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발생하면 CEO는 주변을 돌아 본다. 이 위기를 관리해 낼 적절한 인력을 찾는다. 오랜 경험을 가진 사내 전문가들이 풍부하게 포진하고 있다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고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취임하자 마자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은 CEO가 외부로부터 백기사들을 고용해 단호한 대응을 해버린 기업이 있다. GM의 이야기다.
2013년 12월 10일. GM은 당시 신차 개발 부문 부사장인 메리 바라(Mary Barra)를 새로운 CEO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가 된 메리 바라는 고졸학력의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33년만에 CEO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그런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임 후 불과 3개월여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GM 차량들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면서 리콜 대상 차량이 수백만 대를 넘어섰다. 더구나 GM이 점화장치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10년 동안 숨기다 뒤늦게 리콜에 나선 것이 알려지며 전세계적인 비난까지 받게 되었다.
점차 여론이 악화돼 일부 언론에서는 바라 대표가 위험한 사고의 원인이 된 자동차 부품 결함을 사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늦장 리콜의 이유와 경위에 대해서 의회가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바라 대표의 입지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대응해 바라 대표는 여장부답게 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내부적으로 상황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조사한 것으로 유명한 안톤 발루카스 변호사를 고용했다. 발루카스 변호사는 GM 내외부 관계자 230명을 인터뷰하고 수백만 페이지의 자료를 검토해 충실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발루카스 변호사 팀의 보고서는 바라 대표의 위기관리 전략에 기반이 되었다.
이후 바라 대표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GM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과 이를 방치하는 패턴이 현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실수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바로 늑장 리콜의 책임을 물어 부회장과 디렉터 등을 포함해 총 직원 15명을 해고했다.
동시에 바라 대표는 점화정치 결함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이 보상 처리를 위해 9·11 테러 피해자와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피해 보상 업무를 맡았던 켄 파인버그 변호사를 고용했다. ‘참사 처리의 달인(master of disaster)’으로 불리는 파인버그 변호사는 소송보다는 타협을 이끌어 내기로 유명한 협상자로 알려져 있다. 바라 대표의 위기관리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인선이었다.
초짜 여성 CEO으로 보기에는 빠르고 단호한 결정들이었다. 내부 정치 싸움에 연결되어 있는 여러 무능한 정적들을 견제하기 위해 제3자 전문가들을 불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했다. 이런 정치적인 결단을 통해 자신과 오래된 내부 문제들과의 단절을 이루어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정의해 버렸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GM의 원칙에 반한 책임 있는 인사들을 정리 해 완전한 과거와의 단절을 이루어 냈다.
외부적으로는 GM이 책임 져야 할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전략적으로 보상 의지를 피력하며 여론을 관리했다. 이를 위해 간헐적 경험을 가진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에서 성공적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초빙해 무게를 더했다. 피해 고객들도 중량급 인사가 자신들과 협상에 나선다는 부분에서 GM이 얼마나 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바라 대표는 이후 청문회 출석 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우리는 문제를 알자마자 즉각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문제를 알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즉각’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이해될 수 있는 결과들을 보여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파악하는데 있어 외부 전무가들의 개입을 극히 두려워하고 민감하게 생각한다. 보상과 관련 한 처리에서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에게 보상 협상을 맡긴다면 자사가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큰 거부감을 보인다. 경험이 적은 내부 인력들이 회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협상을 시도하다 보니 문제는 장기화되고 사회적인 여론은 악화된다.
GM의 바라 대표는 이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진 경영자였다. 엄청난 곤경에서 자신을 구해낼 백기사로 외부 전문가들을 완전하게 활용해 위기를 관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의 철학을 닮았다. 위기 발생시 최고경영자들이 가져야 할 시각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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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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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gyEF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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