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Startup 문화가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

정말 오랜만에 글을 기고합니다. 사실 작년에 뉴욕 HF 일을 그만두고 귀국하여 Startup Investment 관련된 일을 국내에서 하고 있습니다.

Source: http://goo.gl/35MX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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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아시겠지만, 한국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해서, 저도 여기 몸담고 있는 동안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속시원하게 밝히지 못할 것 같아 그 동안 포스팅을 계속 망설여왔습니다. 필진으로 계속 눈팅만 하는 것이 죄책감도 들고, 저도 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싶어, 실질적으로 하는 일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조금은 두루뭉술하더라도 conceptual한 얘기 쪽으로 풀어나가겠습니다.

금번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SNS, Social Marketing의 급부상으로 한국에도 Startup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15년 정도 전 까지는 고시를 향해 달려가던 것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류였던 것 같고, 10년 정도 전에는 Banking과 Consulting의 붐이 일어났고, 5년 전 금융위기 이후에는 안정 위주의 대기업 취직에 사람이 몰리더니, 요새는 Startup에 많은 인재들이 뛰어드는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저도 작은 sample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모집단 전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최소한 제 눈에는 두드려져 보이는 최근 trend인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Startup 문화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능성의 문제보다는 먼저 성공해야만 하는 그 당위성의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Startup이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

1. ‘성공’은 한가지 의미가 아니다

재능은 표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습니다. 이는 말콤 글래드웰을 비롯한 수많은 석학들도 방대한 데이터를 논거로 증명해온 사실이며, 이 때문에 ‘인재가 없어서’ 나라가 혹은 회사가 잘 안 되었다 함은, 인재 자체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 인재를 육성해줄만한 토양이 혹은 그 인재를 담을만한 그릇이 없어서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듯 싶습니다.

회사에서, 국가에서 혹은 세계적으로 ‘성공’한다 함은, 그 조직 속에서 가지고 있는 Criteria로 평가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으로 계량화가 되겠지요. 그런데 현대 사회는, 최소한 제가 느끼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예전처럼 소수의 Criteria로 쉽게 정의내려지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를 급제하면 장땡이었고, 80~90년대까지만 해도 ‘고등고시’를 합격하면 사회의 어느 분야에 가도 인정을 받고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기업의 임원은 여전히 어느 곳에서도 성공한 자로 인정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부, 권력, 명예라는 3대 요소가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향후에도 이런 잣대가 통용이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위의 사례들이 잘못되어서도 아니고, 그 직업들이 앞으로 필요없어질 직업이어서도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발달한 인터넷과 현재 젊은 세대들이 겪은 exposure가 기성 세대와는 정말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등 학교 기숙사나 창고에서 반바지에 쪼리나 신고 시작한 회사들이 점잖은 양복 입고 헛기침 하는 큰 회사들을 무너뜨리는 것을 이미 지켜보았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 서부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startup network가 형성되며 기존의 체제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사회악처럼 취급하는 몇몇 금융기업들에 비해 개인 Privacy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은 또 얼마나 도덕적인가 하는 것을 따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수준의 토론이 또 시작되어야겠지만, 제가 여기서 짧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긍정적 창조를 목도해온 현재 세대는 (일시적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해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그러한 길을 본인들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예를 들어, 법원이 위대한 곳이어서 위대한 인재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고, 위대한 인재들이 (그 당시의 criteria에 맞추어) 법원으로 갔기에 위대한 곳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이라는 말이 저도 거슬립니다만,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네요)

요지는, 새 시대의 성공하고픈 인재들은 보고 들은 것들에 의해 결국 기존의 체제가 정해주는 ‘좋은 곳’이 아닌 자신들이 만들어나가는 좋은 곳으로 갈 것이라 보이며, 그것이 또한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2. 대기업은 자체적인 혁신 근육이 있는가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급격하게 잃어가는 곳도 있구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유는 아주 간단한 것이, 일단 한 분야에서 성공을 해서 몸집을 불리고 나면 이미 성공해버린 그 분야를 포기하기 않고서는 인력이나 자원 등이 새로운, 특히 혁신적인 조직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Innovator’s Dilemma라는 유명한 이론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과 Non-대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그 혁신을 위한 근육을 외부에서 조달, 즉 Startup을 통해 조달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Commercial Contract의 형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테고, M&A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그러한 업무 제휴를 폄하해서도 안 되고, 안 해서 내가 아쉽나 니가 아쉽지라는 태도로 임해서도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잘 이행되지 않는 이런 부분은, 마치 2007년 Housing Crisis가 오기 직전, 정말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뭔가 Mortgage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좌시하고 있다가 경제가 Crash한 것과 비견할 만한 기존 기업들의 쇠퇴가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큰 회사들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회사들에도 연쇄적인 여파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기업과 Startup들의 온전한 ecosystem sharing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의사결정도 습관이다

한국 사람들은 참 착합니다. Business School 다닐 때 봐도 출석률도 제일 좋고 (골프에 헌신하신 몇 분들 제외하고는) 숙제도 꼬박꼬박 잘해옵니다. 저는 이러한 순종성에 대해서, 좀 거창할 수 있지만, 충과 효를 양대 으뜸 덕목으로 삼는 유교 문화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라 한다면, 의사결정 능력이 매우 매우 매우 약합니다. 충효에 기반을 하다보니, 웃어른, 윗사람이 지시를 내려주는 것에 대해 충효의 마음가짐으로 묵묵하게 집행하고 진행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반문하는 것은 대든다고 해석이 되며,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 대부분은 젊은 시절에 의사결정 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점심에 뭐 먹을지도 보통 ‘다 좋아요’가 대답이고, 안주 뭐 먹을래에 대한 대답도 ‘아무거나’입니다. 점심에 뭘 먹느냐 안주를 뭘 시키느냐에 따라 기껏해야 체중 변동이 약간 있을 뿐이지만, 언젠가 이렇게 의사결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때 얼마나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현재 각 회사의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의 케이스도 솔직히 궁금합니다.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Risk Taking,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밖에 없는 opposition management, 의사결정 이후의 responsibility 등은 조직 생활을 하면 할 수록 더욱 필요한 덕목이지만, 기존의 조직들에서는 배우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향후 세계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터, 큰 회사던 작은 회사던 수많은 책임감 있는 리더들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의사결정의 달인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Startup이라는 조직 체계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큰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당위성은 이 정도로 해 두고, 다음에는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여,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 대해 제 의견을 공유해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기고를 해서 좀 두서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ㅠ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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