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카카오 조사를 둘러싼 7가지 이야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바일 상품권 판매 정책을 변경한 카카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카카오에 무슨 일이 있었나​

공정위가 카카오를 조사하는 이유는

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나?​

카카오의 입장, 오히려 시장참여자 늘었다

SK플래닛 등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까닭

카카오는 왜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말로 살펴봐야 할 것

1.카카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카카오는 지난 7월 1일부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하는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직접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통로만 제공해주는 ‘중계사업자’였다면, 직접 상품을 파는 ‘통신판매업자’로 나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연말부터 기존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상품권을 판매하던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CJ E&M(쿠투), 윈큐브마케팅(기프팅)과의 계약 연장을 거절했습니다.

카카오는 미환급금(낙전)이 너무 많아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심해지고, 각각의 판매 업체가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니 직접 챙기겠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또 카카오는 수신자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더라도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교환권에 대해자동으로 현금 환불 절차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현금 환불을 신청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선물하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 포인트로 자동 환불해 주기로 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이 부분이 미래부 가이드 라인보다 나아간 고객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존 입주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 라인에 맞춰 고객서비스를 개선하려 했는데, 집주인 카카오가 세입자를 일방적으로 쫓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 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4사에 레드카드를 던지다

2.공정위가 카카오를 조사하는 이유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플랫폼사업자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콘텐츠 제공업자를 착취·차별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것으로, 특정 사업자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당연히 네이버, 구글, 카카오를 겨냥했다고 받아들여졌죠.

▲공정거래위원회 대통령 보고 내용(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 대통령 보고 내용(자료=공정위)

이 같은 정책 목표가 세워진 상황에서 지난 7월 3일 카카오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일부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카카오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SK플래닛 측은 이번 일을 “카카오톡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모바일 상품권시장 독점’ 행위”로 규정합니다.

또 “카카오톡의 행위는 모바일 상품권 유통의 90%를 차지하는 필수적인 채널인 카카오톡 입점 거절로 필수요소의 사용 또는 접근을 못하게 해 기존 모바일 상품권 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 판단할 내용이지만, 합리적인 반대 논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선 모바일상품권 시장을 따로 떨어진 독립된 시장으로 볼 수 있느냐?

모바일 상품권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 형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더라도 카카오 선물하기로 살 수도 있고, 소셜 커머스에서 이용권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제 막 개화한 각종 간편결제 솔루션을 통해 구매하기도 하고, 극소수이긴 하지만 비트코인을 통해서 살 수도 있죠.

▲티켓몬스터에서 팔고 있는 커피빈 이용권. 이건 모바일 상품권 일까 아닐까?(사진=티켓몬스터)
▲티켓몬스터에서 팔고 있는 커피빈 이용권. 이건 모바일 상품권 일까 아닐까?(사진=티켓몬스터)

이제 막 성장이 본궤도 오른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의 한 측면을, 그 부분만 떼어내 별도의 시장으로 구획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입니다.

또 정말 카카오가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느냐?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카오를 제외하더라도 모바일 오픈마켓, 각종 통신사의 포인트몰,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각종 O2O서비스까지 모바일 상품권 유통경로는 다양합니다. 각 유통 경로별 정확한 통계는 집계된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전체적인 시장 조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이 90%에 달한다는 이야기는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습니다. KT엠하우스의 경우 대표이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 매출 의존도는 30% 정도라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4. 카카오의 입장 오히려 시장참여자 늘었다

그럼 현실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카카오가 이 시장을 다 먹고 있을까요? 카카오는 카카오 선물하기에 참여한 ‘쿠폰 판매 사업자’의 숫자는 기존 ‘4’에서 ‘13’으로 늘어났고 누구나 더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이 통신판매사업자로 나섰지만, 쿠폰 공급은 여전히 중소사업자로부터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에는 쿠폰 사업자가 CS와 환급 등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그런 여력이 있는 대표적인 4사가 카카오 선물하기를 운영했습니다.

카카오판매도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여력이 없는 중소 쿠폰사업자가, 카카오와 모바일쿠폰 공급 계약(즉, 소비자를 만날 필요 없이, 카카오에 물건을 제공하는 총판의 역할)을 체결해 카카오 선물하기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 선물하기에 참여한 13개 사는 기존에는 카카오선물하기에 입점해 있었던 ‘4개 회사’에 쿠폰을 공급했거나, 이번에 카카오가 방식을 바꾸며 새롭게 참여한 회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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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한 업체관계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기존에는 4사 중 일부에게 쿠폰을 공급했지만, 지금은 카카오에게 직접 공급하고 있습니다”며 “이전에는 B2B 쿠폰 판매 중심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B2C도 늘려볼 방침”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만, 일부 상품은 중간 쿠폰 사업자를 끼지 않고 카카오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불가하다는 것이 카카오의 입장입니다.

5. SK플래닛 등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까닭

그럼 기존 4사도 카카오에 물건을 공급하면 되지 않을까? 절차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카카오도 언제든지 기존 4사로부터 모바일 상품권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중계사업자에서 통신판매업체로 전환하며, 평균적으로 일반 오픈마켓 이상의 마진율을 상품권 공급업체에게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객상담이나 환불 등이 카카오의 책임이 되면서 운영비가 늘어났겠죠.

그 결과 기존 4사는 단순한 중간단계 상인이 되면서 예전보다 마진율이 떨어졌다는 측면과 강화된 미래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차피 낙전(미환급금) 수익도 못 얻게 된 거……

“그렇다면 카카오를 공격한다!(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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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존에는 분명히 통신사업자와 중계사업자로 같이 시장을 키워온 파트너였는데, 일순간에 카카오에게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중간 도매업자(?)로 전락해 배신감과 더불어 대기업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SK플래닛도 카카오 선물하기에 다시 들어 올 것”이라며 “지금의 모습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한 일종의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6.카카오는 왜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가?

중국에서 텐센트가 위챗을 앞세워 모바일 전자상거래을 공략하고, 일본에서도 라인은 ‘라인@’이라는 O2O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모바일 게임 사업을 이을 ‘카카오’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선보일 예정일 ‘카카오 간편결제’를 카카오 선물하기에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카카오 측 공식 입장은 홈쇼핑이 최우선). 기존에는 중계사업자(카카오) – 통신판매업자(상품권 판매업체) – 전자결제사(PG)가 각각 따로 소비자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카카오가 제시한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 추정치(자료=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가 제시한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 추정치(자료=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가 중계사업자에서 통신판매업가 되고, 결제까지 책임지면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자상거래는 카카오가 주관하게 됩니다. 소비자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커지지만, 사업의 편의성과 확장성(텐센트처럼…) 등 훨씬 다양한 사업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존처럼 중계업체로만 있으면, 상품구성에 결국 다른 파트너사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고..신속한 사업대응이 어려워 질 것입니다. 그래서 예상된 비판을 무릎쓰고 카카오가 강수를 빼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워낙 상품권 시장에 대한 불만이 많다보니, 다른 사업체에게 맡겨 뒀다가는 플랫폼으로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7.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말로 살펴봐야 할 것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해줘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우선 최대한 빨리 조사를 진행해, 모바일 상품권 판매 시장이 단일 시장으로 구획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합니다.

만약 카카오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모두에게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카카오에게 상품권을 공급하고 있는 13개사들은 중소사업자들로 현재 카카오용 상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수익을 위해 영업망을 늘리는 등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계속된 분쟁으로 사업환경이 불안하면 정말 중소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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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카카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는 4개회사가 경쟁하고 있어서 중소상품권 판매업체나 제품을 가진 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에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국 최종 판매자는 ‘카카오’ 하나로 귀결됐기 때문에, 카카오가 무리한 마진을 부담하게 한다든지, 비상식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가 기존 4사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보다, 이 점이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기업을 위한 ‘공정위’가 아닌 공정한 거래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라면 말이죠.

글 : 최준호
출처 : http://goo.gl/KAc90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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