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오후 휴식이 가능하며 아무 때고 짐을 꾸려 훌쩍 떠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출퇴근 시간도 휴가도 미팅도 내가 원하는 일정에 맞춥니다’, ‘해변에서 일할 수도 있고 홍콩의 고층 빌딩에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라도 짐을 꾸려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며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꽉 짜인 조직 생활에 지쳐서 또는 남은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왔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솔직히 사업가라는 직업은 그들의 바람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위의 희망 사항들은 아무리 사업가라고 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정말 꿈같은 일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업가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고 휴가도 적게 간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사업가들 중에서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72퍼센트고 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60~70시간 이상 일한다고 한다. 휴가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이들 중 14퍼센트는 내년을 위해 올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바쁘게 일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주의 휴가를 다 쓴 사람은 오직 53퍼센트에 불과했다.
오래 휴가를 쓴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통제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퇴근 시간도,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사업가들이 많다. 그들은 토요일 아침에도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죄지은 사람마냥 금요일 저녁 모임에서 일찍 빠져나간다.
직장 생활과 사업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자유를 누리면서 즐겁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했다.
미국의 창업 컨설턴트 스티버 로빈스는 MI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에서 MBA를 마친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다. 그는 9개의 스타트업 설립과 다섯 번의 주식 공개 상장, 세 번의 회사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에게는 생산성을 높이는 자기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늘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유용한 정보를 하나 알려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무엇을 할지 결정합니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을 다 마치면 더 이상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집에 와서까지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일 할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일이 쌓이고 시간적 여유는커녕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게 되죠. 사소한 일이라도 오늘 할 일 목록을 만들면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저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해야 할 일을 걱정하지 말고 먼저 오늘 마쳐야 할 일을 결정해 보세요.”
그는 이 방법이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도 뇌가 쉴 시간을 주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전략 컨설팅 업체 와이어드 인테그레이션의 마크 길모어 회장도 모든 하루 일과와 생각나는 것들을 노트에 적어 두고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해야 하는 일이 많을수록 사소한 방해 요소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10분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인터넷 정보 같은 자극적인 방해 요소에 둘러싸여 있다면 매일 열심히 일하고도 ‘하루 종일 뭘 한 거지’라는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오늘 할 일’ 리스트는 그렇게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만족감이 느껴지는 행복한 하루로 바꿔 준다.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이자 ‘타임’이 선정한 혁신적인 아시아 리더 가운데 한 명인 나라야나 무르티는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회사가 아주 작았을 때부터 매일 그날 끝내야 하거나 진행해야 하는 업무 목록을 기록해 오고 있습니다. 그 일들을 다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면 오늘 하루 열심히 일했고, 내 역할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노력으로 일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고 평온하고 기쁜 상태가 되죠. 성취감, 자긍심이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다고 느껴져요. 회사 일을 집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가족들과 나 자신의 행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기자 팀 설리번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레이 피스먼 교수는 자신들의 저서 ‘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24세부터 54세 사이의 미국인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한 결과 하루 중 3분의 1이 넘는 9시간 가까이를 일과 ‘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감히 비교 대상도 안 되고,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합쳐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쏟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을 위한 여유 시간을 남겨 두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 밸러리 레이미와 네빌 프랜시스는 190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의 근무 시간, 가사 활동, 여가 시간, 수업 시간 등을 조사해 통계를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5년 동안 휴식 시간은 결코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탁기, 전기밥솥, 자동차, 팩스, 복사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등 105년 동안 인간이 할 일을 간소화해 주는 발명품들이 수천 가지나 생겨났는데도 일에 쏟는 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이 어떻게 바뀐다 해도 해야 할 일 목록은 끝이 없다. 아마 평생 몸 바쳐 일한다 해도 늘 뭔가 빼놓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선순위를 정하라. ‘끝나지 않을’ 해야 할 일 목록을 놓고 씨름하지 말고 ‘오늘’ 해야 할 일 목록을 충실하게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을 다 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떠나라. 아니면 원하는 만큼 파티를 즐기거나.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걷는나무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중에서 영국 공인 경제경영연구소와 영국 국립도서관이 경영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에게 주는 ‘2013/2014 올해의 책’ 수상 도서. 저자가 전 세계 최고 기업가들을 만나 밝혀낸 가족, 친구, 건강, 돈, 성공 등에서 완벽하게 승리하는 스마트한 성공 전략을 알려 준다. 매주 목요일, 책의 주요내용을 발췌하여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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