기에 처한 캐릭터를 도와주거나, 새로운 위기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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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손쉬운 방송’이다. 사실 개인방송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을 틀어주는 것이야 웹캠과 마이크만 있으면 되지만, 게임 방송을 하려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영상 캡처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만 있다고 끝이 아니다. 최적의 방송 셋팅을 위한 준비와 연습도 상당히 필요하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한 번 방송해 볼까’라고 생각하며 방송을 준비한 게이머도 이러한 벽에 가로막혀 포기하기 일쑤다. 사실 트위치TV도 이러한 벽이 크게 존재했다. 아프리카TV나 다음팟TV처럼 방송을 위한 전용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트위치TV로 영상 송출을 지원하는 동영상 플레이어를 찾아야만 했다. 동영상 플레이어마다 설정값이 달라 사용자들을 좌절시켰다.

하지만 소니, MS 등 게임 업계의 거물들과 손잡음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MS 엑스박스 원 등 최신 비디오 게임기에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트위치TV로 방송하는 기능이 기본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고가의 영상 캡처 장비, 번거로운 설정 등을 준비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방송할 수 있다. 접근을 편하게 한다는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1개월 만에 트위치TV 개인방송자는 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얼마전 엑스박스 원에 방송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상승 곡선은 더욱 가파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위치TV는 이같은 차별점을 바탕으로 미국의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퀼트(Qwilt)가 지난 4월 미국의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을 분석해본 결과, 트위치TV는 43.6%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WWE.COM(17.7%), 3위 유스트림(10.9%), 4위 MLB.COM(7.2%) 등을 합쳐도 트위치TV 하나만 못하다. 심지어 한때 본체이기도 했던 저스틴TV(1.2%)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twitch 시장 점유율(스트리밍)

 

사용자들은 왜 개인방송에 나서나?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사용자들은 트위치TV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방송에 나서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다. 자신의 게임 실력을 과시해 자기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단순히 시청자들과 소통하는게 즐거워 방송에 나선 사용자도 많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돈’이다. 개인방송을 하면 그 대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트위치TV로 개인방송을 감상하려면 중간에 광고를 봐야 한다. 이 광고 수익은 트위치TV와 개인방송자가 나눠갖는다. 시청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수익은 더 늘어난다. 광고 외에 시청자가 개인방송자를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 4.99달러를 내고 구독하기 메뉴를 선택하면 이 돈이 개인방송자에게 전달된다.

 

트위치TV, 더 큰 성장을 위해 인수자 찾아

이처럼 잘가나는 트위치TV가 왜 자신을 인수해줄 기업을 찾아 나선 걸까.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IP(지적재산) 보유자와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둘째,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셋째,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사실 게임 방송은 방송자 개인이나 인터넷 방송국 모두에게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게임 개발사라는 원저작권자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 게임 개발사가 “왜 동의 없이 우리의 지적 재산권인 게임을 활용해 돈을 버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면 방송자와 인터넷 방송국은 할 말이 없다. 방송을 중단하는 수밖에.

예전에는 게임 판매량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별 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가 유출되고, 방송자와 방송국이 게임방송 덕분에 수익을 거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게임 스토리 유출은 게임 판매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였고(영화 스토리가 고스란히 공개됐다고 생각해보라), 원저작권자를 배제한 채 수익을 나눠갖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다.

때문에 게임 개발사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특정 게임을 방송하거나 관련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자사의 허락없이 게임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막았다.

게임 방송국을 표방하는 트위치TV의 입장에선 자칫 밥줄이 끊길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여러 게임 개발사와 협상을 시도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스트리트파이터4를 서비스하는 캡콤 등과 접촉해 게임 방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각종 대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임 개발사와 직접 협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게임 플랫폼 사업자(소니, MS, 닌텐도)와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 등 최신 비디오 게임기에 트위치TV 방송하기 기능이 추가된 이유 중 하나다.

여전히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트위치TV 입장에선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우산이 필요했다. 게임 개발사에 직접 영향력을 회두를 수 있는 강력한 우산이.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 게임 플랫폼 사업자다. 소니, 닌텐도는 타사를 인수할만 한 여력이 없다. 남은 곳은 MS다. 트위치TV가 먼저 MS의 문을 똑똑 두드린 이유다. 더버지의 기사도 그렇고, 전후사정도 그렇고 트위치TV와 MS는 제법 긍정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추측된다. 플레이스테이션4를 시장에서 밀어내고 엑스박스 원의 입지를 다지길 원하는 MS의 입장에서도 트위치TV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서비스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입장 차이가 둘을 갈라서게 했다. MS는 트위치TV가 MS 플랫폼(PC, 엑스박스 원)만을 위한 서비스가 되길 원했다. 반면 트위치TV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든 플랫폼과 트위치TV 서비스가 연결되길 바랬다. 이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협상은 없던 일이 됐다.

남은 곳은 이제 같은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뿐이다. 업계 선배로서 다양한 저작권 분쟁을 극복해온 경험이 있고,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도 풍부한 곳. 그러면서도 게임 업계와 제법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회사. 바로 유튜브다. 트위치TV가 유튜브에 인수되면 두 번째 문제와 세 번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전망이다. 유튜브의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하는 구글 IDC에 입주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유튜브, 라이브 서비스 실패 딛고 동영상 UCC 시장에 우뚝

유튜브 입장에서도 트위치TV는 놓쳐선 안될 거물이다. 월방문자 10억 명이 넘어가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이지만, 어디까지나 재방송에 한정된 얘기다. 생방송을 다루는 트위치TV와 분야가 전혀 다르다.

한때 유튜브도 생방송 플랫폼을 제공하려 했다. 유튜브 라이브라고 이름 붙인 이 서비스로, 트위치TV나 유스트림과 겨루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처음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추후 개인에게도 공개했다. 결과는? 유튜브 라이브란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용자조차 드문게 현실이다. 사용자에게 유튜브는 재방송을 보는 곳이지 생방송을 보는 곳이 아니었단 얘기다. 실제로 방송자들은 트위치TV, 유스트림, 아프리카TV 등에서 진행한 생방송을 녹화한 후, 이를 유튜브에 올리는 형태로 자신의 방송을 알리고 있다. 신규 서비스가 실패했다면 기업에게 남은 것은 인수/합병뿐이다. 유튜브가 트위치TV에 관심을 보내는 이유다.

유튜브의 트위치TV 인수가 성사된다면 생방송과 재방송을 모두 아우르는 동영상 UCC 업계의 절대강자가 등장하게 된다. 트위치TV는 아직 로컬 사업자에 머물고 있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권 시청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할 것은 유튜브가 트위치TV를 인수하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란 점이다. 어디까지나 ‘카더라’에 지나지 않다. 두 회사가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확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도약을 위해 인수자를 찾는 트위치TV, 재방송뿐만 아니라 생방송 시장도 원하는 유튜브. 두 회사의 입장이 일치하니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위치TV는 현재 국내 진출을 위해 업계 관계자와 물밑접촉을 진행 중이다(인수설이 나오기 전부터 진행된 부분이다).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유튜브가 트위치TV라는 날개까지 달면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유튜브의 트위치TV 인수를 국내 사용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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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일용 기자(IT동아)
원문 : http://it.donga.com/1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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