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스마트 커피 로스터 업체 ‘스트롱홀드 테크놀러지’에 투자를 마무리 하였는데.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반응이 대략 아래와 같았다. (아래 등장하시는 분들께는 양해의 말씀 구합니다. 민감한 내용은 없는 것 같아서 허락없이 개제합니다…^^;;)
‘제조쪽도 투자하세요?’ 부터 ‘일단 맛좀보게 한잔 배달’ 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단 이회사는 다방이 아니므로 배달은 조금 어렵고 대신 뭐하는 물건인지, 왜 투자를 했는지 등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을 정리해본다.
어떤 물건인가?
스트롱홀드의 S-Trinita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안드로이드 기반 전자동 커피 로스팅 머신’ 이다. 커피 로스팅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해주며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이기때문에 네트워킹을 통해 재고 수량 관리, 커피 프로파일 쉐어링 등이 가능하다. 아래 동영상을 참조하시면 단숨에 제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http://youtu.be/jLS4pjCZHEw
어떤 부분이 혁신적인가?
커피 로스팅은 온도, 열원, 시간, 주위 환경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변하며커피는 레서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로스터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없다. 이로 인해, 커피 로스팅은 최소 3년 이상의 숙련 과정이 필요하며 아주 제한된 전문가만이 제대로 된 커피 로스팅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자동 로스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문제는 자동 로스터들이 (1) 전기 이용으로 인한 열량 부족 (2) 제어 소프트웨어 고도화 실패 등의 이슈로 인해 전문 로스터 수준의 맛을 전혀 제현해 낼 수 없었다. 특히 (1) 번은 심각한 이슈인데 가스를 이용하여 불로 직접 가열하는 수동 로스터에 비해 전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자동 로스터는 열량 부족으로 인해 다양하고 민감한 맛을 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스트롱홀드는 이러한 문제를 커피 로스터 구조 개선, 열원의 개선, 제어 소프트웨어 고도화 등을 통해 해결하였으며 로스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Pre-load 된 로스팅 프로파일에 의해 장인의 손맛을 그대로 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로스팅 머신 시장에 기회가 있는가?
사람들은 점점 더 맛있는 커피를 찾고 있다. 2010~2012년 까지 국내 시장의 원두 수입량은 정체이지만 톤당 단가는 2배 증가하였다. 우리는 점점 더 비싼 고급 생두, 비싼 원두를 수입하여 먹고 있다. 새로운 맛과 마케팅적인 차별화를 위해 커피 매장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생두의 고급화와 고도화된 로스팅 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진행 된 시장은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인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스페셜티 커피’ 라고 불리우는 로스팅 커피가 전체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0%에 육박하고 있으며 Blue Bottle 등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하우스들이 성황리에 영업중이다.
여기에 또 하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은 바로 중국 시장이다. 한동안 고전하던 스타벅스 등 커피 거인들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스타벅스에는 외국인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아메리카노’ 라는 쓰기만한 검은 액체를 마시게 된 것이 불과 6~7년 전이다. 지금은 모두가 마시고 매장의 맛을 논하지 않는가? 중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리해보면 (1)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를 찾으며 (2) 맛있는 커피를 만들이 위해서는 좋은 로스팅이 필수이나 (3) 아주 제한적인 인원만이 고도의 로스팅이 가능하다 인데 스트롱홀드는 (3)을 해결해준다. 카페 뿐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호텔에서도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최고 수준의 로스팅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굳이 이런것까지 사서 해야하나?
매장 점주 입장에서 맛도 좋을 뿐 아니라 훨씬 싼 원가로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된다. 우리가 보는 원두는 생두를 볶은 것인데 생두 가격은 원두 가격의 1/3~1/5 이기 때문에 생두를 구매하여 직접 로스팅을 하면 상당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생두 별 최선의 프로파일로 바로 볶은 신선한 커피를 매장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커피는 만들어야 하나 팔지는 않는 곳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러한 곳에는 확실한 비용 절감 효과를 준다. 실제 주문의 상당부분이 호텔, 골프장, 교회 등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야하는’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
추가적으로, 네트워크 기능으로 인해 ‘로스팅 프렌차이즈’ 도 가능해진다. 프렌차이즈의 핵심은 균일한 맛인데 중앙에서 생두를 공급하고 생두에 맞는 프로파일을 제공하며 현장에서 아르바이트생도 손쉽게 원두를 볶을 수 있으므로 여러개의 매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스트롱홀드의 주요 고객인 ‘카페 꼰디고’는 전국 11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렌차이즈인데 모든 매장에서 S-Trinita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볶은 원두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커피가 싸고 맛있어 지는 것이며 추가로 들어가는 노동력은 거의 없다.
음식이란게 사람 손맛이 최고 아닌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시는 분들이 계신데 내가 이런 질문에 해답을 낼 정도의 내공은 없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기술이 사람의 영역을 더 많이 대체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중 하나다.
이는 오랜 기간 취미로 기타 연주 활동을 하면서 느낀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내가 아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모 밴드는 얼마전 앨범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앨범의 드럼 파트를 전부 미디로 작업하였다(참고로, 이 밴드는 정말 전형적인 베이스, 기타, 보컬, 드럼으로 구성된 홍대 모던락밴드이다. Daft Punk같은 테크노 팝이 아니라). 내가 처음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던 십수년 전만 해도 ‘디지털 이팩터’는 프로 뮤지션들은 사용하기 꺼려하는 제품이었는데 이제는 훨씬 많이 사용한다. 디지털 기술은 언제나 아날로그를 지향하며 그 완성도는 점점 더 높아 지게 된다.
물론,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이는 영원할 것이다. 신중현의 기타연주는 미디로 찍을 수 없고 세계 로스팅 챔피언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기계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점점 더 가능한 영역은 넓어지며 S-Trinita는 그러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제조업도 투자하는가?
나는 갈수록 제조업과 IT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으로 본다. Internet of Things의 시대에 모두다 Internet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사실 Things가 없이는 제품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이 역시 중요하다. 스트롱홀드는 강한 제조 기반을 가진 회사이나 동시에 IT에 대한 이해가 높은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체이며 이는 향후 주목할 만 한 새로운 기업의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제조와 IT 가 융합되는 영역에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기반 기술’ 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은 수십년간 쌓여온 강력한 ‘제조업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다. 퀄리티 있는 제조 제품을 위해서는 금형, 판금, 도금, 코팅 등등 아주 아날로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안산 공업단지에 있는 수많은 업체들이 지금까지 삼성, LG의 휴대폰을 만들어주며 쌓아온 기술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것이다. 스트롱홀드 역시 모터는 안산 어디에서 사오고 판금도 주변 공장에서 해온다.
물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보다 밸류체인이 복잡하다. 물량을 늘리려면 AS망도 갖추어야 하고, 유통망도 있어야 하고 공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벤처투자에서 흔히 기대하는 ‘폭발적 성장’ 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대신, 한번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자가 나오기 어렵다. 조금 더 긴 싸움이고 대신 더 안정적인 싸움이며 벤처투자의 영역으로 충분히 고민 가능하다고 본다.
정리하면 IT가 융합된 제조업이라면 내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아주 많다. 좋은 회사 있으면 주저없이 소개 해 주세요.
스트롱홀드와 우종욱 대표님, 이덕규 이사님을 만난지는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첫 만남부터 이번 투자가 이루어지기까지 여러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있는데 이는 연간 5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시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여튼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리며 관심 가지시는 김에 주변에 추천도 좀 하시고 자산이 좀 있으신 분들 께서는 이번 기회에 커피 사업에 한번 뛰어들어 보시는것도 어떨까 싶다. 기계는 제가 잘 얘기해서 좀 저렴하게……
글 : 위현종
원문 : http://jasonwi.com/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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