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만화’라면 종이 책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PC와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기존 종이책을 모니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웹 브라우저에서 보기 적합한, ‘세로 읽기’ 형태의 웹툰이 만화시장의 주류가 됐다. 웹툰은 기존의 종이책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다양한 멀티미디어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포 만화에 움직이는 그림을 넣는다거나 특정 장면에서 비명소리가 나도록 만든다. 만화책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경향이 텍스트 중심인 소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웹 소설이다. 장르 소설을 웹툰처럼 가볍게 볼 수 있으며, 단순한 텍스트 뿐만 아니라 삽화나 음악을 통해 글의 느낌을 더 살려준다. 특히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력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웹 소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웹 소설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종이책이나 전자책과는 어떻게 다를까? 이에 OZ(연애의 은밀한 법칙), Mink(사랑은 없다), 기신(천룡회) 등 인기 작가를 다수 보유한 북팔(http://novel.bookpal.co.kr/best) 김형석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가 생각하는 웹 소설의 정체성과 방향은 무엇인지, 북팔은 무엇을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웹 소설 시장 규모는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A. 웹 소설 시장은 해마다 2~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구체적인 조사자료는 없지만, 현재 북팔의 매출 성장 속도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4개월 만에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단순 사용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 결제자가 늘어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는 매니아 시장을 벗어나 대중화되는 추세입니다. TV드라마처럼 남녀노소가 모두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지요. 모바일 게임을 예로 들면 하드코어 게임보다는 미드코어 게임이나 캐주얼한 게임이 많습니다. 웹 소설 역시 이런 과정에 있고요.
Q. 웹툰과 웹 소설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웹툰의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누적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웹툰, PPL, 유료 결제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잘 정착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웹툰은 앞서가는 중이고, 웹 소설은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웹툰이 처음 등장해서 현재 수준까지 오는 데 10여 년이 걸렸는데, 이 와중에 편견도 생겼습니다. 초기 웹툰 작가는 아마추어 라서 정통 만화가들 과의 인식 차이가 생겼던 것이죠. 이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 셈입니다.
웹 소설은 이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웹툰이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모바일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기 때문입니다. PC를 통해서 봤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웹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방식의 변화도 한 몫 하리라 봅니다. 텍스트만 있는 기존 소설과는 달리 삽화나 배경음악 등을 넣는, 진보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웹 소설과 웹툰의 경계도 모호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웹 소설 분야에서 후발주자가 아닌가? 경쟁사와는 어떤 차별점을 두는지 알고 싶다.
A. 경쟁사는 2011년부터 웹 소설이라는 콘텐츠를 도입했는데, 아직까지는 이를 크게 활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이 이 분야를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내실을 다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쟁사와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한 걸음이라도 먼저 나가서 자리를 잡을 계획입니다.
과거에는 북팔 소속 작가를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서 경쟁사의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경쟁사의 웹 소설 공모전에 우리 작가의 글을 출품했죠. 이게 의외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나중에는 경쟁사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북팔로 유입되기도 했습니다.
Q.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A. 우리는 이 사업은 출판사업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출판 시장이라기보다는 ‘스토리 콘텐츠’ 중심의 사업이죠. 이전까지 작가들의 꿈은 종이책 출판이었고, 인터넷 소설을 오래 다뤄온 출판사도 결국엔 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즉 웹 페이지를 통한 연재는 책을 내기 위한 중간과정에 불과했죠.
하지만 우리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팔은 아마추어 작가도 실력만 있으면 오직 웹 연재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을 들었습니다. 반드시 출판이 아니더라도 모바일 콘텐츠 제작 및 연재만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긴 셈이죠.
작가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전송권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보통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면 작품의 전송권이 몇 년간 출판사에게 넘어가는데, 이 경우 해당 기간에 다른 곳에 연재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북팔에 연재하는 동안에만 전송권을 갖습니다. 연재가 끝나면 작가가 해당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든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품을 출판하거나 드라마 대본 등 2차 저작물로 만드는 것을 원한다면 이를 적극 지원해주고, 이에 관한 수수료도 받지 않습니다. 개인의 작품 소유권 및 저작권을 철저히 지켜주죠.
이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작가는 다른 걱정 없이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는 7월 이후에는 작가들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관한 지원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작가들의 수익이 많아지면서 신고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죠.
Q. 유료 결제 모델을 도입할 때 사용자 감소 등의 어려움은 없었는가?
A. “과연 저걸 누가 돈 내고 볼까?” 한국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료 결제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결제 편의성 및 보안성, 콘텐츠 만족성만 제공하면 사용자는 충분히 돈을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팔은 이전까지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이었지만, 유료 결제를 도입한 작년 하반기부터 유료 결제가 수익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올해까지는 웹 소설이라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로 보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 콘텐츠를 중화권 및 동남아로 전파할 계획입니다. 드라마, K-POP등의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선전하는 것은 ‘한국형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에게 북팔 콘텐츠 번역 작업을 맡겼는데, 이런 방식의 스토리 전개는 자국에서 본 적이 없어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외국 진출을 위한 발판도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앱 장터죠.
콘텐츠 고급화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작가와 함께 콘텐츠를 기획 하면서 오직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콘텐츠 생산자를 우리 ‘패밀리’로 만들 것입니다.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작가 매니지먼트 회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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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우 기자(IT동아)
출처 : http://goo.gl/hfZ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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