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특허 개정 토론회를 통해 알게된 새로운 특허이야기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조직으로 옮겼고, 더 직접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다. 아이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진행하다보니, 글이 잘 안써지고 있습니다.

SW의 가장 선두에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 일해왔다고 자부해왔지만, SW업계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에서 얼마전에 있었던 포럼의 주제였던 “특허” 이야기입니다. 저도 특허에 관해서는 문외한은 아닙니다. 이전 직장에서 아주 많은 특허를 냈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며칠전에 직무 발명 보상금이라고 아직까지도 제 계좌에 돈을 챙겨주더군요. “감사합니다” 하고 또 잘 받았습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만들어낸 출원은 수십개, 등록된 특허는 십여개 이상됩니다. 그 중 실제 서비스에 적용된 것도 있고, 국제특허를 취득한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아이디어 뱅크로서의 가치 증명과 용돈 벌이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개수가 쌓이다보니 어떤 것이 특허로 등록 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조금은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법 이야기였던지라 상당히 어렵고 난해하더군요. 그러나, 새로운 사실을 참 많이 알게 됐습니다.
막연히 특허란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어서 그 내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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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명 : SPRi FORUM
일시 : 2014년 7월 22일, 오후 6:30
장소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판교 글로벌 R&D센터)
논의 안건 : 개정된 SW특허 심사기준이 SW산업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과 SW특허의 딜레마
발표자 : 박상현 (특허청 컴퓨터시스템심사과 사무관), 남희섭 ((사)오픈넷 이사, 변리사)
http://spri.kr/spri/cast/spri_laboratory_activity.cube?TYPE=view&ID=144

1. SW특허의 오랜 논란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특허 대비 어려운 점이 바로 이것에서 출발합니다. 깡통로봇은 천원에 판다면, 인공지능 로봇은 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따라서 9천원에 대한 가치는 분명 어디선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소프트웨어의 가치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분명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원본의 손실 없이 복제가 가능하고, 만져지지 않습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단순히 코딩라인 수로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생산성도 가치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가치를 특허로 보호를 하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전 부터 있었지만, 이에 대한 입장 차이들은 천차 만별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 옹호론 자들은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의 보호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대론자들은 아이디어를 배타적으로 운영함으로서 재사용을 통한 빠른 기술혁신이 특징인 소프트웨어에서는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주장입니다. 두 말 다 사실 그른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 테슬라의 엘론머스크 대표가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위해 자사의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 이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SW개정법에 대한 오해 – 개정법은 보호범위가 확대되지 않았다.

먼저 7월 22일에 있었던 SW개정법에 대한 이슈로 인해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이번 개정의 담당자였던 특허청의 박상현 사무관님이 나와주셨습니다. 앞부분의 특허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 사무관님이 밝혀주신 이번 개정법 해프닝은 상당수가 오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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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법은 주로 기존의 애매모호했던 “프로그램”이라는 용어까지 확대하는 수준의 용어 정리로 보호대상은 확대되나, 보호범위는 확대되지 않으며, 우려했던 인터넷의 “전송”은 실시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보호범위가 확대되는 일은 없다라고 못박았습니다.

인터넷의 전송이 보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것은 오히려 저로서는 또 어리둥절한 일이었지만, 이것을 하기위해서는 또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슈가 된 이유는 언론에 “보호대상 확대”라고 타이틀을 단것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이라고 쓰면 다 기각되던 것을 고친정도로, 단순 용어로서 보호대상 확대는 맞지만, 실제 보호받는 SW의 범위가 확대 된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저도 기존에 제 이름으로 올라갔던 특허들이 모두 ~~~매체.. 라고 제목이 되어있었는데, 이런 법 배경때문이었던 것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프로그램 이라고 써도 된다는 정도입니다.
덕분에 이후에 진행되었던 오픈넷의 발표에는 이번 개정안의 논란을 두고 거센 반박은 있지 않았습니다.

3. 기술을 보호하기 위했던 특허가, 기술을 보호하기보다는 특허 산업으로 변질

그러나, 오픈넷의 남희섭 이사님의 발표자료도 또 다른 시각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허의 원래취지는 누구나 특허를 통해 기술을 개방하여 해당 기술을 쉽게 모방하고, 그 가치를 지불함으로서 기술발전에 도움을 주고자하는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 특허의 소유주는 기술자일까? 법률가일까?

그러나, 오늘날의 특허는 변리사들과 법률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있으며, 특허를 산업화 하여 NPE같은 특허 괴물이 출현하였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도 많은 특허를 썼지만, 제가 발명한 특허의 초록은 저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제 블로그에서 “특허”로 검색해 보시면, 제가 이해하는 수준의 발명의 포스팅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엔지니어들이 이해하는 수준은 그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특허를 엔지니어의 용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라도 출현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차라리 기획서를 첨부하라하는 편이…

2) 과다한 특허 비용

기업들은 이 특허들을 유지하고 피해가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오히려 산업계의 기술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기술자들을 위한 특허가 아닌 법률가들을 위한 특허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죠. 이로인해 과다한 정보비용이 지출되기 시작했고, SW처럼 빠른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오히려 무시하는 것이 비용이 더 경제적인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논란은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통신 분야의 특허들이 표준특허로 인정되어 애플에게 패소한 이유는 특허를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술 혁신의 저해를 인정한 사례입니다.

참고로, 표준 특허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특허는 특정 회사에게 차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비즈니스의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NPE가 벌어들이고 있는 막대한 수익도 그들이 기술적인 혁신 없이도 법률과 M&A만으로 큰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특허가 오히려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동작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3) 혁신적 아이디어의 보호보다는 강자의 방어논리에 휘둘리는 특허

또한 아이디어의 보호를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벤처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속도가 중요한 벤처들은 아이디어의 보호수단은 최소한 만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에 반해 많은 돈을 투입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더 많은 보호수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허전에서는 벤처들이 대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벤처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기업의 경우, 이미지 문제로 인하여 중소기업과의 특허전은 부담스러워 하게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벤처의 아이디어 보호에는 효과적이지 않으면서 대기업은 방어적 수단으로 특허를 취득해두지만 많은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고민거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어떤 특허가 기업에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나 전력도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4)The Winner takes all 승자독식의 취약점

특허는 먼저 등록한 사람이 모든것을 가져갑니다. 남희섭 이사님이 발표했던 것중 또하나 인상적이 었던 것은 전화의 최초의 발명자가 그레이엄 벨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시에 전화기 발명에 도전하고 있었고, 불과 몇시간 차이로 엘리샤 그레이라는 사람이 두번째로 특허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둘 다 전화기를 발명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발명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허 논란은 항상 베낀 사람과 아이디어의 제공자의 사건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이러한 이슈는 불과 10%정도 이며 대부분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라고 합니다. 많은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하더군요.

실제적으로 제가 알기로는 소프트웨어에서는 비즈니스 특허를 걸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구현의 방법을 중심으로 겁니다. 어쩌면 위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인가도 싶기는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같은 목적에도 여러가지 수단이 경쟁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하나의 목적에 최초의 수단만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죠. 물론, 두번째 수단도 특허를 별도로 내주기는 합니다. 첫번째 특허에 돈을 지불해야만 할 가능성은 높지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승자독식 모델이 특허의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4. 국제 환경으로 인한 국내 특허 환경 개선의 어려움

NPE에 대한 우려는 특허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모두 함께 하는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특허에 대하여 서구식 특허가 정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에대한 아이디어들도 나왔는데,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의 김진형 소장님의 의견은 특허의 보호기간을 가변성을 두자는 아이디어와, 디티웨어의 김덕태 대표님의 의견은 해외의 특허정책과 국내의 특허정책을 다르게 가져가는 양면 정책을 취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특허청에서는 해당부분에는 부정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의 일원인 대한민국 특허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룰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허라는 모델을 처음 만들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모델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5. 총평, SW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

여러가지로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의 토론은 뜨거운 주제를 다루어서 그런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으며, 제가 작성한 위의 내용들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특허청에서 배포한 언론의 확대된 제목으로 인해 벌어진 헤프닝이었지만, 덕분에 특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것 같습니다. 한국의 특허시장은 아직 매우 작다고 합니다.

덕분에 NPE(특허괴물)에서 관심이 적지만, SW중심사회를 천명한 대한민국에 SW특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고, 기업들도 이에 대한 전략을 잘 고민해야 하며, 특허청을 포함한 정부는 SW특허가 SW산업계와 벤처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데 고민을 더 많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은 아쉬웠던 점은 특허청의 수비적인 태도였습니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고, 맞춰가는 것 밖에 못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특허시장이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진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각 나라의 경제사정이 다르듯이, 각 나라에 맞는 특허의 환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W에 대한 가치에 대한 인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ps. 9월에는 공공기관 SW무상 배포, 혹은 서비스 에 관한 포럼이 진행 예정이라니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SPRi홈페이지를 참고하셨다가 참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pri.kr

글 : 숲속얘기
출처 : http://goo.gl/FVqJ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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