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구시대의 유물로 외면받게 된 것은 지하철 입구 옆에 놓여 있는 벼룩시장, FOCUS 등의 무가지와 아파트 현관 문 앞에 쌓인 상가수첩이다. 지하철에서 사람들 눈길을 스마트폰이 사로 잡으면서 무가지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전국민의 야식배달을 위한 필수품인 상가수첩 역시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스마트폰 앱으로 인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왔지만 이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기업에게는 위기를 가져왔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와 앞으로 또다른 변화는 어떻게 올지 진단해본다.
● 모바일이 가져온 위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3500만대를 상회하고 있어 전국민의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함께 스마트폰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사와 모바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톡, 밴드, 다음지도, Tmap 등의 인터넷 서비스 등은 가파르게 성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으로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PMP, 내비게이션 등의 디지털 디바이스 제조사와 출판사이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 2000년대 중반에만 해도 국내 중소 디지털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은 DivX player, PMP, 내비게이션 등의 작은 디지털 기기를 생산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7년 미국에서 아이폰 출시 이후 2010년대부터 불어닥친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이들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은 물론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의 영상과 TV 마저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T맵과 김기사와 같은 지도 서비스를 통해 내비게이션 기능까지도 제공되는데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 PMP, 내비게이션 등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로 2010년부터 급격한 매출 하락을 보이며 위기의 산업이 되었다. 그나마 카페, 지하철, 침대 위에서 읽히던 책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된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은 주로 침대, 카페, 화장실, 길거리, 지하철 등에서 사용한다. 하루 24시간 중 보다 많은 시간이 스마트폰의 디지털 스크린으로 집중되면서 종이(잡지, 책, 무가지 등)를 보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출판사의 적은 스마트폰 속 카카오 스토리와 애니팡과 같은 서비스가 된지 오래다.
이들 기업과 산업은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산업의 성장과 기회를 가져옴과 동시에 한쪽에서는 위기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제때 읽고 혁신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필름 카메라 시장을 지배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참패를 맛본 코닥과 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결국 130년 전통의 코닥은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 모바일로 찾은 기회
변화하는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드라마틱한 성장을 하기도 한다. 2009년 말 한국에 아이폰 상륙한 이후 2010년 초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가 출시되었다. 전국민의 스마트한 SMS로서 자리매김한 카카오톡은 4년이 지난 2013년 2107억 매출을 기록하며 한메일로 1997년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013년 매출 5309억의 40%에 육박할만큼 성장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하며 전 세계로 펼쳐 나갈 수 있는 글로벌 사업의 기회를 확보했다.
배달의 민족은 연간 10조원에 육박하는 배달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연매출 100억원에 육박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야식배달 정보 서비스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서 거래되는 야식배달 규모만 해도 월 수 천억원에 이른다. 물론 배달의 민족으로 인하여 과거 야식배달 정보지로 광고 사업을 하던 상가수첩과 같은 생활정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PC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게임 시장도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PC 앞에 앉아서 하던 게임보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 크게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새로운 모바일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업들은 큰 기업가치를 일구어냈다.
전 국민의 손에 하나씩 들려진 스마트폰은 24시간 사용자와 함께 하기 때문에 PC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며, 컴퓨터에는 없는 다양한 센서들이 내장되어 있다. GPS, 블루투스, 자이로스코프, 스피커, 마이크 등 다양한 센서들 덕분에 주변 상황을 정확하고 쉽게 인지해 이를 기반으로 컴퓨터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의 구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게다가 휴대하면서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된채 사용할 수 있어 PC보다 더욱 강력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웹 홈페이지는 없어도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 또한 늘어가고 있다. 인터넷 쇼핑 역시 PC보다 더 모바일의 사용성이 높아 모바일 쇼핑 시장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런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고 시장에 대비한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 모바일을 넘은 사물인터넷 트렌드
2000년대 급속하게 보급되기 시작한 PC와 웹이 가져다 준 인터넷 산업과 2010년대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산업은 기업의 성패와 산업의 경쟁구도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IT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과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포착한 개인은 성공의 기회를 확보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처절한 실패와 위기를 겪고 있다.
IT 기술의 진화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TV를 넘어 PC가 등장하고,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새로운 혁신이 만들어져온 것처럼 스마트폰 이후에도 또 다른 진화와 혁신이 만들어질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에 전파되며 시장이 변화된지 채 5년이 안되는 지금 또 하나의 IT 기술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의 보급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IT 기술의 등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후의 IT 진화는 “사물 인터넷” 혹은 “IOT”(Internet of THINGS)라 부른다.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를 넘어 주변 도처의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을 일컫는다. 그렇게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들로는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 기어와 같은 시계부터 나이키가 만든 Fuelband라 불리는 손목에 차는 밴드, 구글이 만든 안경, 필립스의 Hue라 불리는 인터넷 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몸에 부착하는 형태의 Wearable computing 기기부터 집안에 있는 사물들(전구, 자물쇠, 화분, 보일러 온도조절기 등)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나이키의 퓨얼밴드라는 밴드는 손목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데 일상 중 운동하는 모든 내역들이 기록된다. 언제, 어디서, 얼만큼, 어떤 운동(걸었는지, 뛰었는지 등)을 했는지 측정해서 이것을 기록해주고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구글이 인수한 온도조절기인 Nest라는 디바이스는 집 밖 어디에서든 집안의 온도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 나아가 평소 사용하는 온도 조절 내역을 체크해서 자동으로 온도를 조정해줌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일종의 집사처럼 집안의 온도를 자동 관리해준다.
차세대 IT 트렌드로서 사물 인터넷은 IT와 무관할 것 같은 스포츠 의류회사(나이키)나 작은 중소 제조업체(Nest) 등이 디지털을 활용해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기존 PC와 모바일이 IT 기업들의 성장에 마중물이 되었다면, 차세대 IT 트렌드인 사물 인터넷은 비IT 기업들이 혁신을 하고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제3의 물결인 IOT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냐 기회냐는 시장이 용트림하면서 변화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글 : OOJOO
출처 : http://goo.gl/r6X8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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