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열린 구글 I/O 2014(구글 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은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를 공개하고, 판매에 나섰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쉽게 말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시계’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검색, 길 찾기, 메시지 확인, 건강상태 확인 등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공개된 세 가지 안드로이드 웨어 ‘삼성전자 기어 라이브’, ‘LG전자 G워치’, ‘모토로라 모토 360’ 가운데 기어 라이브를 입수해 안드로이드 웨어를 체험해봤다.
기능은 크게 네 가지
안드로이드 웨어는 현재 총 11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검색 및 구글 나우(Google now)‘, ‘내 걸음 수 확인’, ‘내 심박 수 확인(옵션)‘, ‘문자 메시지 확인 및 전송’, ‘이메일 확인 및 전송’, ‘일정 확인’, ‘주변 탐색’, ‘음성 메모’, ‘알림’, ‘타이머’, ‘스톱워치’ 등이다.
이를 용도별로 넷으로 나눌 수 있다. 검색 및 구글 나우는 안드로이드 웨어의 핵심 서비스다. 내 걸음 수 확인과 내 심박 수 확인은 건강 관리(헬스케어) 기능이다. 문자 메시지 확인 및 전송, 이메일 확인 및 전송, 일정 확인, 주변 탐색, 음성 메모는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주는 기능이다. 알림, 타이머, 스톱워치는 전자 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즉, 안드로이드 웨어는 구글의 서비스 위에 ‘전자 시계,’ ‘헬스 케어 기능’, ‘스마트폰 기능의 일부’를 적당히 섞은 제품이란 얘기다.
구글 나우
검색 및 구글 나우 기능을 실행하고 특정 단어(키워드)를 말하면 구글 나우 또는 구글 검색이 실행된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를 카드의 형태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음성 비서 서비스다. 예를 들어 날씨라고 말하면 오늘의 날씨와 한 주의 날씨를 정리해서 보여주고, 교통이라고 말하면 주변의 교통상황과 현재 위치에서 집과 직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보여준다. 이 모든 정보를 안드로이드 웨어의 화면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영어로는 100가지가 넘는 키워드에 대응하지만, 우리나라 말로는 30가지 정도만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부족한 키워드는 구글 검색으로 대체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명령한 키워드에 관한 카드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구글 검색이 대신 실행된다. 이를 통해 구글 검색 결과를 간략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검색 결과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으로 신호가 넘어간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창이 열리며 해당 정보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헬스케어
이제 ‘헬스케어 기능’에 대해 알아보자. 내 걸음 수 확인은 사용자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하고, 그래프로 일주일 운동량 통계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운동량 일주일 통계 등 간단한 수치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운동량 데이터는 블루투스를 통해 안드로이드 웨어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이 데이터를 ‘런타스틱(Runtastic)‘ 등 사용자의 운동량을 측정해 통계를 내주는 앱을 통해 가공한 후 보다 자세하게 보여준다. 사용자가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는지, 얼마만큼 더 운동해야 살을 빼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진화한 ‘만보기’다.
내 심박 수 확인은 제품에 내장된 심박 센서로 사용자의 심박 수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평소 심박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내 심박 수 확인 기능은 모든 안드로이드 웨어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어 라이브에만 들어 있다. G워치와 모토 360에는 없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20~30대 사용자는 심박수가 60~75bpm이어야 한다. 기자는 88bpm으로 측정돼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운동해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문자와 이메일도 보낼 수 있어
‘스마트폰 기능의 일부’란 뭘까. 안드로이드 웨어는 스마트폰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 이메일, 일정 등을 간략하게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할 수 있는 게 전부는 아니다. 답장도 보낼 수 있다. 글자 입력은 음성으로 한다. 사용자가 말하면 이를 알아듣고 그대로 받아 적는다. 인식률은 매우 뛰어나다. 빠르게 말해도 대부분 제대로 받아 적는다. 또박또박 말하면 틀리는 경우가 없다. 다만 사투리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구글 캘린더에 자신의 일정을 정리해두면 안드로이드 웨어를 통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전과 한 시간 전에 신호를 보내 사용자가 약속을 깜빡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준다.
음성 메모 기능도 있다. 사용자가 말하는 대로 받아 적어 텍스트로 정리해준다. 그 다음 이 텍스트를 스마트폰에 설치된 메모 앱으로 전달해준다. 메모 앱은 ‘에버노트’, ‘구글 킵’, ‘원더리스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주변 탐색 기능도 유용하다. 이를 활용하면 주변 지형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지도는 안드로이드 웨어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봐야 한다.
음성이 핵심, 터치스크린은 덤
안드로이드 웨어는 대부분의 조작을 음성으로 할 수 있다. 손목에 차고 있다가 제품을 얼굴 근처로 가져가면 화면이 자동으로 켜진다. 그 다음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말하면 ‘검색 및 구글 나우’가 자동 실행된다(이게 기본 화면이다). 여기서 검색을 진행해도 되고, 아니면 터치스크린을 통해 화면을 움직여 다른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무엇을 하던 간에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하면 기본 화면으로 돌아온다.
음성만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터치스크린을 사용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검색 및 구글 나우 등 몇 가지 핵심 기능은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 위해 구글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갤럭시 기어와 뭐가 달라요?
유심히 살펴본 사용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안드로이드 웨어의 기능은 사실 모두 다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한 것들이다. 무언가 독특한 기능을 품고 있는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확장 기기’란 의미다. 때문에 모든 기능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종속적이다. 스마트폰과 연결이 끊기면 구글나우, 문자 메시지 확인 및 전송, 이메일 확인 및 전송, 일정 확인, 주변 탐색, 음성 메모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아예 메뉴에서 사라진다). 헬스케어 기능을 갖춘 전자시계만 남는다. 사용자 임의로 앱을 추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신 안드로이드 웨어를 지원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음으로써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통해 데이터를 생성한 후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자세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주(主)고, 안드로이드 웨어는 부(附)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반면 갤럭시 기어는 제품 속에 앱을 추가해서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앱을 추가하거나 데이터 통신을 하려면 스마트폰과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연결이 끊겨도 앱 자체는 실행할 수 있어, 대부분의 기능이 정상 작동한다. 갤럭시 기어가 주(主)고, 스마트폰이 부(附)인 셈이다.
즉, 안드로이드 웨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세컨드 스크린(두 번째 화면)을 추구하고 있고,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에서 독립해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영체제도 다르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4.4 Watch)로, 갤럭시 기어는 타이젠 운영체제로 실행된다.
아직 갈 길이 구만 리
구글이 야심차게 선보인 안드로이드 웨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일단 모바일 기기치곤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하루, 일반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틀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되도록 매일 충전해줘야 한다. 편리하기 위해 구매한 제품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번거로움만 안겨준 셈이다. 배터리 완전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1시간 30분 내외로 짧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번 충전으로 최소 5일은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액세서리는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 시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어 라이브와 G워치 두 제품 모두 디자인이 좋다고 빈말로도 못하겠다.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면 나름 어울리지만, 정장 등 격식 있는 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시계는 사용자 혼자 보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사용자의 센스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원형 LCD를 채택해 뛰어난 디자인을 보여주는 모토 360의 존재는 고무적이다.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면 제아무리 비싸더라도 사용자는 지갑을 연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슬프게도 웨어러블 기기(안드로이드 웨어 포함)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사용자의 호기심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웨어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20만 원 초반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원형 LCD를 채택한 모토 360은 이보다 더 비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호기심에 접근하려 해도 깜짝 놀라 관심을 접을만한 가격이다.
기능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쓸데 없는 기능을 추가해 가격을 높이려 하지 말고 원가 절감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못해도 10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낮춰야 사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을 하나 더 덧붙인다. 음성 위주로 제품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사용이 꺼려진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속에서 “오케이 구글”과 키워드를 말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낯이 두꺼운 기자조차 얼굴이 화끈거렸다. 속된 말로 쪽 팔렸다. 이렇게 소심한 사용자를 위해 터치스크만으로도 모든 조작을 할 수 있게 업데이트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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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일용 기자(IT동아)
출처 : http://it.donga.com/19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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