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게 상장(IPO)이란 숙원과도 같습니다.
하나의 규모 있는 기업체로 당당히 인정받았다는 뜻이까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증표랄까.
그리고 증자나 차입 등다양한 형태의 자본조달이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특히 IT기업은 트렌드와 시장경기에 민감해
한순간에 훅 갈 가능성이 늘 도사리고 있는데
이러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줄여줍니다.
“사업이 어려우면 공모하면 되거든.
그 돈으로 만회해
휘청임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비공개시장에 있다면
왕노릇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여러 모로 위기에 취약하다는 말씀”
그렇다면 모든 벤처기업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는 어떤 상장과정을 거쳤을까요.
마침 오늘이 상장 12주년인데요.
창업 초기 투자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짚어볼까 합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네이버는 99년 삼성SDS
사내벤처로 출발했습니다.
“그는 참 Shy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어느날 동료들을 데려오더니
사내벤처 안시켜주면
단체로 퇴사하겠다고 하더군요.
조용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아
그 패기에 좀 놀랐죠”
(이지수 파수닷컴 CFO, 입사동기)
인터넷시대 국내에서도
제대로된 검색엔진이 필요하다는
비전 아래 출발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왕위쟁탈전 후보선수)
야후, 심마니가 시장을 선점했고
이밖에도 다음, 네띠앙, 라이코스
엠파스, 한미르 등 비슷한 서비스가
우르르 등장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왕관이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상황에서
누가 잡을지 싸우는 형국이었죠.
이해진 의장은 생각을 했죠.
“후발사업자인 우리가
그저 좋은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조달과 인수합병 방식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원,
새롬기술로부터
25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당시 닷컴열풍이 몰아쳤고
창업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죠.
그리고 불과 1년 만인 2000년!
이 의장은 대규모 합병을 진행합니다.
게임포털 한게임,
온라인 마케팅회사 원큐,
검색기술회사 서치솔루션을
지분교환 방식으로 흡수한 것이죠.
풋풋한 시절.
현재 이 둘의 관계는?)
3사와 합친 것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우수 개발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투자는
창업자의 지분율을 감소시키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생존과 미래성공을 더 중요한 가치라
봤기 때문이라 해석 가능합니다.
당시 시장경쟁은 아주 심했고
나중에 가서는
하나의 회사가 모든 시장을 먹는다는 것은
명백했으니까요
그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코스닥 상장!
네이버는 한게임과 합병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특히 2002년 상반기 매출 300억원,
영업익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분위기가 좋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주주 중 하나인 새롬기술이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니네 추가로 투자활동을 할 때
우리랑 사전협의한다고 약속했으면서
3사 합병 당시 물어보지 않았지?”
“니네가 멋대로 벨류에이션을 책정해
우리 지분율이 많이 줄었어.
심의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거야”
“협의 안한 것은 제 실수이긴 한데요.
그래도 주주가 피투자사의
공개시장 입성을 막는 게 어딨어요”
“몰라. 암튼 니네 죽었어”
“3사 합병은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지 않습니까.
지분율 떨어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고요”
“몰라. 암튼 니네 죽었어”
“만약 우리가 상장 못한다면
가뜩이나 뒤에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 뒤쳐져 망할 수도 있어요.
그럼 님들도
결국 Exit(투자금 회수)에
실패하잖아요”
“몰라. 암튼 니네 죽었어”
(나 뿐만 아니라 님도 죽는다고요.
이거 무슨 병림픽도 아니고)
왜 새롬기술은
네이버에 제동을 건 것일까요?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당시 새롬기술은
실적악화, 경영권 분쟁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2002년 영업손실이
250억원이 넘기도 했죠.
“그럼 피투자사 삥 뜯어서
적자 메꾼다는 것?”
결국 2번에 걸쳐
재심의 판정을 받았고
상장의 꿈은 멀어져갑니다.
당시 경쟁사 다음은
연매출 2000억원을 넘는 등
최강자로 군림하며
네이버의 목을 조였던 시기.
이해진 의장은 결단을 내립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지분율 1.6%에 해당하는 제 주식을
아주 싼값으로 넘길게요.
이거면 되는 거죠?
우리가 똘똘 뭉쳐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한 상황입니다 ㅠㅠ”
“흠.. 그러면 특별히 봐줄게”
(상장 통과되고 보호예수
풀리면 바로 팔아야지. 캬캬캬)
네이버 초창기 멤버들은 이 의장에게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는데요.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일화가 바로 이것이죠.
새롬기술은 불과 9억원으로
네이버 주식 12만2971주를 확보하고
여러 차례 걸쳐 이를 184억원에 매각합니다.
실현차익을 계산하면 175억원.
만약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무려 4000억원.
그 다음 상장절차는 순조로웠습니다.
딱 12년 전인 2002년 8월14일
예비심사에 극적으로 통과하고
모두 450억원의 공모금을 유치했죠.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가
검색시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지식인 서비스를 꼽습니다.
근데 지식인 서비스도 상장과 무관하지 않죠.
네이버는
지식인을 런칭하기 전까지
수백명의 인력을 채용해 방대한 DB를 구축하고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책정했는데요.
이게 다 수백억원의 공모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 공짜는 없다. 주면 받는다.
“옛날 중국 전국시대에
환공이라는 왕이 있었어”
“먼치킨(능력자)급 재상인 관중의
도움을 받아 엄청 잘 나갔지.
어느날 한 전쟁이 끝나고
유리한 조건으로 적국과 회맹을 가졌어”
“근데 조말이라는 패장이
환공에게 다가와 목에 칼을 겨누고”
“당신네 국가는 강한데
왜 약한 우리를 괴롭힙니까.
어서 빨리 뺏은 성을 돌려주세요”
(조말)
“알겠으니 칼 좀 빼게”
(환공)
“소원을 들어주시면 뺄게요”
“알았어”
“감사합니다.
그럼 전 자리로..”
“아놔.. 생각해보니 열받네”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미 약속을 했고
어차피 세상은 약자 편입니다.
만약 물리면 우리 평판은 떨어집니다”
“반면 땅을 돌려준다면
주군의 대인배적 면모는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임을 아는 게
정치의 기본입니다”
(관중)
“이해진 의장은 현명했지.
지분율에 연연하지 않고
일단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괜히 투자활동에 소극적이었거나
자칫 새롬기술과 싸웠다면
지금의 네이버는 분명 없었을 거야”
“그는 주식을 양보했고
한국 인터넷시장을 먹었어”
“그리고?”
2. 지분율보다 강한 것은 능력과 정치력이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계급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권력이 세지 않듯이
지분율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리더십이 강하진 않아”
“애플의 스티브잡스만 보더라도.
복귀 이후 지분율이
얼마 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의사결정권이 막강했잖아”
“이해진 의장도 그래.
현재 지분율이 4% 밖에 없지”
“중요한 것은
조직원과 주주들에에게
생존과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비전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이야.
그러면 다들 목숨 걸고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왜냐. 죽고싶지 않거든”
글 : 최용식
출처 : http://goo.gl/3E6S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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