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투비소프트!’ 외치면?
신도림역 플랫폼에서 아무나 붙잡고 “UI가 뭔지 아세요?” 라고 10명에게 물어본다면 대답은?
“유아이? 유아인?”
“그런 여자 몰라요.”
아마 열명 중 아홉은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한 명은 UI, UX를 구별하며 고개를 끄덕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질문을 바꿔보죠.
“투비소프트 아세요?”
역시 열 명 중 아홉은 고개를 저을 겁니다. 단! 이 중 한 명 쯤은 또 “예! 당연히 알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첫 번째 질문에서 답을 말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 때, 이 사람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개발자 내지 관련업계인이라고.
일반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회사, 그러나 업계인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회사. 겉으로 드러나진 않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회사 투비소프트를 월드클래스300 전사 중 네 번째로 소개합니다.
4인의 도원결의, 14년 지난 지금 290명 대형 부대가 되다
오오, 이것이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그 커튼 뒤의 소프트웨어인가요? 뭔가 엄청난 것 같은데, 대체 이게 뭐지?
이게 무엇이며 대체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는 잠시 제쳐두고. 회사가 만들어진 날에 대해서 우선 들어보죠. 그럼 곧장 뭘 만드는 회사인지도 알 수 있겠죠.
“아뇨,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하. 그 때만해도 ‘딱히 뭘 해보자’하고 계획한 건 아녜요. 그저 ‘우리 넷이 모이면 뭐라도 되지 않겠어?’하면서 막연히 시작한거죠. 목적이 있다기보단 목적을 찾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답니다.”
회사 설립을 그렇게 막연하게 하다니, 쉽게 믿기진 않지만 사실이라고 하네요.
2000년 7월 2일, 네 명의 30대 젊은이가 뭉쳤습니다. ‘우린 비록 복숭아나무 아래서는 아니지만 그들보다 더 오래도록 함께 하자’는 듯 분연히 일어선 이 사람들, 삼국시대가 아닌 21세기에 진정한 패자로 기록되자는 꿈을 맹세합니다. 투비소프트의 창업멤버들입니다.
사실 ‘때는 왔도다!’ 외칠 시기는 아니었답니다. 그 땐 바야흐로 벤처 버블이 꺼져가고 벤처회사 세우면 망하기 딱 좋다던 불황기였거든요. 시대에 역행하던 용기였죠. 주변에서 말려도 이들은 ‘우리가 뭉치면 뭔가 되지 않겠냐’고 도원결의를 했으니 말 그대로 진짜 벤처기업이었죠. 이야기 들어보니 정말로 유비 관우 장비를 보는 것 같은데요. 이 쯤 되니 또 하나 궁금해집니다. 2천년전엔 셋 중 나이도 많고 덕망도 있던 유비가 맏형이 되고 대표(왕)가 되었듯, 4인의 공동창업자 중에선 누가 회사의 리더요 대표가 된 거죠?
“저요. 근데 당시 저 하나만 대학원생이고 다른 3인은 경력이 있는 직장인이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들 창업멤버 4인은 단 한명의 이탈멤버 없이 모두 이 건물에서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제가 대표직을 맡았냐고요? 그러게요. 제일 할 줄 아는 게 없어 시켰나? 다들 확실하게 전문 영역을 갖고 있는데 말이죠. 그나마 경영학을 공부했기에 저한테 중책을 맡겨주었나 봅니다.”
지금 마주앉아 이런 회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바로, 이 회사의 수장인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이사입니다. 이렇게 들어보면 인원도 4인조겠다, 정작 대표만 경력이 튀겠다, 삼국지보단 달타냥과 삼총사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14년이 흐르도록 벤처에서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것보다도 이들이 여전히 총사대에 남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창업 목표도, 대표 결정도 어째 즉흥적으로 보이는 회사건만 이탈자도 없겠다, 월드클래스300에 뽑힐만큼 급성장도 했겠다, 가장 이상적인 14년을 보냈군요.
“말이야 저렇게 하시지만 실은 대표님이 경영자에 가장 가까워서 그랬던게 아니겠냐”는 주가현 투비소프트 마케팅팀 대리는 “그런데 정말로, 네 분 모두 회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격식 없이 친하게 서로를 대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회사 자체가 직급에 연연하지를 않습니다. 투비소프트의 사풍입니다. 사규에 따라 이렇게 서로를 ‘님’으로 부르고 있답니다. 태생부터가 함께 동고동락한 4인에 뿌리를 둔 회사입니다. 직원이 많아졌어도 상하관계의 조직보다는 이런 모습을 지키고 싶은 걸까요.
그렇다면 지금은 모두 합쳐 몇 ‘님’이 회사에 있는거죠?
‘뭘 만들자’도 아니고 ‘우리가 모이면 모가 되던 도가 되던 뭐라도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정말 모험심 하나로 시작한 이 회사, 지금은 해외법인 직원까지 합해 290명입니다. 작년 매출액만 284억이고 올해는 350억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 IT기업 중에선 열 손에 들어가는 규모입니다.
자, 어느 때보다도 순서가 늦었답니다. 그럼 보다 정확히, 투비소프트는 대체 어떤 것을 만드는 회사일까요.
우리 없으면 세상 돌아가는 거 쉽지 않을 걸? 우리 연장이 안 쓰이는 업계가 없네
“정말 쉽게 설명하자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무언가를 만들려면 도구나 연장이 있어야 하듯 세상 어떤 소프트웨어라도 개발을 하려면 UI/U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야 하죠. 말하자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대장간이랄까? 기존 PC계열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갖췄습니다.”
그래서 투비소프트를 일반인은 몰라도 IT를 기반한 모든 업계의 사람들은 다 알 수 밖에 없다는 거군요. 만에 하나 투비소프트란 이름을 모른다 해도 이들이 개발한 마이플랫폼, 엑스플랫폼, 넥사플랫폼은 개발자들이 모를리 없다는게 이들의 자부심입니다. 어디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이들이 쓰여졌는지 물었더니, 주식시장에서부터 정부기관까지, 안 쓰이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삼성SDS 같은 회사에선 신입사원들에게 필히 우리 소프트웨어를 교육시킵니다. 공공기관 대국민서비스, 인터넷뱅킹, 주식트레이딩, 회사임직원들이 쓰는 소프트웨어까지 우리 플랫폼으로 제작된 것들이 진출한 업계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우린 ‘대한민국은 투비소프트의 인사이드’라고 자신합니다.”
“그럼 미래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모두를 품에 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시동을 걸고 있죠. 대한민국에선 이미 우리가 시장을 7할 가까이 점유했어요. 해외 시장에서도 이미 일본에선 꽤 알려졌고, 그리고 미국의 상징인 맨하탄에도 진출했습니다. 경쟁사였던 미국의 모 회사를 얼마전 인수했어요. 미, 일에 해외법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아가 세계를 품에 안는 것도 꿈만은 아니죠.”
이제 납득합니다. 이래뵈도 국내 IT계열에선 열 손가락 안에 꼽는 권위를 가진 회사라는 것이.
월드클래스300, 진정한 히든 챔피언의 깃발이 될 것
“월드클래스300에도 선정이 됐겠다, 그럼 자신있으신거죠?”
“우린 맨땅에 헤딩은 안 하죠. 계획대로 착실히 미국, 일본으로 진출한 겁니다. 거기서 가능성은 충분히 봤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지원을 원합니다. 성장과정인 2005년에 중소기업을 통해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작년까지 지식경제부의 월드베이스소프트웨어 지원금을 받은적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할수 있는 지원사업은 많습니다. 단,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도리어 업무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지원사업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번 월드클래스300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창업멤버 4인은 계속 갈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도 흩어지지 않은 것이 정말 대단해 보이는데.”
“그 질문 많이 받아요. 어떻게 창업멤버가 계속 있을수 있는지. 개인적인 욕심 부리지 않고 공동의 것을 추구한게 컸어요. 회사가 무너지는 건 정작 외부가 아닌 내부요인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들에게 고맙습니다. 실무형의 유능한 인재인데다 욕심에 대한 절제도 잘 해주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회사를 원하고 또 그렇게 해온 이 회사는 월드클래스300이 추구하는 히든 챔피언과 정말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미 한국에선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을 구축했습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점유율 20%를 확보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플랫폼으로 세상 모든 시스템이 돌아가는 내일을 꿈꾸는 회사, 정말로 숨어있는 챔피언입니다. 한국챔피언이 동양챔피언 찍고 세계챔피언에 도전하는 행보가 너무 조용하군요. 이 회사, 300 전사 중 소리 소문 없이 목표에 접근하는 어쌔신으로 임명합니다.
글 : 중소기업청
출처 : http://goo.gl/hahg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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