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최근 대시라는 바코드 스캔 기기를 공개했다. 집에 있는 캐첩이나 화장지 등 자주 쓰는 물건이 떨어질 때 대쉬를 이용해서 바코드를 찍거나 음성으로 제품명을 말하면 자동으로 아마존의 온라인 장바구니에 접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인 기기이다. 귀여운 아이디어군 하고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제품 하나 때문에 마켓과 유통업계는 초비상 사태로 접어들었다. 아마존이 또다시 파괴적 혁신을 일으켜냈다며 경쟁업계의 앞날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면서 말이다. 기껏 바코드 시스템 하나가 무엇이길래 업계는 긴장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존은 이 대시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의 배송을 익일체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주문하면 다음날 가져다준다. 당일 배송국가인 우리의 입장에선 그게 대단한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광활한 규모의 미국 땅에서 이 시도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하지만 사실 아마존은 그것마저도 30분 배송체계를 갖추겠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 뭐라고? 30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거지 싶을 것이다. 그 비밀의 핵심에 대시가 있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야 한다.
아마존의 추천시스템
아마존 서비스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단 한번의 클릭만으로 제품 구매가 완료되는 원클릭시스템이다. 구매의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줌으로써 구매가 상대적으로 쉽게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핵심은 고객 본인도 몰랐던 고객의 욕구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을 이용해 본 사람들의 다수가 혀를 내두르면서 하는 말은 ‘어떻게 아마존은 나의 취향을 이렇게 잘 아는 걸까?’ 이다. 아마존은 특정 사용자가 무엇을 구매했는지보다 그 사용자가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의 패턴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관심을 가진 고객들을 찾아낸다. 이 상태에서 그 유사 패턴의 사람이 특정 물건을 구매하면 나도 역시 마찬가지로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의 프로모션은 이달의 신제품, 이달의 할인상품 등 불특정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반적인 상품을 소개하는대신 ‘이 책이 새로 나왔는데 당신도 관심이 있지? 지금 사면 할인해줄께’라는 방식으로 특정 고객에 특화된 상품을 추천하거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심연결경제의 상징이 바로 아마존 서비스인 것이다.
아마존 Kindle 코너 진입시. 내가 관심을 가지는 책들의 추천이 항상 제시된다. 파괴적 혁신, 매스커뮤니케이션쪽에 관심이 많은 나의 기호에 딱 맞는 책들이다.
아마존은 한번 로그인하면 로그인 정보를 계속 유지하는데 고의적으로 로그인을 해제하면 나와 관련없는 일반적인 베스트셀러들을 제시한다.
관심에 시간의 축을 더하다
아마존 대시는 여기에 시간의 축을 하나 더 추가한 개념의 서비스다. 책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구매자가 언제 다시 책을 구매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생활품의 경우는 다르다. 케첩, 커피, 과일, 생리대 등 우리가 가정 생활에서 구매하는 물건들은 사용자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확실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구매 주기’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시로 ‘케첩’이라고 말하면 불특정 다수의 브랜드가 아니라 그가 늘 사용하는 케첩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임을 바로 알아낼 수가 있고 아무런 추가적인 절차 없이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해당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이 있을 경우 특별할인을 제안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다음에 언제 그 물건을 주문할지 시점을 예측하는 부분은 대시 서비스에 숨겨진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사용자가 상품들을 주문하기도 전에 미리 주문을 해 놓고 그가 사는 거주 지역 근처로 배송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아마존의 해당 서비스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목격할 미래 경제의 핵심은 아마존을 위시로 하는 관심연결경제에 관한 것이다. 바야흐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시대에서, 내가 중심이며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Me 경제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는 그 각자의 관심들이 서로 발견되고 그 속에서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장(場)을 이용하는 관심연결경제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기호를 나와 비슷한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찾아내고 그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 가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결국 ‘관심’이 에너지인 것이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중요하고, 그들이 나를 바라보게 하는 대신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더 가속화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을 하겠다는 것. 관심을 엮고 그 관심이 더 빠르게 실현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일 것이다. 창조경제란 이러한 관심들이 서로 엮이고 들끓고 넘치게 만드는 것이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goo.gl/JEa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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