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ocial에서 많은 분들이 공유하신, 주간조선의 장세진 교수 인터뷰‘삼성전자, 지난 4~5년 이익규모가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 기사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그리고 기사 마지막에 삼성의 리더십에 대해서 지적한 부분을 보면서, 며칠 전 보았던 영화 ‘명량’에서 느꼈던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비슷한 점이 느껴져서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본다. 먼저 장세진 교수 인터뷰의 주요 부분을 간략히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왜, 애플이나 구글 등 경쟁자들과 달리 수익성 급락을 막을 새로운 상품이나 재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 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는 걸까. 장 교수는 오너십의 문제, 경영진의 능력, 조직문화와 역사성, 기술력의 문제가 골고루 다 있기 때문임을 말했다. 그는 “삼성은 시작 때부터 목표가 ‘산업보국’이었다”며 “이것은 산업용 기기나 반도체, TV처럼 그냥 조립 생산해서 대량으로 내다파는 구조로 B2B(기업 간 거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대량 생산엔 능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시작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적 능력이나 사업은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껏 삼성은 한국의 인재만 갖고 (기업을) 했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으로서 계속 높은 수익성 유지하는데 소프트웨어에 약한 한국의 인재만으로는 한계에 왔고, 글로벌 인재를 통해 강화해야 할 부분”
“지금껏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굉장히 강력한 목소리를 내면서, 삼성의 구성원들이 이 회장 한 명만 바라보는 체제였다. 위를 향해, 지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구조다. 전문 경영자들이 스스로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인 거다. 이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화했을 때 이 부회장에게서 ‘이제부터는 날 보지 말고, 알아서들 하세요’란 말이 나오면 과연 ‘삼성전자 전문 경영인들이 진짜 알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란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게 현실적 문제다.”
외부인의 시각이기에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삼성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고 본다. 근데 과연 이게 삼성만의 문제일까? 나는 ‘삼성의 구성원들이 이 회장 한 명만 바라보는 체제였다. 위를 향해, 지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구조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명량’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이순신의 대장선이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군사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순신을 구세주보듯이 바라보는 장면이다(아쉽게도 이 장면은 아직 검색으로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순신은 역시나 확실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군사들은 그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위기를 벗어난다. 어떤가, 장세진 교수가 위에서 언급한 삼성의 모습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이 장면 뿐만이 아니다. 이순신은 명량 해전 시작 전에 해류 등 모든 것을 검토하여 머릿 속에 이미 완전한 작전을 세워두고 있었다. 단 그는 그 작전을 장수들이나 군사들에게 절대 사전에 공유하지 않고, 각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만 공유하며 군사들이 그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한다. 물론 배와 군사의 숫자, 장수들의 사기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 열세에 있었던 이순신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방식이 최선이었을 것이며, 사전에 작전을 공유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 역시 최근 몇 십 년간 애플, 소니 등 경쟁사들과 전쟁과 다름없는 경쟁을 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하에 전 직원의 역량을 총 결집하여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이젠 삼성은 열 두척의 배만 남은 조선 수군이 아니다. 전 세계 최고의 전자 회사 중 하나로서 세계의 우수 인재를 포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창조적인 사업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삼성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기업 총수의 결정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군대식 문화를 갖고 있다. 즉 단순히 이건희 회장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유사한게 아니라 한국 기업들, 또는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에서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리더십이 이순신 장군 스타일의 리더십인 것같다. 하지만 이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창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순신 장군이나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두 분 모두 시대와 상황에 맞는 최적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나라를 지켰고 삼성을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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