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설이 <매일경제>에 최초로 보도된 5월24일 오전, 네이버의 한 임원과 함께 있었다. 그는 라인 메신저를 통해 회사에서 받은 메시지를 보더니 “이 합병설은 진짜인 것 같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5월26일 다음과 카카오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사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한국 1위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와 한국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 기업 가치 4조원에 가까운 거대 인터넷 기업 ‘다음카카오’가 탄생한다는 소식이었다.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으며, 오는 8월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올해 안에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은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 가치가 훨씬 큰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음이 주식 4300만 주를 새로 발행해 카카오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카카오 주식 1주에 다음 주식 1.556주로 산정됐다. 합병 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다음카카오’ 지분 39.8%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된다. 현재 다음의 최대 주주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4대 주주(지분율 3.4%)가 된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일본에서도 빅뉴스였다. 일본 도쿄 라인 본사에서 만나는 일본인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라며 의견을 물어왔다. 모바일 메신저 전쟁이 글로벌하게 벌어지는 지금, 이번 합병은 전 세계 IT 업계에도 큰 화제가 된 듯했다.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회원 수만 1억4000만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1위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에 놀라워한 이들이 있을 정도다.
카카오톡은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다음의 마이피플, SK플래닛으로 인수된 매드스마트의 틱톡, 네이버의 라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2012년께 한국 시장을 ‘천하통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을 접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다.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면서 가입자 성장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다음카카오, 알고 보면 정략결혼?
하지만 카카오가 한국 시장에만 몰두하는 사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일본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네이버의 라인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해 나갔다. 라인은 일본, 타이완, 타이에서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르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시장은 (카카오의 투자자이기도 한) 텐센트의 위챗이 장악했다. 위챗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라인과 격전 중이기도 하다. 이 밖에 세계 대부분의 지역은 올해 초 19조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와츠앱이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는 한국 시장에서 승리를 거둔 후 숨을 돌리며 해외 시장을 돌아보다 충격을 받았다. 이미 다른 업체가 전 세계 곳곳에 깃발을 꽂아놓은 것이다. 카카오는 2012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전환 수요가 많아 남아 있어서 성장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만났던 한 업계 CEO는 “요즘 카카오의 임원들은 다 인도네시아에 가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라인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본 인터넷 업계의 최강자 야후재팬과 카카오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2012년 야후재팬이 카카오톡재팬에 자본 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제휴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야후재팬을 등에 업고 일본에서 카카오톡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철옹성 같은 라인의 아성을 꺾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의 한계는 명확했다. 게임 비즈니스로 2013년에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성장한 카카오지만, 매년 몇천억원을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붓는 텐센트, 네이버 같은 ‘공룡’들과 맞붙어 경쟁할 만한 여력은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카카오의 고민은 인력이었다. 지난 5월6일 <뉴스1>은 ‘카카오, 매주 채용… “연내 1000명 뽑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600여 명이 근무하는 카카오가 근무 인원의 2배에 가까운 인원을 연내에 뽑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모바일 상품권 등 다양한 신규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카카오에 엄청난 수의 추가 인력이 필요해졌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카카오 내부에는 “네이버 라인 쪽과의 경쟁 때문에 좋은 엔지니어 확보가 어렵다”라며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까지 모바일 엔지니어 확보에 나서면서 인재 확보 전쟁이 격해진 것이다. 다음은 좋은 엔지니어 인력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 쪽의 인력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매출(약 5300억원, 2013년 기준)이나 인력(약 2600명) 등 외형상으로는 카카오보다 휠씬 크지만 기업 가치 면에서는 카카오의 절반 이하(약 1조원)에 불과했던 다음의 고민은 카카오보다 훨씬 깊었다.
업계가 모바일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다음은 무엇 하나 잘되는 것이 없었다. 한메일, 미디어다음, 카페서비스, 검색서비스 등 기존 데스크톱 인터넷 영역에서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사용자와 트래픽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가 빠르게 모바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다음이 큰 기대를 걸었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도 카카오톡에게 밀려 시장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었다.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2011년 PC 기반 골프 온라인게임으로 유명한 온네트를 인수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2013년 버즈피아를 인수해 확보한 인기 안드로이드 런처앱 ‘버즈런처’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빈손’
한때는 겨뤄볼 만한 경쟁 상대로 여겼던 네이버와의 격차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 지금의 네이버는 다음에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 다음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270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이다. 네이버의 같은 기간 실적은 매출 6380억원, 영업이익 1898억원이다. 시가총액에서도 라인의 성공에 힘입어 기업 가치가 약 25조원으로 뛰어오른 네이버와 1조원 가치의 다음은 약 25배 차이가 난다.
이번 합병으로 양사는 국내 시장에서만은 확실히 시너지를 올릴 수 있으리라 보인다. 국내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톡에 다음의 뉴스·웹툰 같은 콘텐츠를 잘 접목하면 파괴력 있는 신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 활용 면에서도 양사가 조직 운영의 묘를 잘 살린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통합 후 39% 지분으로 강력한 1대 주주가 되는 김범수 의장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창업자 중심의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기대할 수도 있다. 원래 내년 5월 IPO(기업공개)를 예정했던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으로 우회 상장을 하게 된 만큼 한눈팔지 않고 성장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앞날에 아직도 큰 물음표로 남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글로벌 시장’이다. 양사의 통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이석우 대표와 다음 최세훈 대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글로벌 IT 모바일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상은 내수 중심의 기업 두 곳의 합병에 불과할 뿐,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역량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도 라인을 성공시키기 전 10여 년간 일본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잭팟’이 터지지 않는다면 다음카카오의 한계는 명확하다. 한국의 스마트폰 내수 시장이 이미 포화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다음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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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최근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글 : 에스티마
원문 : http://estima.wordpress.com/2014/06/15/dau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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