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에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은 사무실, 집 그리고 자동차 속이다. 그간 사무실과 집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채워지면서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차량 속 공간은 아날로그에 머물러왔다. 사무실에 배치된 팩스와 전화기, 결재서류는 프린터를 넘어 복합기와 인터넷 전화기, 인터넷 결재와 인트라넷으로 진화했으며 집에는 IPTV를 넘어 스마트TV, 가전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PC와 태블릿 등으로 채워져왔다. 스마트폰 이후 구글안경, 스마트와치 등의 사물 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시대를 맞아 자동차의 디지털화, 차량 공간의 인터넷 연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초연결화로 진화 중인 자동차
사실 자동차와 휴대폰의 연결 혹은 차량 내 대시보드의 스크린을 인터넷에 연결해 차량 내에서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듣고, 내비게이션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 동안 꾸준히 있어왔다. 포드와 MS의 싱크,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 기아차의 유보, 쉐보레의 마이링크 등은 이러한 시도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웹 전의 PC통신, 스마트폰 이전의 PDA처럼 완전치 않은 과도기적인 서비스였다.
자동차의 디지털화, 완전한 인터넷 연결은 전기차인 테슬라의 성장과 애플의 iOS in the car, 구글의 무인 자동차 등이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철저한 아날로그 부품의 집합체인 자동차가 디지털화되고 인터넷에 연결되면 어떤 사용자 가치가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5년 전 스마트폰이 나올 때만 해도 대부분의 휴대폰을 사용하던 사용자는 이미 PC로 인터넷을 충분히 잘 사용 중인데 굳이 휴대폰마저 인터넷에 연결되어 얻을 가치가 무엇일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휴대폰 아니 PC와 다른 경쟁 우위의 가치를 제공했다. 스마트폰은 GPS부터 자이로스코프, 멀티터치 등의 다양한 센서가 탑재되어 휴대폰, PC와는 다른 사용성과 편의성을 제공해주었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자동으로 인지하고, 마우스보다 빠르고 편한 동작 방식을 지원하고, 즉시 필요로 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굳이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될 필요가 있을까라고 하는 의구심은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은 과하다라는 생각처럼 변화보다는 안주하려는 인식에서 나오는 푸념일 수 있다.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것은 PC나 스마트폰처럼 직접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차량 내에 탑승한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연결됨으로써 운전자의 상황에 맞는 편리한 운전 경험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 역시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가 주는 가치이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캘린더의 약속 장소나 탑승 전 운전자가 미리 검색한 내비게이션 앱의 목적지 정보 등이 탑승과 함께 자동으로 차량의 스크린에 보여짐으로써 번거로운 입력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애플의 iOS in the car 역시 탑승자의 아이폰과 자동차를 완벽하게 연결해주는 차량에 설치하는 OS로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를 쉽게 아이폰으로 조작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직접 자동차 OS를 개발하기 어려운 자동차 회사들은 OS 개발 투자와 에코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iOS in the car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 동작 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kqgrGho4aYM)
테슬라는 17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차량에 탑재함으로써 자체적인 IT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테슬라의 핵심적인 가치는 가솔린 에너지 기반이 아닌 전기 기반의 차량이라는 것이 아니라, 차량 자체가 디지털 디바이스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테슬라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 불리어도 손색없다. 아날로그 버튼 기반으로 조작하던 작은 화면의 휴대폰이 4인치를 훌쩍 넘는 멀티터치 기반의 디지털 장치로 거듭난 것이 스마트폰인 것처럼 테슬라는 커다란 디지털 디바이스에 바퀴를 달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경유없이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는 테슬라는 핸들과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정도만 물리적인 장치로 존재할 뿐 그 외의 조작 시스템은 디지털로 대체되었다.
스마트카의 핵심은 API
미래의 자동차는 움직이는 디지털 기기로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에 이어 제 5의 IT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차량의 API이다.
API는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의 줄임말로 개발하기 위해서 서비스에 요청을 보내고 응답을 받기 위해 정의된 명세서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 운전석에 앉아서 만지게 되는 모든 것이 일종의 아날로그 ATOM 세계 속의 API들이다. 핸들, 기어,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방향지시등은 우리가 자동차를 쉽게 조작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물리적 장치들은 차량 내부에 수 많은 부품들과 연결되어 차량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면 스티어링 샤프트를 통해 기어장치에 전달되고, 기어장치는 타이로드를 우측으로 움직여 차량이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부품들이 서로 연결되며 동작되어진다. 운전자는 간단히 핸들만 이용하면 되지만 실제 운전자가 내린 명령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디지털에서도 API는 그러한 역할을 한다. 차량내 수 많은 데이터들이 API로 오픈되면, 이것을 이용해서 많은 앱들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아이폰이 기존의 휴대폰과 달랐던 점은 아이폰 내의 수 많은 부품(센서)과 데이터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함으로써, 이것을 이용해 수 많은 앱들이 개발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앱들은 앱스토어에 등록되며 아이폰을 기존의 스마트폰과 달리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이같은 API가 풍성하게 오픈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새로운 센서들이 탑재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휴대폰에 없던 센서들이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PC에 없던 센서까지 제공되며 스마트폰의 성장이 있었던 것과 같이 스마트카에도 차량 곳곳에 카메라와 GPS, 자이로스코프, 가속센서 등의 다양한 차량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의 진화가 요구된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로 차량 내의 다양한 부품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적극 오픈해야 한다. Automatic LINK라는 장치는 자동차의 OBD-II 포트에 연결해서 이 포트를 통해 출력되는 정보를 외부의 장치(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OBD-II 포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엔진이상 코드에 불과하지만, 이 장치에는 가속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운전자의 운전패턴을 분석해준다. 즉, 급정거, 과속, 급가속 등을 센서로 체크하고 이 정보를 스마트폰에 설치한 Automatic 앱을 이용해 분석함으로써 운전 습관의 문제점을 진단해준다. 또한, 이러한 정보들을 취합해 운전 후에 소모된 연료의 비용을 알려주고, 주차한 장소를 스마트폰에서 알려주어 주차 위치를 잊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자동차 API는 자동차 회사만이 오픈할 수 있다. 물론 API는 차량의 안전과 보안 등에 자칫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은 개인정보 유출 정도의 문제지만 차량은 자칫 API의 해킹 등으로 인하여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모든 혁신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기 마련이다. 휴대폰의 API가 오픈하는 것이 모든 휴대폰 제조사의 숙제였지만 난제를 풀고 실제 제대로 오픈한 것은 휴대폰 제조사가 아닌 컴퓨터 제조사인 애플이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API를 오픈하지 못하면 스마트카, 인터넷에 연결되는 자동차의 미래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구글 또는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혁신기업)가 열 것이다.
글 : OOJOO
출처 : http://goo.gl/sSRu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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