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리프트(Lyft) 드라이버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에서 반나절동안 운전을 해봤다.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지난번 우버에 대해 썼던 블로그에 언급했듯,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예전에 운전자로 신청을 했었는데, 택시 운전사가 되어 제한 시간 내에 손님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크레이지 택시‘ 라는 게임 생각도 났고, 날씨 좋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구석구석을 운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나가봤다.
일단 운전자로 등록이 되면, 리프트 운전을 시작하는 건 너무나 간단하다. 그냥 앱을 열고 드라이버 모드를 켜면 된다. 그러면 즉시 예약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시간은 약 오전 8시. 미처 프리웨이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딩동”하고 리프트 신청이 들어왔다. 이런 신청이 들어오면 15초 이내에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바로 수락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로 갔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미션(Mission)이라고 불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나를 부른 첫 고객은 카스트로 구역(Castro District)으로 일하러 가는 남자였다. 카스트로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게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간드러지는 친절한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게이였다. 긴 연휴인데 주말 계획이 따로 없느냐 묻자 주말에는 일을 하지만 다음주에 일주일동안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한다. 목적지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 팜 스프링스는 LA 근처에 위치한 도시인데, 한국인에게는 초대형 아웃렛 몰(Outlet Mall)로 유명한 곳이고, 각종 골프장과 리조트들이 몰려 있어 LA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러 가는 곳이다. 그런 곳에 왜 가느냐 물었더니 거기 게이 리조트(Gay Resort)가 무척 많다고 했다 (지금 찾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게이 리조트가 많은 도시라고).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이 리조트 내에서는 복장 제한이 없다고(often clothing-optional), 즉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게 어떤 광경일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
흥미로웠던 첫 고객을 내려주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하고 나서 리프트 앱을 열어 Drop Off(내려주기) 버튼을 누른 후 별 다섯 개 리뷰를 주었다.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스타벅스에 커피 마시러 가는 한 젊은 남자. 차로 8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다. 몇 마디 주고 받고 인사하고 나니 벌써 목적지 도착. 내려주고 나서 1분쯤 지나니 또 리프트 신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가는 남자였다. 크로스핏(Crossfit)을 하러 가는데, 전에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도 했었다고 한다. 크로스핏이 얼마나 몸에 좋고 운동이 많이 되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10여분을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다음 손님은, 요가를 하러 가는 젊은 남녀. 전 손님을 태웠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코스였다.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지 않느냐고 말하며 스스로 웃는다.
내려주고 나서 좀 쉴까 했더니 곧 예약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외진 곳이었다. 도착하니 체격 좋은 남자가 큰 배낭을 들고 차에 탄다. 그가 입력한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0km나 떨어진 리치몬드(Richmond)였다. 허걱…했지만 승차 거부를 할 수도 없고… 일단 태워서 출발했다. 미국 해군(US Navy)에서 6년간 일하고 나왔단다. 형을 만나러 새크라멘토(Sacramento)로 가야 하는데 전철을 타고 나서 기차로 갈아타려니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일단 기차역에 데려다달라는 요청이었다. 40여분동안 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도착했고, 그는 무사히 기차에 탈 수 있었다.
길이 7km의 베이 브릿지(Bay Bridge)를 건너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니 바로 ‘띵동’소리가 났다. 나를 부른 위치는 한 고급 호텔 앞. 백인 커플이 뒷자리에 탔다 (Lyft에서는 혼자 타는 손님의 경우 항상 앞자리에 탄다. 그게 관습이고, 우버 손님과 다른 점이다). 플로리다에 사는데 샌프란시스코 놀러왔다고 한다. 날씨가 좋다며 감탄했다.
그 다음에는 페이스북에 다니는 한 젊은 엔지니어와 아이오와(Iowa)에서 그를 방문하러 온 이모들, 그 다음은 다음주 일본으로 순회 공연 예정인 페인티드 팜즈(Painted Palms)라는 밴드의 보컬리스트 등..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이사온 지 3년이 안된 사람들이었고, 스타트업/테크놀러지 업계에 일하는 젋은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하게도 리프트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얼마를 벌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팁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날 번 돈은 다음날 한꺼번에 정리가 되어 리포트 형태로 도착한다. 왜 이렇게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시간과 장소에 따라 요금이 비싸지기도 하고, 손님쪽에서 클레임(Claim)이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서 최종 정산을 하기 위해 그러지 않았나 싶다. 다음날 점심쯤에 아래와 같은 보고서를 받았다.
5시간동안 80km를 운전한 노동의 대가는 131.60달러. 기름값과 차의 감가 상각을 빼고 나면 순이익은 많아야 100달러. 시간당 인건비로 따지면 20달러가 되지 않아 돈벌이 수단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토요일 아침에 상쾌한 샌프란시스코를 운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돈도 한 100달러 벌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리프트에 대해 알게 된 것 몇 가지를 추가해보겠다. 첫째로, 매주 운전자에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정보를 보내준다. 아침 저녁으로 리프트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아래 그래프도 재미있다. 아침에는 주거지인 샌프란시스코 북쪽과 남쪽에서 많이 요청을 하며, 저녁에는 회사들이 밀집한 다운타운과 소마(SOMA) 지역에서 많이 요청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운전자 모드 상태에서는 실시간으로 ‘프라임 타임’ 지도가 표시되는데, 이 시간 동안에 빨갛게 표시된 곳에서 손님을 태우면 최소 25%, 많게는 200%까지 할증이 붙는다.
리프트(Lyft)는 우버(Uber)에 밀려 항상 2순위로 언급되지만, ‘차량 공유’의 개념은 우버보다 먼저 실험하고 시도했던 회사이다. 리프트의 전신이 짐라이드(Zimride)이기 때문이다.
짐라이드는 처음 미국에 왔던 2007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던 회사이다. 원래 카풀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만든 회사였는데, 당시 UCLA와 계약을 맺고, UCLA 학생들 간의 카풀(carpool)을 중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UCLA 학생들에게는 버스 요금 할인이 되고, LA에서 차 없이 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오라클(Oracle)과도 계약을 해서 오라클 직원들간 카풀 중개도 하고 있는데, 이용량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짐라이드가 리프트로 바뀌고, 마침내 오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긴 역사를 테크크런치에서 아주 상세하게 실었는데,긴 글이지만 시간 내어 읽어볼 만하다. 처음 카풀 서비스 아이디어를 생각한 로건 그린(Logan Green)은 맷 반 혼(Matt Van Horn)이라는 친구와 함께 했던 짐바브웨(Zimbabwe)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한, 대중 교통은 5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거나, 어쩌면 더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걸 알고 나자 낙담했어요. “We realized that unless public opinion at some large scale changes, public transit is going to look the same or even worse 50 years from now,” Logan says. “And it’s always disappointing to feel like you have a glimpse into the future and it’s worse, or at least not improving, in any way.”
(짐바브웨에서는) 거리가 조용했어요. 정부는 대중 교통을 제공할 엄두를 못냈죠. 대신, 사람들이 미니밴으로 카풀해서 다녔어요. “The streets were quiet because nobody was driving, and the government was too busy ruining the country to think about providing services like public transportation,” Logan says. So instead, people piled into shared minivans as a way to get around.
제품을 만들고 나자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에 근무하던 존 짐머(John Zimmer)가 관심을 보이며 찾아왔고, 후에 로건과 존은 공동 대표(Co-CEO)가 된다. Sean Aggarwal이라는 이베이(eBay)의 임원이 첫 엔젤 투자를 했고, 그들은 그 돈으로 30달러짜리 코스튬(Costume)을 샀다.
그리고 이 옷을 입고 코넬 대학에 가서 홍보를 했는데 꽤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후 페이스북으로부터 25만달러의 그랜트(grant) 상금을 받았고, 회사를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한다. 2008년의 일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짐라이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느날 온마이웨이(On My Way)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드라이버와 라이더(Rider)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리프트(Lyft)의 전신이 되었다. 짐라이드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홀딩스(Enterprise Holidngs)에 매각하며, 그들은 리프트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우버(Uber)와는 차별되는, 리프트 서비스만이 가져야 할 문화를 만들었다. 분홍색 콧수염(Pink Moustache)는 그 중 하나이다.
리프트가 집중하는 차별화된 문화는 ‘카 쉐어링’이다. 우버는 처음에 전문 운전사들과 계약을 맺으며 서비스를 시작한 데 반해, 리프트는 ‘쉐어링(sharing)’을 강조했다. 처음에 리프트를 이용할 때 평소에 택시 타던 대로 뒷자리에 타려고 했더니 리프트 운전자가 그러지 말고 앞자리에 타라고 해서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다. 내가 드라이버가 되어 운전해보니 한 명의 예외 없이 앞자리에 탔다. 그리고 악수를 하는 대신 주먹을 서로 맞대며 인사를 하고, 운전하는 동안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문화 차이가 있었지만, 우버도 우버X(UberX)라는 리프트와 유사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데다, 리프트 운전자들에게 500달러에 달하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지급하는거나 우버 직원들에게 손님으로 리프트 차에 타서 등록을 권유하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법으로 리프트 운전자들을 채어가고 있어서, UberX의 Lyft의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버와 리프트는 구별하기 어려운 Commidity가 되어가고 있다‘ 는 글이 뉴욕타임즈에 실리기도 했다.
우버와 리프트, 물론 우버가 더 먼저 이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 유명한데다 더 많은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더 크겠지만, 그 차이는 얼마나 될까? 마침 오늘자 포춘(Fortune)지에 이 분석이 실렸다. 380만건의 신용카드 정보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라고 한다. 아래에서 보듯, 2013년 6월에서 2014년 5월 사이, 사람들이 우버에 쓴 돈이 10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무려 120만여명이 우버를 이용했다.
물론, Lyft는 Uber 전체와의 경쟁이 아닌 UberX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이므로 딱 맞는 비교는 아니다.
지난 7월에 서울시가 우버를 불법 택시로 규정하는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우버와 리프트, 그리고 그들을 막으려는 택시 회사들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본다.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 택시보다 이용하기 편리하고, 서비스 품질은 큰 차이가 없는데다, 미국에서는 UberX나 Lyft 요금이 택시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승자는 명확하다. 특히 큰 차이 중 하나가 결재의 용이성이다.
티머니(T-money)가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택시들이 신용카드를 안받거나 받더라도 신용카드를 일일이 종이에 스캔하는 경우가 많아 목적지에 도착한 후 결재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게다가 택시 이용료에 팁(tip)까지 계산해서 얹어야 하는 경우에는, 팁을 얼마를 주는 게 좋을 지 고민하고 팁을 적느라 또 1분이 걸린다(그 때 운전자가 팁을 얼마 주는지 보고 있으면 좀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냥 내리면 그만이다. 이미 차에서 내렸으니 팁은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하는 월등한 사용자 경험과 편리함, 그리고 낮은 비용을 기존 택시 회사들은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며, 그런 면에서 우버의 18조원 기업 가치는 언젠가 충분히 정당화될 지도 모르겠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V5i2wL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