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인 관련 기사에 보면 팬덤(Fandom)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팬덤의 정의를 검색해보면 ‘스타를 쫒아다니는 팬들처럼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이라는 설명과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이다. ’팬덤이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팬덤문화라는 말이 탄생하였다’라는 해석이 붙어 다닌다.
이 용어 자체가 영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럴 때 미국인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그럴 친구가 없을 경우, 특정 단어가 외국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인지 알기 위한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주소창에 www.ABCD.com을 쳐보는 것이다. 외국에서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거의 100% 사이트로 연결되며, 그렇지 않은 단어는 페이지가 없거나 도메인선점(Domain Squirting)페이지로 이동한다.
또 다른 방법은 같은 단어에 대해 구글 영어 검색 결과와 네이버의 한글 검색결과를 비교하는 것인데 네이버에서 나오는 검색결과에서의 단어 쓰임이 구글 검색결과의 패턴이 많이 다르다면 한국에서만 주로 쓰는 외국어 단어일 확률이 높다.
팬덤에 대해 두 가지를 다해본 결과 www.fandom.com은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 결과 패턴이 확연히 다르다. 팬덤이라는 단어가 외국에서도 사용되기는 하지만 한국 언론기사에 나오는 것만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2014년 세계브랜드 가치 1위를 달성한 애플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그 요인으로서 충성스러운 애플 소비자를 꼽는다. 다른 회사들은 애플과 같은 충직한 팬층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 팬덤이라면 스타를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는 팬들처럼 애플에 열광하는 열성 소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들에게 애플의 제품은 맹신적인 신뢰(Blind Faith)와 무한 애정의 대상이며,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애플제품을 전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모든 정보기기를 애플로 구매한다.
‘애플빠’ 같은 명칭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아이폰 3GS가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부터인데 아이폰에 열광하던 이들이 아이패드와 맥북을 사면서 애플중심의 소비자로 고정되었다. 이들이 애플의 최근 성공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40년이 되어가는 애플의 역사를 볼 때 애플빠(애플 팬덤)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기간은 불과 4~5년 밖에 되지 않는다. 애플 팬덤은 애플이 이미 성공한 뒤에 생긴 팬층이며, 팬덤이 생기기까지 성공을 이끈 요인은 다수의 팬덤이 아니라 소수의 애플 매니아들 덕분이다.
애플은 1977년 애플II 이후 PC업계에서 평균 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마이너 회사였다. 심지어 90년대에는 2%대로 떨어지면서 회사의 존속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 적도 있다. 최초로 평균 시장점유율을 넘긴 애플제품은 매킨토시가 아니라 2001년 판매를 시작한 iPod이었으며 현재 미국에서 iPod은 소니의 워크맨처럼 MP3P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iPod으로 처음 주류시장에 올라선 것이다. 그 이후 아이폰을 출시하며 한때 스마트폰 시장을 과점하고,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초기 태블릿 시장에서 독점하다시피했다. 애플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게 애플제품이 사용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스마트폰이 초기시장을 벗어나면서 다양한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고, 한국에서 50% 넘던 아이폰 사용자수가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애플빠가 사라졌다거나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는 식으로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기적인 팬덤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모든 애플사용자가 열성 팬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애플의 로열티를 이끄는 애플 매니아들은 4~5년의 단기간에 형성된 ‘팬덤’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골수 애플 매니아들과 이야기 해보면 ‘요즘 애플제품이 너무 흔해졌다’ 라고 말한다. 이들은 애플이 시장 점유울 5%대인 마이너리티 시절에 매킨토시부터 사용하던 사람들로 (한국의 특성상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1%정도였다) 20여년 전에 1천만원 이상을 매킨토시 구입에 사용했다. 이 때는 애플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특권이었으며 아무나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애플 제품을 못쓰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애플 제품의 사용자가 적다보니 애플 사용자를 만나게 되면 동지의식 같은 것도 느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사과마크가 붙은 애플을 사용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뭔가 특별한 사람 취급을 받던 시기였다. 그런 사람들에게 현재 넘쳐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은 그 때의 그 느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이 너무 흔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들은 진심으로 애플이 덜 팔리기를 바란다.
애플 매니아와 팬덤이 구별되는 점이 이렇기에 다른 회사가 일시적인 팬덤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애플과 같은 지속적인 ‘매니아 팬층’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애플 제품이 주던 마이너리티 시절의 그 특별한 느낌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 : 니오
원문 : http://nweb.kr/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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