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이 없다. 물 흐르듯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이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는 없을 것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 자사 제품에 큰 오류를 발견한 회사가 있었다. 임직원들은 어두운 밤을 하얗게 밝히면서도 바다 건너 CEO의 지시에 따라 물 흐르듯 일사불란 함을 보여 주었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안철수연구소 V3 백신 오류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다.
2011년 3월 10일 밤 11시. 백신 소프트웨어 V3 엔진에 업데이트 오류가 발생했다. 밤늦은 사고에 V3의 제조사인 안철수연구소는 즉각 사태를 파악하고 조치사항을 [긴급]이라는 제목을 달아 트위터로 고객들에게 먼저 알렸다. 심야에 백신 엔진을 다운로드 받는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 시각 일본 출장 중이던 CEO에게도 해당 사고 상황이 즉각 보고 되었다. 사고 발생 이후 1시간이 지난 자정. 안철수연구소는 긴급 수정 엔진을 배포하고, 자사 홈페이지와 트위터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했다.
11일 이른 오전부터 회사 공식 블로그에는 엔진 장애와 관련 한 PC오류 조치 방법을 미디어용, 사용자용으로 각각 나누어 자세하게 게시 했다. 오후 1시 49분경에는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V3 엔진 장애와 관련 한 CEO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오후 3시 46분에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V3 엔진 장애 관련 Q&A를 게시해 고객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을 나서서 설명했다. 같은 시간 PC 부팅 장애에 따른 복구 CD 사용법을 오류를 경험 한 고객들에게 공유했다.
사고 발생 익일부터 3일간 회사 전직원들은 엔진 오류를 경험 한 수많은 고객들을 위해 전화상담, 원격점검, 복구CD배달, PC복구 지원 등의 피해 최소화 활동들을 일사불란 하게 진행했다. 특히 당시 주요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었던 트위터를 통해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 기술적으로 24시간동안 고객들의 질문에 1:1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성의를 보였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3일 오전 10시까지 약 2,540건의 장애신고 PC들이 대부분 정상화되었다. 두 시간 후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엔진 장애 개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상황에 대한 완전한 관리 후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정해진 수순을 정확하게 밟았던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상당히 모호한 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모호함이란 실제로 CEO를 비롯하여 임직원들이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일정기간 깊이 있는 사고를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이다. 위기관리 체계의 첫 단추는 우리 회사가 자주 경험 할 수 밖에 없는 위기에 대응 하는 실제적 체계들을 차근차근 마련 해 보는 데에서 꿰어지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공부 할 때도 이미 배우고 익숙한 교과내용을 좀더 정확하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그 다음 새 학기의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자사에게 흔하게 자주 일어나는 위기들이 무엇인지는 단 몇 분의 기억 찾기를 통해서도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그리 흔한 위기를 경험하면서 체계적 대응들을 해 왔는가? 한번 자문해 보는 게 그 다음이다. CEO는 경험을 가지고 제대로 의사결정을 진행했었는가? 임원 각각은 자신의 부서가 당시 해야 할 대응 업무들을 협업을 기반으로 일사불란하게 결정 지시하였는가?
일선 실무자들은 고객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준비된 대로 적절하게 실행했는가? 이런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고, 개선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들여다 보고 대응안들을 보수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체계가 되겠다.
안철수연구소에게도 자사 주력 백신에 대한 오류는 가장 치명적이고 발생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기유형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사고는 자정에 근접한 야간에 발생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미 준비되고 훈련되어 있는 정확한 대응 프로세스와 역할과 책임배분(R&R) 체계를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감지, CEO보고와 의사결정 유도, 고객들을 위한 초기 상황관리 그리고 대고객 및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끊임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막힘이나 지연 없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기업은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할 기업으로 나뉜다. 그리고 한번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은 다음 위기를 더 잘 관리 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그냥 가만히 앉아 유사한 위기를 기다리는 기업으로 다시 나뉜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이미 이전에도 몇 차례 유사한 위기를 경험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음 위기를 좀더 잘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고 훈련했다. 이런 성공담은 그냥 가만히 앉아 다가올 위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기업들에게 특히 큰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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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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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3dLO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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