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3위에 오르기도 했던 김춘수의 <꽃>의 일부이다. 여기서 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의 의미까지 함축하여 담아내고 있다. 꽃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OECD 평균보다 325시간을 더 일하는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행복지수도 최하위권이다. 삶에 있어 일은 필수적이지만 일에서 물러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의 꽃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보고 있기만 해도 우리에게 힐링에너지를 준다. 일상에서 꽃의 에너지와 의미를 전하는 떼아블라썸 정은주 대표를 만나보았다.
꽃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기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남편과 함께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꽃을 배워서 집을 예쁘게 꾸며보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플라워 강습을 듣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정말 안좋은 일이 있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딱히 갈 곳이 없었는데, 플라워강습을 받으러 갔어요. 수업이 끝날 때쯤 안정되고 힐링되어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쁜 기억은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 날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가쉽걸> 등의 수석 플로리스트 Doro’s Annex 정성모선생님과 뉴욕에서 Doro’s Annex Master Class를 수료하며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뉴욕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에 참여하면서 실무를 많이 경험하고 배웠던 소중한 시간들이였습니다. 서울에서는 LaFete Professional Course를 수료하였고요. 2009년 떼아플라워앤코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플로리스트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고급 브랜드들의 파티, 행사에서의 경험이 많으신 것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기업들이였나요?
먼저 뉴욕에서는 미국드라마 <가쉽걸> 시즌2 의 플라워 데코레이션 어시스트, 루이비통과 Sake Fifth Ave의 파트너쉽 파티 어시스트 등의 다수의 행사 경험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에스티로더 그룹의 La Mer 전담 플로리스트, 필립모리스 파티,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발표회 플라워데코레이션, 조말론 프레스라운딩 기프트행사 진행 등의 일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저는 화분이나 작은 꽃들을 파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보다는 기업행사나 이벤트에서의 다양한 주제들로 분위기를 연출하여 VIP손님을 대접하는 데코레이션을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퀄리티가 높고 플로리스트의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떼아블라썸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떼아블라썸은 플로리스트가 직접 고르고 감성으로 디자인한 꽃을 2주에 한번씩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꽃은 생일이나 기념일, 졸업식 등의 특별한 날에만 큰 마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휴식과 힐링을 줄 수 있는 꽃을 일상 속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꾸가, 블룸앤보울, 테이블플라워 등 꽃을 구독하는 일명 플라워섭스크립션 서비스가 많이 나왔어요. 그들이 잘하고 있는 모습에서 배울점도 많이 느껴집니다. 떼아블라썸은 떼아만의 감성과 경험으로 비즈니스 부분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인 박성준대표가 하는 위패스라는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로컬상점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협업을 통해 전국적인 배송망을 갖출 경우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카페와 꽃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커피를 한잔 사면 자그마한 꽃을 끼워 세트메뉴로 판매하는 것을 업체와 협의 중입니다.
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꽃을 문화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금방 시들어가는 꽃에 몇 만원을 쓰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결혼 전 남편이 제게 꽃을 보냈을 때 그 돈이 아깝게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분전환을 위해 만나 먹는 커피나 밥에 들어가는 몇 만원은 크게 비싸다고 느끼시지는 않습니다. 이런 것도 오랜 기간 익숙해지다보니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꽃도 점차 즐기는 문화로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떼아플라워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약간의 돈을 들여 예쁜 꽃을 나의 공간에 올려놓았을 때, 꽃이 피어있는 내내 사람들에게 주는 힐링과 기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꽃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생활이 여유 있고 즐거워질 수 있구나 하는 소소한 행복은 금전적인 가치로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는 꽃이 일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플로리스트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생기며 많은 플로리스틀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이전부터 예술적인 꽃 장식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있어 선망 받는 직업 중에 하나였어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결혼, 부케, 축하행사, 식당 및 카페, 매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하게 꽃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에게도 꽃은 매우 일상적인 것입니다.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꽃을 묶어서 파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헐리우드 스타들이 길이나 마트에서 꽃을 사는 장면도 인터넷의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보셨을거에요.
떼아블라썸이 그리는 앞으로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떼아블라썸은 앞서도 말씀 드렸 듯이 꽃을 즐기는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로컬 꽃집들은 장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력 있는 플로리스트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꽃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꽃쟁이로서의 오랜 경험을 활용하여 좋은 서비스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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