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준비한 3분 스피치는 훌륭했다. 스쿠버다이빙에 관한 세 장의 슬라이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방에 모인 50~6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기업가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드디어 함께 사업을 시작할 공동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발표는 거기에서 끝이었다. ‘스쿠버다이빙 관련 포털 사이트 제작’이라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시장성도 있고 사람들의 관심도 끌었지만 더 이상의 추가 설명은 없었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고 발표를 끝내 버린 그에게 맨 앞줄에 앉아 필기까지 해가며 이야기를 듣던 프로그래머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선생님의 아이디어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발표자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고 공손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친절하게 말을 이었다. “이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걸 말씀드리면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훔쳐갈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 사람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고 발표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사실 이런 식의 발표를 들은 것이 그날이 처음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을까 봐 꽁꽁 숨기는 데 익숙하며 심지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운영하는 컴퍼니 팩토리 레인메이킹에서 성공한 사업들이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보니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자기 아이디어를 남들 모르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말해, 질문의 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그리고 많이 퍼뜨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비밀에 부쳐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여러분이 아는 사람 중에 자기 아이디어를 비밀로 간직해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하나라도 있나?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신의 아이디어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과대망상에 가깝다.
기술을 도용하고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서 작은 씨앗을 호주머니에만 담아 둔다면 영영 꽃은 피울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 창업주들은 프로젝트에 투자할 사람들을 찾을 때까지 오랫동안 기부금을 모으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달려들 만한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 스카이프에 관한 아이디어를 들었다면 우리가 그 아이디어를 훔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2003년에 니클라스 젠스트롬과 야누스 프리스의 계획을 직접 들었다면 아마 맞장구를 쳐 주기 위해 가끔 고개나 끄덕이다가 결국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동기 부여와 심리 세계는, 자기가 생각하는 계획과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의 것과 후딱 바꿀 만큼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 당신이 니클라스와 야누스의 계획을 들었더라도 스카이프를 설립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설사 여러분이 그런 걸 원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무엇을 해 볼 생각이 있다’는 말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요소 가운데 1~5퍼센트 정도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성공의 나머지 95~99퍼센트는 실행에서 온다.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기술과 네트워크 구축 등 단기간 내에 습득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지켜보고 들은 바로는 아이디어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토론할수록 아이디어는 점점 더 나아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자기 머릿속에서만 키우는 아이디어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곧 시들고 만다. 레이더망을 피해가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숨기는 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쳐 보라. 유능한 사람들은 자기 기술을 아낌없이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며 자신도 한 뼘 더 성장한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해서 감추기만 하면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도약할 수 없게 스스로를 우물 안에 가둬 버리는 셈이다.
걷는나무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중에서 영국 공인 경제경영연구소와 영국 국립도서관이 경영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에게 주는 ‘2013/2014 올해의 책’ 수상 도서. 저자가 전 세계 최고 기업가들을 만나 밝혀낸 가족, 친구, 건강, 돈, 성공 등에서 완벽하게 승리하는 스마트한 성공 전략을 알려 준다. 매주 목요일, 책의 주요내용을 발췌하여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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