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제일 소중한 원천 중의 하나가 SF소설 또는 영화이다. 최근의 SF소설이나 영화는 매우 정교하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미래학자들이 SF소설가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근미래와 관련한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을 때에도 SF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무작정 똑같게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UX매거진에서 SF영화를 통해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잘 소개한 글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리지널 기사가 매우 길고 자세한데, 이 블로그를 통해서는 핵심적인 부분만 요약해서 설명하였다.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도 많이 집어넣고, 중간중간 생략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보다 자세한 원본의 글을 보고 싶은 독자는 이 포스트 말미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1990년 닐센(Nielsen)과 몰리치(Molich)가 제시한 휴리스틱평가원칙(heuristic evaluation principles, HEPs)이라는 것이 있다. 이 원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작된 발견에 대해서 사용자 가치와 현재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찾아내는데 유용하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제시되는 것의 상당수는 현재상태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 휴리스틱평가원칙은 많은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원칙은 간단하다. 구현가능한 작은 시나리오로 쪼개나가는 것이다. 사실 HEP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할 때 유명한 방법론이고,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지만,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그냥 이 정도로 소개만 하겠다. 참고로 이와 관련한 더욱 자세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쉐도로프(Nathan Shedroff)와 노에셀(Christopher Noessel)의 저서인 <Make It So>를 참고하기 바란다.
1단계: 발견 (Discovery)
제일 먼저 발견한 인터페이스에 대해 목표(goal)와 요소(element)들을 추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명사-동사 쌍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지구”, “아이템”, “포인트”, “공간” 등의 단어와 이들에 대한 동작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David)이 독특한 네비게이션 인터페이스로 영상을 조작하는 장면이다.
그냥 이 장면을 표현하면 홀로그램(Hologram)이라고 두루뭉실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시나리오로 쪼개기 위해 쉐도로프와 노에셀이 정리한 카테고리화 작업을 진행하면, 위의 장면에서 볼륨 프로젝션(volumetric projection)과 직접적인 조작(direct manipulation), 그리고 동작 인터페이스(gestural interface)라는 사용자 가치(user value)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발견한 사용자 가치를 좀더 파헤치고, 이를 실현가능한 디자인과 연결한다. 위에 장면에서 볼륨 프로젝션은 데이빗이 인터페이스에 접근해서 그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사용자의 입력은 2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쉐드로프와 노에셀은 직접적인 조작을 “물리적 상호작용의 변환 (transliterations of physical interactions, 사실 적절한 번역용어가 없다)”이라고 하는데, 중간에 조작을 도와주는 포인터나 글래스 커서 등과 같은 어떤 컨트롤 장치가 없는 상태의 조작이다. 데이빗은 볼륨 프로젝션이 된 아이템을 만지고 실제로 조작한다.
동작 인터페이스는 사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정의되었고,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Kinect와 같은 모션 센서나 플레이스테이션 무브(Move)와 같은 디바이스를 이용해서 많이 구현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3D 인터페이스를 입힌 형태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다양한 팔과 손, 손가락의 조작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2단계: 테크트리를 그린다 (Draw the Tech Tree)
그 다음 단계는 실제로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검토하는 것이다. 테크트리라는 용어는 아마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나 RPG 게임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일텐데, 어떤 기술적인 성취를 하기 위해서 사전에 달성해야 하는 기술적인 목표들을 나무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제일 밑바닥에 해당하는 것부터 완성이 되는데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번개 베기”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먼저 “베기” 기술부터 익혀야 한다면 테크트리는 “베기 – 번개 베기”로 이루어진다. 테크트리를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각각의 기술들의 의미와 의존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위의 프로메테우스의 VP 기술을 예로 든다면, 사용자들이 입체로 만들어진 빛을 마음대로 만지고 조작하며, 동시에 촉각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먼저 잘게 쪼갠다.
이 기술을 쪼개서 생각하면 일단 입력과 출력으로 나누어 보면, 입력에는 표면을 만져서 컨트롤하거나, 컨트롤러의 이용, 센서와 동작을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출력은 3차원 VP로 구현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능한 기술적 방법을 최종단계에서 간단한 단계별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다.
- 허공에 뜬 VP 영상 그 자체를 감지하고, 만지면 직접 반응
-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해서 조작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특수장갑을 끼거나, 플레이스테이션 Move와 같은 컨트롤러를 활용해서 조작
- 일반적인 게임 컨트롤러를 이용한 조작
이렇게 단계를 나누고 나면, 최종적인 방식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 아래의 중간단계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컨트롤러를 이용한 조작에 초점을 맞추어 구현을 하고, 대신 3차원으로 표현되는 VP 영상을 잘 조작할 수 있는 비주얼 UX를 개발하는 것이다.
3단계: 테크트리 전반에 대한 탐구 (Navigate the Tech Tree)
그 다음은 실제 사용자들에게 최대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을 평가하고 찾아낸다. 여기에 HEP 원칙이 적용되는데, 닐센과 몰리치의 오리지널 리스트를 접목하면 다음과 같다.
- 시스템 상태의 가시성 (Visibility of system status)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어디에 있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볼 수 있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VP 디스플레이의 경우 행성 전체를 보여주면서 가려져 있거나, 접근 불가능한 곳이 없어서 쉽게 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비주얼 요소들이 실제 3D 영상의 형태로 떠 있어서 데이터와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시스템과 실세계를 매칭시킨다 (Match between the system and the real world)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사용자들이 익숙한 언어와 개념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3차원으로 영상이 허공에 올라오는 VP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고 이를 조작하는데 동작을 활용하는 것도 큰 문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허공에 떠 있는 영상을 실제 만질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필요하다. 약간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체를 뚫고 지나간다면 무척 이상할 것이다.
- 회상보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Recognition rather than recall)
어떤 것을 위해서 사용자가 정보를 기억해서 연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사용방법이 즉각적으로 보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필요할 때 아주 쉽게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 조작하려는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을 그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4단계: 가치를 디자인으로 연결시켜라 (Match Values to Design)
마지막으로 이렇게 SF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를 디자인 요소와 잘 연결해서 표현한다. 크게 영화에서 표현된 것(Presentation)과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나누어서 본다. 그리고, 이를 연결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프로메테우스의 홀로그램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표현된 것 (Presentation)
- 평면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입체 구를 이용해서 표현한 것: 쉽게 발견이 가능하고, 실세계와 연결이 쉬우며,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 투명함과 애니메이션: 아이템과 정보의 관계나 연결성을 사용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 사용자들은 아마도 이런 디스플레이가 구현된다면 만지고, 동작으로 조작하려고 할 것이다
상호작용 (Interaction)
- 액티브 컨트롤과 인터페이스 요소와 연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 썸네일을 직접 선택하고 터치해서 이를 확대하거나 전체를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 낫지, 이를 다른 어떤 컨트롤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다.
- 여러 층이나 투명하게 표현된 아이템들은 직접적인 조작이 가능한 것처럼 동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서 어떤 디스플레이에서 다른 디스플레이로 점프를 하는 등의 효과를 고려한다.
- 어디에 설치되고 이용될 것인지를 고려해서, 그 상황에 맞는 고려를 한다. 예를 들어, 필요하다면 해당 공간의 빛의 간섭을 없앨 수 있도록 하거나, 글러브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이 신기하다고 만질 경우 등도 감안한다.
종합적인 생각
- VP 기술은 미래지향적이고 기대되는 기술이지만, 아직은 이를 동작 인터페이스로 다루는 것은 단일 사용자가 잘 컨트롤된 환경에서 사용할 때나 유용하다. 그러므로, 직업적으로 중요한 작업을 하거나, 데모를 할 때 유용한 것이지 일상적으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 직접 만지는 조작의 경우 정교한 촉각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정확도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정확도에 집착하기 보다는 적절한 피드백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사한 경험을 느끼도록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VP로 표현된 행성을 조작하는 영상을 실제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현실세계에 이와 유사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어떻게 구현을 하면 될까? 한 가지 방법은 멀티터치 표면을 가진 구에 프로젝션을 통해서 구현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실제 지구를 구현한 것이 몽셔 과학박물관(Montshire Museum of Science)의 다이나믹 글로브(dynamic globe)이다. Kinect와 멀티터치 동작을 이용해서 지도를 간단히 조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SF영화는 미래에 대한 그림을 보여주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으면서도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가 등장했을 때 가장 쉬운 설명은 “동작인식 기술”이 아니라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초반에 화면조작하던 그런 기술” 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래기술에 대한 발견의 원천으로 SF영화의 가치는 매우 크다. 그리고, 전후맥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어째서 이 기술을 저 장면에서 썼을까? 이 기술이 가진 내재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된 가치를 현재가능한 기술에 접목한다면 SF영화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진 새로운 혁신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Designing Down from Science Fiction: A Staged Approach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WQYP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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