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트레이닝은 해외에서는 가장 일반화되어 있는 CEO 및 임원 훈련 프로그램이다. 그 대상이 팀장급 라인까지 내려가 있는 기업들이 이미 국내에도 존재한다.
이런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관심과 기업들의 투자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관리(manage)해야 하겠다’는 적극적 동기에서 발아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준비나 체계 없이 언론에 그때 그때 반응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미리 예측해 준비하고 연출하여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방식으로 일진보 한 것이다. 그래야 기업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기업이 원하는 대로 적극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최근에도 그룹사 및 대기업 CEO들과 연이어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해 신기하다 또는 새롭다는 반응을 보이신다. 일부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시기도 한다. 이런 반응들은 나름 모두 의미가 있다. 그분들과 여러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미디어트레이닝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10가지로 정리해 각각에 대해 한번 설명해 본다.
1. 미디어트레이닝은 언론사 구조나 기자의 특성을 연구하는 훈련이다?
물론 미디어트레이닝 세부 아젠다 중 ‘언론에 대한 이해’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디어트레이닝 아젠다의 대부분은 전략적 언론 대화 방식과 메시지들에 대한 것이다. 예전 국내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이 곧 언론에 대한 이해로 인식되었던 것은 IMF를 전후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외국인 CEO들이 한국 언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국내기업 CEO들에게 언론에 대한 이해를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명칭 하에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정확한 의미의 미디어트레이닝은 전략적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다.
2.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를 속이기 위한 연습이다?
절대 아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런 불가능한 연습을 하는 트레이닝이 절대 아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에게 우리 회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보다 정확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한 훈련이다. 수준 있는 저널리즘이 존재하는 한 기업 경영진의 이러한 노력과 실행은 언론에게도 기업에게도 공히 큰 도움이 된다.
3. 미디어트레이닝은 팩트를 조작하기 위한 준비다?
어떤 기업이고 제3자 검증이 가능한 팩트를 함부로 조작하거나 숨기는 전략적이지 못한 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다. 미디어트레이닝 시 CEO들과 진행하는 “기자의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메시지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대응 논리와 근거에 관한 것이다. 있는 팩트를 조작하려 하기 보다 좀더 올바른 시각에서 해당 팩트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기업 메시지를 준비 하기 위함일 뿐이다.
4. 미디어트레이닝은 자세, 복장, 용모, 발성과 발음에 대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명칭아래 CEO의 헤어스타일이나 복장, 용모, 발성과 발음을 교정하는 교육을 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물론 의전적 목적으로 또는 교양 목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으로서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미디어트레이닝 주제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업 CEO들을 멋지고 아름다운 아나운서나 앵커로 변화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기업 커뮤니케이터로서 CEO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의 품질 그리고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중심으로 한다.
5. 미디어트레이닝은 CEO와 임원들만 받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조직 체계상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이 허락된 일부 임직원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미디어트레이닝이었다. 하지만, 언론환경이 바뀌고, 언론의 취재방식이 변화하면서 미디어트레이닝의 대상과 폭 그리고 유형들이 훨씬 다양화되었다. 예를 들어 TV의 탐사보도, 고발 프로그램들이 강화된 이후로는 고객 접점에 있는 일선 직원들에 대한 미디어트레이닝이 활성화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이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허락된’ 임직원들에 대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언론이 접촉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었다.
6. 홍보팀원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을 필요가 없다?
홍보실에서만 30년 일하신 홍보임원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라 하면 대부분 겸연쩍어 하신다. 언론에 대해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들을 업데이트 받고 계시기 때문에 배울 것이 없다 하신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한 경험을 따져도 산전수전을 다 겪어 스스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킬 수도 있다 하신다. 물론 맞는 말이다. 경험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하지만, 누구든 새로운 사업 분야, 새로운 기업 환경으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이슈들에 대해 항상 준비되어 있다 자만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항상 ‘준비’ 한다는 개념이 중요하다. 물론 홍보업무를 새로 시작하는 홍보실 직원들의 경우에는 아주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본훈련으로서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7. 미디어트레이닝은 그냥 교훈을 주는 강의일 뿐이다?
실습을 통한 실질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은 반쪽 짜리 일 뿐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서는 실제 기자와 날 선 인터뷰를 진행할 수는 없다. 아직도 일부 기업들은 CEO의 시간 부족을 이유로 강의 중심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강의가 한번의 실질적 경험과 인사이트를 스스로 찾아 개선하는 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교훈만을 주는 강의는 미디어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많다.
8. 미디어트레이닝은 기자와 인터뷰하는 방식을 그냥 한번 경험 해 보는 것이다?
한번 경험해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디어트레이닝에 임하시는 CEO들중 식은땀을 흘리시며 고생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이전에는 매번 긍정적이고 매너 좋은 환경에서 마케팅 목적의 언론 인터뷰만 하셨던 CEO들은 더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신다. 미디어트레이닝에 있어 핵심은 실습이며, 이 실습을 통해 실질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하는 것이 고된 실습의 목적이다.
9. 미디어트레이닝은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받아 보면 된다?
생각보다 많은 홍보실과 CEO 및 임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무 준비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에 임하신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의 형태는 특정 이슈에 대하여 이미 준비된 기업의 핵심 메시지들을 실제로 확인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미리 사내에서 구조화하여 공유하고 있는 훌륭한 핵심 메시지들을 실습을 통해 공격적인 기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보는 경험을 쌓는 방식이어야 한다. 미리 만들어진 핵심 메시지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게 되면 실습의 깊이나 전략적 심도가 얕아지게 마련이다.
10. 미디어트레이닝은 딱 한번이면 족하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묻고는 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함께 하신 CEO 대부분은 ‘이런 준비와 실습들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후 코멘트들을 많이 하신다. 미디어트레이닝은 새로운 기업 이슈들이 떠 오를 때 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활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미디어트레이너들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미디어트레이닝이 상당히 일반화되어 많은 기업 경영진들은 물론, 정부기관장들과 공기관장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과 CEO들의 더욱 전략적인 접근과 받아들임을 통해 최소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위기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그것이 국민과 소비자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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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jameschung.kr/archives/1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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