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사랑 이야기
1. 애인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공기가 불편하다. 기분 좋게 데이트 했는데, 뭔가 모르게 찝찝하다. 곧 문자가 왔다. 당분간 혼자 있고 싶단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2.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와이프는 또 짜증을 낸다.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 덕분에 집안이 엉망이다. 나도 피곤한데. 도대체 집에서 한게 뭐야? 너만 힘들어?
숱하게 보고 들은 연애와 결혼 이야기들. 뭔가 씁쓸한데, 계속 반복되는 걸 보면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싶기도 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도 있듯이. 연애를 그렇게 많이 해도 똑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되곤 한다. (아, 연애를 많이 안해봤다고…? 그냥 그러려니 하자)
스타트업은 팀원 구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다. 연봉과 복지, 네임밸류까지 그 어느것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성속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화성에 집을 짓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팀빌딩을 하고나면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이렇게나 생겼어!’라고 설레기 시작한다. 마치 강에서 튼실한 잉어 한마리 잡아 통에 넣어둔 느낌! 그리고 까먹는다. 밥주며 키우는 것을. 잉어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팀원을 구하고나면 마치 모든 미션을 퀘스트 한 것마냥 자기의 일에 집중하게 되니, 팀원은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길 바란다. 내가 바쁘고 힘드니까 팀원들이 바쁘고 힘든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잘 하던 팀원도 떠나고 싶어진다. 떠나는 것과 떠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백지장 한 장 차이 쯤? 모든 팀원은 (심지어 대표조차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온다. 반드시. 하루에도 열두번!?
떠나는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
혈연으로 묶인 가족도 담쌓고 헤어지는 세상이다. 하물며 스타트업은? 의리와 신의로 아무리 똘똘 묶어봤자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일 뿐. 그들에게 내가 올인한만큼 올인해주길 바라는 건 위험한 기대다. 내가 100을 가졌고, 그래서 100 올인 할 수 있지만 팀원으로 함께한 사람은 100을 가졌어도 올인은 10만큼만 할 수도 있다. 100 중 10만큼을 투자한 것이 아니다. 100 중에 투자할 수 있는 10을 내 회사에 투자한것이니 그 친구 나름대로는 올인이다. 단지 내 욕심에 차지 않을 뿐이지.
내 편이라, 내 수족이라, 내 팀원이라 믿지말고
꾸준히 그리고 계속적으로 의심하고 물어보고 점검하자.
서로 성인인만큼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대표는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연애생활에 이상은 없는지, 통장 잔고는 넉넉한지, 사고싶은 것이나 가고싶은 곳이 있는데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하는 건 할만한지, 회사는 출근할만 한 거리인지, 대표가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건 아닌지,.. 이건 사실 나도 잘 못하고 있는 일이다. 실력은 믿지만, 사람도 믿지만, 팀원으로도 믿고 있는게 문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할 때마다, 스스로 깜짝 놀라 겁을 먹곤 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야..’ 하며 말이다.
내가 처음 빌딩한 팀은 나를 포함해 다섯명이었다. 어느 포지션 빠진 데 없고, 실력도 있으니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조합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합을 맞춰본 사람들이기도 해서 업무에 걱정도 별로 안했다. 그게 문제였다. 잘하는 사람들이니 알아서 하겠지..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게 힘든지, 어떤걸 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세 명의 팀원을 놓아주고 내보내며,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싶었었다. 배신감도 느꼈다가 화도 났다가 슬퍼서 울기도 했었다. 물론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준 사람에게 미안한건 기본이다. 그래서 다시 추스리고 일어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을 잃어버린게 더 컸다. 도대체 누굴 믿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일을 할 수는 있는 건가 등등.. 그래서 그 좌절 속에서 정신차리고 다시 일하는데까지 몇달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두번째 빌딩된 팀은 조금씩 덜 실수하려고 노력 중 이다. 처음 가졌던 팀보다 더 애정을 갖고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떠나는 사람도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겠지만, 떠나보내는 사람은 (정말 미안하지만) 더이상 생각하지 말자. 잡으려고 하지도 말자.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있는 사람을 더 신경써야 한다. 500명 회사에서는 10명이 퇴사해도 2% 지만, 5명인 회사에서 1명이 퇴사하면 20% 다. 한 사람이 나가는 건 나머지 전부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수락하면 서운하겠지만, 바로 정리해서 깔끔하게 보내주는게 훨씬 낫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마음 돌리려고 애쓸 시간에 새로운 사람을 찾는게 백번 옳다. 마음이 아파도 어쩔 수 없다. 떠나는 사람은 자기 살려고 떠난다는데, 나는 왜 떠나보내면서도 죽을상인가. 나도 똑같이 살아야지.. 더 잘 살려고 마음을 추스려야지.. 더 잘살아내야지 않을까. 그래야 떠난 사람도 ‘내가 그 팀에 있었었어, 자랑스러워! 그 친구들 참 대단한 친구들이야!’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사랑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
이별의 아픔은 잠시. 사랑하는 법을 알았으니, 다음에 더 큰 사랑을 하자.
덧. 오늘은 이 글을 꼭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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