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진입을 준비중인 창업자들을 만나 명함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종종 혼란에 빠진다. 먼저, 명함에 있는 회사 사명 혹은 브랜드 이름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뿐 아니라 어떤 의미도 포착할 수 없을 때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어떻게 알릴 건지 걱정된다. 또한, 그들의 브랜드 이름과 로고와 슬로건과 칼라 등 브랜드 요소들이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을 받을 때다. 브랜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일관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내세우는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창업자 본인이 자신의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하물며 브랜드 네이밍(Naming)작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시간과 노력을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매우 당황스럽다. 20년 이상 마케팅 실무에 종사한 필자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브랜드 이름은 고객이 브랜드를 식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고 브랜드의 성공과 직결되는 브랜드의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무엇이 잘못된 건가?
터무니없는 작명은 창업자의 직무유기다.
창업자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네이밍 작업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올바른 브랜드 네이밍 프로세스와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창업자의 막중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 큰 걸림돌이 된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초월하여 최대한 단기간에 고객의 인식 속으로 들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신생 스타트업에게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브랜드 이름 선정은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다.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훌륭한 브랜드 이름을 창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바른 네이밍 프로세스와 방법을 이해하고 따라 하면서 약간의 창의적 노력을 가미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의 마케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이해하기도 쉽고,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운 인상적인 브랜드 이름 창출을 위한 브랜드 네이밍 프로세스(Brand Naming Process)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프로세스는 모든 브랜드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강력한 브랜드 시너지를 창출하는 통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Brand Communication) 전략하에 구성되었다.
– 통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Brand Communication)-
Step 1. 당신의 브랜드를 정의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제품(혹은 서비스) 기획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경쟁사 대비 어떤 우위 점을 가질 것이냐 등의 실질적인 제품 혜택에 관한 고민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에 대한 묘사만으로는 인상적인 브랜드 이름을 창출할 수 없다. 인상적인 브랜드 이름은 당신의 제품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당신의 브랜드에 대한 정의로부터 탄생되기 때문이다.
제품과 브랜드는 다르다. 공장에서는 제품을 만들지만 고객은 브랜드를 구입한다. 브랜드는 퍼스넬리티(Personality)를 지닌 제품이다. 여기서 퍼스넬리티는 브랜드의 신념, 개성, 감정 등을 말한다. 제품에 신념을 심고 개성을 주고 감정의 옷을 입히면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정의와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제품 정의는 기업 측면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질적 혜택 측면에서의 차별성이고, 브랜드 정의는 고객 측면에서 고객이 느끼는 인식상의 차별성이다. 당신의 제품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의 브랜드는 독특하고 색다르다는 이미지를 심어놓아야 한다. 제품에 퍼스넬리티를 입힌 차별적 브랜드 정의는 차별적 브랜드 이름 탄생의 필수 조건이고, 차별적 브랜드 이름은 고객과의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고객 시각에서 접근하여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차별화하고자 하는 창의적 노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가장 빠르고 쉽게 주변에 있는 배달음식점을 찾아주는 서비스’ 라는 묘사는 고객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표현한 제품에 대한 좋은 정의다. 하지만 이 정의만으로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인상적인 브랜드 이름이 창출되기 어렵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은 제품에 차별화된 퍼스넬리티를 입힌 창의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즉, 창업자의 신념을 반영하여 ‘대한민국의 배달 문화를 대표한다’ 라고 브랜드를 정의했기에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훌륭한 이름이 탄생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중심으로 한 관심기반 SNS’ 라는 제품에 관한 정의만으로는 고객이 색다르게 느끼는 브랜드 이름이 창출되기 어렵다.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인 ‘Pin’이라는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연계하여 ‘자신의 관심사를 온라인 보드에 핀으로 고정한다’ 고 개성 있게 브랜드를 정의한 결과 ‘Pinterest’ 라는 또 하나의 훌륭한 이름이 탄생된 것이다.
브랜드 정의가 먼저다. 좋은 브랜드 이름 창출을 위해서도 브랜드 요소간 조화와 통합을 위해서도 일관적 브랜드 이미지 형성을 위해서도 제일 먼저 당신의 브랜드를 명확하고 차별되게 정의해야 한다. 제품에 퍼스넬리티를 입히는 당신의 창의적 노력이 모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시작이고 기준이 되는 것이다.
Step 2. 브랜드 컨셉을 추출하라.
명확하고 차별되게 당신의 브랜드를 정의했다면, 다음은 브랜드 정의에서 키워드를 추출해내는 브랜드 컨셉 과정이다. 브랜드 컨셉은 브랜드 정의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이며 브랜드 이름과 바로 연결된다. ‘대한민국의 배달 문화를 대표한다’ 의 브랜드 컨셉은 ‘배달 문화’ 이고, ‘자신의 관심사를 온라인 보드에 핀으로 고정한다’ 에서 추출된 키워드는 ‘관심사 핀 고정’ 이 되는 것이다.
최근 오픈한 삼성전자의 최신제품에 대한 체험과 구매 및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한 홍보관인 삼성 딜라이트의 브랜드 정의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입힌 ‘당신의 즐거운 디지털 경험이 가득한 IT 플레이스’이고 여기서 추출되는 브랜드 컨셉은 ‘디지털 즐거움’이다. 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사이트를 만들면 최고 지성의 하버드 학생들도 몰려 들 것이라는 원초적 가설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의 브랜드 정의는 ‘하버드 학생들의 사적인 정보와 사진을 즐기는 인명록’ 이었고, 이 정의에서 뽑아낸 키워드는 ‘얼굴 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Vertical Platform
출처 : http://goo.gl/zYy9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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