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연결되는 것에서 일어났다
기원전 3세기, 바야흐로 전쟁의 세기였다. 지구의 동쪽과 서쪽은 엄청난 규모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시작한다. 동쪽은 만리장성, 서쪽은 로마 가도(街道)가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만리장성은 무려 8,000 여 킬로미터의 방벽을 쌓는 일이었다. 최선의 공격은 방어라고 하듯이 중국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고 자국의 세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마 가도는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접근을 한다. 그들은 중국의 10배가 훨씬 넘는 80,000킬로미터의 고속도로를 닦았고,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150,000킬로라는 어마어마한 길을 만들었다. 로마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만드는 것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 지키는 중국에서 나아가는 로마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이 길을 통해서 로마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하는 측면과 동시에 사실 외세가 힘들이지 않고 쳐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과도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위험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어째서 로마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도를 만드는데 이런 도전을 감행한 것일까?
로마는 관문을 만들고 허가된 사람들만 로마를 통과하게 하는 대신 로마의 번성이 그들의 관심과 이익에 더 부합하는 방향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다시 말해 로마가 강성해 지는 방법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심의 장을 만드는 것임을 주목했다. 뉴욕을 상징하는 I love NY 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모이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일하는 터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 말이다. 그래서 그저 길만 만든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무려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상수도 시설을 매설하였고 수도는 매일 70만 평방미터의 물을 식수와 관개, 그리고 목욕과 같은 위생 시설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고 시민 누구나 공짜로 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그 양은 오늘날의 현대 대도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들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프라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자 할 것인가. 척박한 환경에서 스스로 삶의 고난을 맞서기보다 풍부한 삶의 자원 속에서 교통의 최적지인 로마에서 삶을 일으키며 번영하고자 하지 않았겠는가. 세상으로 뻗어 나갔던 로마의 모든 길들은 사실 사람들로 하여금 로마로 모여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지중해 전체를 지배했던 고대 최대의 제국 로마는 이렇게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번성했던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도시는 더 발전하고 풍성해지고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터전으로 번성하게 되었다.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장’을 만드는 것. 로마는 그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최선의 전략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1차 목적을 넘어서 세계의 사람들이 로마로 몰려들게 하여 상업이 번성하게 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길이 만들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니게 되고, 사람이 모이면 건물이 생기고 상권이 생기며 가치가 일어난다. 길은 가치다. 길이 만나는 곳이 가치가 모여든 곳이다. 우리는 이곳을 ‘장’이라고 부른다. 한국 역시 ‘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최진사’이다. 최진사는 한양으로 모여드는 많은 선비들에게 자신의 집을 거처로 내주며 극진히 대접해 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것으로 인해 전국의 식객들이 그의 집으로 모여들었고 언제나 그의 집은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가 않았다. 그는 왜 이렇게 선심을 써 가며 식객들에게 거처와 음식을 제공했던 것일까?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조선 팔도의 소문들과 다양한 정보들 역시 모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소식들은 최진사댁에 모여들었고, 반대로 그의 집에서 발신되는 정보는 오늘날의 매스미디어와도 같은 영향력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정보의 장인 최진사댁의 가치 역시 커져만 갔다. ‘최진사댁 세째딸’은 오늘날까지 전래동화로 민요로 전래되고 있을 정도다. 최진사는 누구보다도 ‘장’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을 만들 때 비로소 가치를 만들 수 있고 세상의 중심에 설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장”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모여 변화와 새로운 성공의 에너지를 창발시키고 있다.
모든 것은 관심과 관심의 문제다.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의식하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항상 의식하고, 내가 아는 것을 접하게 되면 입을 대고 싶어지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사람들은 서로 엮이고 들끓고 넘치게 마련이다. 소외되지 않은채 보다 많은 연결을 형성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 정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소통에는 비용이라는 것이 들기 때문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았던 과거에는 남이 무엇을 하는지 누가 내 이야기를 하는지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소통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수단들은 항상 관계의 중심에 서게 마련이었다. 마을의 부족장이나,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나아가 신문, 방송 매체들이 그런 존재였고 이 모든 것들을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서 세상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느꼈고 이것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소통을 주도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이런 관심들이 곧 부와 명예, 또는 에너지와 같은 ‘가치’를 만듦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이것을 이용한 각종 제품을 만들었고 그 가치를 느끼고 소유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개발하는 공급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이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로 변모하였다. 사람들의 연결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산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나아가 이제는 각자가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이 가치들을 함께 향유하고 공유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른바 공유경제가 그것이었고 그것의 더 본질적인 핵심은 관심연결경제(Connected Economy)다. 눈을 들어보라.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삼성, LG 등 세계를 뒤흔드는 수많은 기업들은 그저 일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시 사람들에 의해 확산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그들은 관심이 모일 수 있는 관계의 장을 펼쳐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서로가 공유하며 그 에너지를 키우는데 촉매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관심을 연결하는 자들이 승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세상을 지배하는 기업은 ‘관심의 장’을 지배하는 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로마가도가 펼쳐진 것이다.
소통의 시대에서 연결의 시대로
세계는 이제 면대면 방식의 동기식 커뮤니케이션( 전화나 직접대화처럼 소통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방식 )에서 관심이 있을 때 생각을 던지고 자신은 다른 일을 하다가 피드백이 되돌아오면 다시 반응하는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 문자나 채팅, 메일 )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즉, 동네에서 모여 대화하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모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로마 광장의 길목에 선 상황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정보가 아닌 사람이 연결의 중심이 되었다. 이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연결이다. 내가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았다면 내가 볼 수 있는 메시지는 나의 것밖에 없는 셈이다. 반대로 누군가와 연결을 시도한다면 그때부터 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된다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결부터 해야 한다. 이제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의 소비자라는 개념대신 이미 물건을 사용해 본 나의 지인으로부터의 평가를 바탕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용자(User)라는 개념이 중심이 되는 YOUser의 시대가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과 중심과 끝이 사람이 된 것이다.
관심이 경쟁력이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하나의 공공재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10년전 유선인터넷이 인프라가 되면서 네이버와 구글이 탄상한 것처럼 이제는 무선인프라가 확산되면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이 창발하고 있다. 카카오는 단숨에 1억명의 사용자를 돌파하였고 친밀한 관계의 이 1억명의 사용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게임은 물론 전자상거래와 금융 서비스를 견인하고 있다.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제품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서로 연결되는 장을 만들었고 이제는 기술과 금융이 만나는 교차점을 건설하고 있다. 아이폰6와 함께 발표된 애플페이 기능은 별도의 신용카드 없이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나 결제용 표식에 아이폰을 갖다대고 아이폰의 홈버튼을 통해 지문인식만 시키면 곧바로 결제가 일어나도록 하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소지하고 다니는 아이폰을 갖다대기만 하면 불필요한 신용카드 번호를 카드단말기로 긁거나 직접 손으로 입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직관적이고 편리하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의 신용카드나 고객정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보안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한 장에 만원이 넘는 신용카드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어 카드사에게도 그야말로 매력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카드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또한 훨씬 저렴한 점도 애플페이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애플페이의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인데 작년 한 해 분기 매출만 15억 달러가 넘을 정도다. 아이폰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다면 애플페이의 매출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한다. 카카오가 마찬가지의 소액결제 시장을 준비하는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의 세계 가도가 펼쳐지다
5년 내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예전의 그것이 전혀 아닐 것이다. 예전의 망 사업자와 기기 공급자, 컨텐츠 공급자들은 이제 그 경계가 사라졌다. 과거에는 소통은 전화를 통해서, 인터넷 검색은 인터넷 망 사업자를 통해서, TV시청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채널을 통해서 이용을 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IP채널로 그 구분이 붕괴되었고 그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가치가 발생한다. 기기와 망의 구분을 넘어 이제는 사용자가 일상의 경험을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해서 향유하고 공유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지식정보 네트워크는 이미 SNS를 기점으로 관계네트워크로 변모했다. 정보는 이제 사람들 뒤에 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브랜드에서 이제 관심속에서 발생하는 평판을 신뢰하며 맛집을 찾기 위해 검색엔진을 찾아보는 대신 SNS를 통해 찾아보고 질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관심을 서비스에 녹여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서비스는 점차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시금 세계는 가도의 시대가 펼쳐졌다. 바야흐로 소통비용, 발견비용, 구현비용, 실현비용이 모두 낮아지면서 서로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장점을 합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에는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장이 중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 관심을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다.
글 : 송인혁
원문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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