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양대 과제는 ‘생계형 창업의 정예화’와 ‘벤처형 창업의 확대’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창업이라는 것은 전 세계 선진국 간에 합의된 결론이다. 그런데 모든 창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간 100만개의 업체가 생겨나고 90만개의 업체가 폐업하는 생계형 창업은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창조경제연구회가 지난해 수행했던 연구의 최종 결론이다.
생계형 창업의 절반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생존 기업들의 부가가치도 매우 낮다.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며 생계형 창업은 계속 증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 한계 수익 높이기에 허덕이고 있다. 생계형 창업이 오히려 퇴직한 중산층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통로가 돼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참고로 또 하나의 중산층 붕괴 통로는 세계 최대의 투기성 파생금융 상품과 각종 사행성 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편한 진실은 이 두 가지 중산층 붕괴의 주역이 바로 대한민국 정부의 자영업 창업 지원 정책과 파생금융 활성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퇴직자들은 어떻게든 생계를 꾸릴 대안이 있어야 한다. 퇴직자들을 위한 국가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은 2000년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 대국을 이룩했다. 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벤처기업의 생존율이 생계형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성공의 기대값은 매우 높았다. 연구 결과 생계형 창업의 미래 기대 가치는 마이너스인 반면 벤처 창업의 미래 기대 가치는 170억원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0개인 벤처 창업이 3배 더 많아지면 한국의 성장과 고용 문제는 해결된다. 이 연구 결과는 창조경제의 국가 정책에 명백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생계형 창업은 정예화하고 벤처형 창업은 대폭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벤처 건전화 정책 결과 지금은 한중일 삼국 가운데 기업가 정신 최하위 국가로 전락했다. 생계형 창업 자금은 베이비 부머들의 퇴직금으로 넘쳐나는데, 벤처형 창업 자금인 엔젤 투자는 미국 대비 2% 미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푸는 대안은 없을까. 성공률도 낮고 기대값이 마이너스인 생계형 창업 자금을 상대적으로 성공률도 높고 기대값이 높은 벤처형 창업 자금으로 이전하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크라우드 펀딩이 필요한 이유다. 크라우드 펀딩이 한국의 당면한 두 문제를 풀어 가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창업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가 아닐까 한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크라우드 펀딩 법은 미국의 ‘잡스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엔젤 투자 생태계가 이미 존재하고, 생계형 창업은 한국의 3배에 불과해 과다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엔젤 비율 50배, 생계형 비율 3배를 감안하면 한국의 크라우드 펀딩은 미국보다 150배는 강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주역들인 마이크로 엔젤에 대해 투자 금액과 횟수 등을 제한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현실적으로 오프라인의 엔젤 제도를 감안해 볼 때, 규제의 실효성이 없을 것임은 명백하다. 단일 투자 금액은 마이크로 엔젤의 취지에 맞게 규제하더라도, 투자 횟수는 오히려 늘리는 것이 투자자 보호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투자에 대해 1년 동안 매각 제한을 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의문시하게 하는 부분이다. 환금성 없는 투자를 하라는 제도는 크라우드 펀딩을 무력화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오히려 환금성에 대한 제도의 장으로 프리보드 2부를 열어 주는 것이 전향적 제도가 될 것이다. 규제가 아니라 지원을 해야 하고, 사전 통제에서 사후 징벌로 가는 것이 단순하고 효과적인 창조경제의 국가 패러다임일 것이다.
퇴직자와 중견 자산가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이크로 엔젤이 되고 벤처 창업의 멘토가 되도록 하는 것이 자금과 경험이 선순환하는 창조경제 국가로 가는 길이다.
글 : 이민화
출처 : http://goo.gl/pIKJ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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