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이
정보화 사회에서는 오프라인의 사물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효율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이동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처음부터 디지털로 만들어져서 디지털로 소비되는 콘텐츠들이 늘고 있는데, 태생이 오프라인에 있던 콘텐츠라 할지라도 디지털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오프라인을 위해 있던 특징들은 많이 생략되는 특징들이 보여지거나, 오프라인에 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콘텐츠 처럼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세대간의 격차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컴퓨터가 도입되어 정보화 혁명을 만들던 저희 시대와는 달리, 날때부터 디지털 세대인 세대간의 사고방식과 경험의 차이는 정보화시대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대 흐름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대간의 경험 변화는 지식 전달 수단인 문서 생활에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 웹툰의 변화
앞서서 디지털 문서는 오프라인 문서가 가지는 특징들이 크게 다르다라고 설명드렸습니다만 이러한 실 예는 쉽사리 와닿지 않을겁니다. 이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가 있는데 출판 콘텐츠의 한 종류였던 만화가 웹툰으로 변천된 과정으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1) (사용자의 변화) 서점의 책장에서 내 스마트폰으로
서점의 책장에 꽂혀 있던 만화책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스마트폰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점에 들르지 않아도 되며, 만화방이 아닌, 버스에서도 가볍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넘기는 방식에서 스크롤 방식으로 변화한 이유도 종이 책이 아닌 PC나 스마트폰 환경에 적합한 읽기 방식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만화책의 겉표지는 썸네일이 대신하게 되었고, 분량에 대해서도 훨씬 자유로와졌습니다.
2) (기술의 변화) 멀티미디어와의 결합
디지털 만화는 디지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소리와 피드백들을 활용하는 콘텐츠로 발전하였습니다. 현재 네이버 웹툰은 BGM이 삽입된 웹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고 있는 플래시 기반의 공포특집 웹툰들도 이러한 사례에 속합니다. 또한 상호링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광고가 삽입되는 것 또한 기술적인 배경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까지 이어지게 했습니다.
3) (콘텐츠의 변화) 형식과 표현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
사용자와 기술에 맞춰 사실 콘텐츠, 곧 만화 스스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보다 접근이 쉬워졌고, 지속적인 콘텐츠의 업데이트를 빠르게 소비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선 중심의 만화에서 면과 색상 중심으로 이동하였고,스토리 분절 형태도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절정에서 끊는 것도 특징입니다.
동시에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습관과 지속적인 연재로 분량 제한이 완화되어 만화 한편에 메시지에 개그, 희노애락을 모두 녹이려는 노력도 줄었들고, 희면 희, 락이면 락, 일관된 분위기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로인해 형식과 표현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실험들이 가능해졌습니다.
4) (소통방식 측면) 실시간 평가와 소통. 별점과 댓글
별점과 댓글로 작가와 독자는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수단이 생겼습니다. 독자들은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기도 하고, 독자는 다시 작품에 이를 반영하여 독자와의 이야기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가 전파되어 이에 대한 소통방식은 훨씬 다양해지고 강력해졌습니다.
3. 그럼 전자문서는?
그럼 만화가 아닌 전자 문서에 위의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면 어떨까요? 이를 적용하면 향후 전자문서의 방향을 어느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사용자의 변화) 인쇄물에서 태블릿으로
현재 일반화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혹은 현재진행중인 전자문서의 소비 패턴은 프린터로 까지 넘어가지 않는 양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태블릿은 4k수준의 해상도까지 출연하여 PPI는 인쇄물의 DPI에 근접해 인쇄물 수준 까지 접근했으며, 더 가볍고 더 싼 태블릿의 출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화책의 겉표지가 썸네일로 대신하는 일은 전자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문서의 겉표지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용지여백 역시, 태블릿에서 보여지는 전자문서에는 기기의 베젤이 문서의 용지 여백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서의 여백은 불필요한 정보로 여겨져 점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기술의 변화) 메타정보와 결합
전자문서의 하이퍼링크, 멀티미디어 삽입은 이미 일반적인 일이라 별도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것 같네요. 발표자료에 쓰이고 있는 ppt문서가 대표적인 형태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죠. 전자문서에 대해 한발짝 더 나가자면, 전자문서는 문서의 내용을 보여주는것 이상의 정보를 표현하고 내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타데이터를 통해 문서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고, 필요시에만 꺼내서 보거나 검색할 수 있게하는데, 사실상 메타정보가 없고 검색과 처리가 되지 않는 전자문서는 죽은 전자문서에 가깝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전자문서는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인쇄를 위한 겉모습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나 해당 문서를 인터넷에라도 올려보면 검색 유입의 용이성과 사용자의 접근성에서 워드프로세서의 문서파일과 웹문서의 접근도 차이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콘텐츠의 변화) 형식과 표현보다는 이야기와 이야기의구조에 집중
전자문서의 특징은 의미(Context)와 형식(View)의 분리에 있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형식정보는 웹문서로 치면 CSS가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고, 아래한글과 같은 문서에서는 스타일이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형식을 분리하면서 전자문서가 갖게 되는 장점은 하드웨어의 유형에 관계없이 높은 품질의 문서의 가독성을 갖게 됩니다. 반응형 웹같은 기술이 대표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동안 웹툰이 페이지형 대신 스크롤형으로 바뀐 것 처럼, 전자문서도 페이지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웹에서 페이지가 유지되었던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와 리스트방식의 네비게이션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를 보여주는데는 페이지의 형식은 불필요한 면이 많습니다.
전자문서로 생성되어 전자문서로 소비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앞서 말했듯이 파워포인트 인데, 이러한 문서는 명조체보다는 고딕체를 선호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가독성을 위해 활자 정보에 불필요한 데코레이션을 없애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농담 중에 “진지해서 궁서체”라는 말 처럼, 오프라인 문서에서 선호되던 명조체나 궁서체의 경우에는, 의미(Context)의 집중도를 흐리고, 형식(View)를 강조하기 때문에 디지털 매체에서는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소통방식 측면) 협업, 인터넷 API
문서가 생산되고, 함께 작업하고, 공유하는 형태도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공동 작업을 위해서는 인쇄물을 하나씩 돌리고,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하나씩 수정해나갔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코드의 관리에서 쓰던 형상관리의 기술이 문서에도 적용되는가 하면, 최근 구글 닥스에서 공개된 새로운 기능은 댓글 처럼 커맨트를 하고, 함께 편집해나가는 형태까지 진화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Context와 메타정보는 API를 통해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재처리도 가능하여 다른 형식으로 보거나 분석, 검색 하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협업과 소통이 사람 : 사람이 아닌 기계 : 기계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것입니다.
4.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MS vs 한글이 문제가 아니다.
1) 상호호환성이 중요해진 전자문서, 개방은 이제 당연한 것
최근 한글의 독점이야기가 나오면서 hwp파일 포맷의 공개나, odf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hwp(한글)파일과 docx(워드)파일의 포맷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를 공개한 이유는 갑자기 한글과 MS가 소인배에서 대인배로 바뀐 것이 아니라, 과거와 달리 파일포맷이 가지는 소프트웨어의 독점력 보다는 상호호환의 운용성이 전자문서의 경쟁력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2) 사용자는 포맷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 이제 중요한것은 “전자문서”가 아니라 “전자 문서 생활 경험”이다.
거기다 소비자측면에서는 더 원론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디지털 네이티브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종이문서를 염두해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문서 포맷이 무엇인지는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지만, 그 사진이 jpg라는 포맷을 가졌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진을 쉽게 편집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이상 기술명과 독자 포맷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가치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멋진 카메라앱과 사진편집툴, 카카오스토리이지, jpg와 gif의 차이가 아닙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이 n드라이브를 비롯한 클라우드의 스토리지 들은 파일의 저장소 개념이 아닌, 사용자의 사진, 문서, 음악, 비디오의 관리도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향후, 전자 문서의 중요한 점은 hwp나 docx이냐가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 사용자에게 필요한 문서의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라는 것입니다.
일례로 파워포인트에서는 슬라이드 셰어 같은 서비스나, 워드프로세서에서는 구글닥스 같은것이 그 선두가 아닐까 합니다. 심지어는 정보 측면에서는 Wiki 에디터 조차도 워드프로세서의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웹문서야 말로 이미 가장 진화된 형태의 문서중에 하나이고, 실제로 전자문서는 이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이제 중요한것은 형식이 아니라, 문서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사용자 인식 문제
–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전자문서의 경쟁력 격차는 이미 발생 중,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직 이 격차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디지털에 대한 체감 상태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인데, 소프트웨어의 특징은 체감하기전에는 느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는 회의하면 인쇄물을 나눠주는 일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예전에 제가 경험했던 인터넷 회사에서는 이러한 일은 매우 낯선 일이었습니다. 종이문서를 전달하거나, 펜을 들어 무언가를 쓰는 일은 정말로 흔치 않은 풍경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생산 하는 전자문서의 형태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PPT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유는 문서가 가지고 있는 Context에 집중하고, 커뮤니케이션 허들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봅니다. 형식에 집중하면 커뮤니케이션 허들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더 나빠지는 것은 일정 수준의 형식들에 익숙해지면, 이미 공기와 같아진 그 것이 비용인지 아무도 모르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문화의 집단이 경쟁을 할 때는 그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6. 디지털이 가져온 의미는 불필요한 정보의 생략, 역량을 가치에 집중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정보들이 생략됩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은 디지털로 작업을 하면서, 잉크의 냄새, 종이의 질감등이 생략됩니다. 하지만 이로인해 더 빠른 작업이 가능하며, 작가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자문서 역시, 정보 전달외의 많은 형식적 요소들이 생략됨으로 인해 정보전달의 본질적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전공한 저 조차도 XML이 왜 문서라고 불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문서”는 어쩌면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문서와는 전혀 다른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이 PDA폰이라 불리기를 거부했던 것 처럼 말이죠. 전자문서는 종이문서의 파생이 아니라, 전자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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