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모두가 글로벌 기업을 꿈꿀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죠.
(참조 – 포털 해외사업 잔혹사..뭐가 문제일까?)
가장 성공했다는 IT벤처인 카카오, 티몬, 쿠팡, 선데이토즈 등도 철저히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전세계 특정 시장에서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강소기업의 출현은 어려운 것일까. 최근 글로벌 5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스마트폰 배경화면 서비스 개발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오지큐라는 기술회사입니다. 매일 100만개가 넘는 이미지 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으며 충성 이용자는 인도,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해외에 몰려있죠. 흔히 해외사업이라고 하면
현지 오피스 설립,
무수한 시행착오 경험과 사업 노하우
대규모 마케팅 등이 떠오르는데요. 오지큐는 이 모든 것을 갖추지 않았고 자본금이 1억 남짓, 무엇보다도 직원수가 7명에 불과했지만
“화살을 잘 맞추는 방법은 과녁 바로 앞에서 던지는 것”이라는 명언을 잘 실천하고 영감 가득한 움직임을 보여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오지큐의 성과요인을 정리함으로써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오지큐의 설립배경에 대해 짚어볼까요. 이야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오지큐의 창업멤버 중 하나인 신철호 의장은 당시 청년창업가로서 포스닥이라는 정치인 평가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서비스는 특이하게도 이용자가 정치인들의 평판을 주식거래시스템으로 정하는 것이었는데요. 포스닥이라는 이름도 정치(politics)와 코스닥(KOSDAQ)을 합친 것이죠.
사업은 잘 됐습니다.
“어느 자리를 가더라도 청년창업가로서 화제의 중심이 돼 인기에 취하기도 했고 150억원 투자를 제의받기도 했죠”
(신철호 의장)
하지만 포스닥은 커뮤니티로서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플랫폼이라든지 UCC라든지 사업 인프라와 캐시플로우를 동시에 폭발시켜줄 수 있는 개념도 희박했고 온라인광고시장도 매우 작았으니까요. 포스닥은 시대를 너무 앞서 나온 것입니다.
결국 B2B(기업간 거래) 형태의 시스템통합(SI) 외주 작업을 통해 존속을 했지만 서비스와 비즈니스 간의 간극은 더욱 멀어졌고 사업 역시 계속 위축됐습니다. 결국 신 의장은 20억원이 넘는 개인빚을 지기도 했죠.
유망한 청년사업가 몰락에 업계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재기의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예전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하던 후배 사업자가 저작권 이슈로 고생했을 때 분쟁기업과의 합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후배 사업자는 고마움을 표하며 회사가 매각된다면 주식 일부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신 의장은 당연히 웃으며 넘겼지만 누군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인생이라 했던가!
거짓말처럼 매각은 이뤄지고 후배 사업자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를 통해 신 의장은 개인빚을 청산할 수 있었죠. 그는 많은 것을 깨닫고 다시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뜻을 함께 할, 유능하고 젊은 사업자를 찾았죠. 그게 바로 현 오지큐의 김무궁 대표이사입니다.
1. 연륜과 패기의 조합
김무궁 대표이사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램 신동’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합니다.
IT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죠.
(김무궁 대표)
카이스트에 입학을 했고 병역특례로 나우콤 등 회사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는데요. 이때 신 의장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둘은 사업 아이템, 구현방식, 조직문화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신철호 의장은 산전수전 겪으면서 법, 행정, 조직관리, 재무운영, 영업, 제휴 등 창업 전반에 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어느 정도 자본을 보유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김무궁 대표이사는 기술기업 젊은 창업자로서 준비를 끝낸 상태였죠. 신 의장이 외부업무와 지식공유를, 김 대표가 내부업무와 조직운영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다이너믹 듀오가 만들어진 것이죠.
(참조 – 벤처창업, 젊은피 2030과 노련미 4050)
2. 개발력에 집중하다!
어떤 기업이든지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습니다. 오지큐는 조직을 세팅하면서 철저히 기술기업을 표방했고 여기에 가장 많은 리소스를 쏟았죠. 작은 앱개발사로서 최고의 효율이 내기 위해서는 개발력을 키우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멤버 다수가 개발자이고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죠”
“그리고 IT기업이라면 다른 직군도 코딩은 하지 못하더라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가장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죠. 왜냐면 IT기업이니까요”
(김무궁 대표)
그렇다면 마케팅, 영업, 제휴, 투자유치(IR), 인사관리(HR), (PR) 등은 어떻게 대응하느냐. 우선순위에서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닫고 거의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경험 많은 신철호 의장이 전담하는 식으로 정리했죠.
3. 소수정예
신구조화, 개발력 우선주의와 더불어 오지큐에게 경쟁력을 부여하는 것은 독특한 조직문화입니다. 현재 7명으로 작게 운영하고 있으며 아무리 회사가 커져도 30명을 넘지 않을 것이고 와츠앱, 텀블러 사례를 봤을 때 충분히 소수정예로도 기업가치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우리는 똑같이 월급을 받고 있고요. 일반 직원에게도 주식과 스톡옵션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채용이라는 말은 맞지 않아요. 창업멤버 수준의 능력과 가치를 지닌 사람을 충원하는 것이죠”
이는 손익구조, 의사결정 측면에서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커지면 운영 자체가 어려울 텐데”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어. 일단 1명의 인재가 100명의 업무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퍼개인’의 시대가 왔어”
(SPARRRRRRRRRRR)
“또 기술발전으로 업무 상당수가 아웃소싱이 가능하면서 굳이 몸집을 늘리지 않아도 되지”
“예를 들면 유통만 하더라도 앱마켓의 등장으로 과정이 엄청 단축됐거든. 따라서 관련 인력을 두지 않거나 적게 둬도 괜찮은거야”
“기술혁신은 서비스 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에도 적용되고 있으니까?”
“그렇지. 실제로 오지큐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의 힘을 이용해 업무 상당 부분을 해결하고 있지”
“아하”
4. 서비스는 심플하게!
모바일시대, 핵심가치의 심플한 구현은 중요 성공요체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참조 – 모바일앱 3대 흥행원칙)
오지큐의 경우 충분히 수십만장의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몇천장만을 선별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용자가 필요한 배경화면은 몇십장에 불과해요. 그래서 굳이 양으로 갈 필요가 있나 싶었고 질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하나의 생태계를 유지하되 개별앱을 분리하려고 해요”
5. 처음부터 글로벌
통상 해외사업 구상은 내수시장에서의 성공을 전제로 이뤄집니다. 기업존속의 안정성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지화나 업무시스템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죠. 한편 오지큐는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해서 내놓았습니다.
“어차피 앱마켓은 두 개(안드로이드, iOS)로 통합이 됐기 때문에 전략만 잘 짠다면 탄탄한 글로벌 원빌드를 확보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확장을 모색할 수 있죠”
*글로벌 원빌드
글로벌 다수 국가에 동시 런칭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유통 및 업무 프로세스.
“마중물 확보를 위해 국가별 커뮤니티에 마케팅을 했죠. 품질이 되니까 금방 모이더라고요”
“특정 국가에서 1등을 했고, 자연스럽게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다른 국가에서 파급효과가 나와 이를 극대화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한국시장을 먹을 때 마케팅 한푼 안쓰고 네트워크 효과와 퀄리티만으로 승부했다는 사실!”
6.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음.. 그런데 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드림팀이랄까. 일반 스타트업이 참조하기에는 넘사벽?”
“음.. 그렇지 않아. 오지큐는 완벽한 팀이 아니야 앞으로 첩첩산중이고 증명할 게 많다고”
“아직 뚜렷한 수익화 작업을 진행하지 않으니까. 앞으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부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성과도출이 요구돼”
“흠”
“지금이야 제품개발에만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앞으로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텐데 이를 개발자 조직이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와츠앱과 텀블러가 자체 플랫폼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인수됐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자고”
“게다가 한국 판교와 미국 실리콘밸리는 다르지”
“잉, 갑자기 칭찬하다가 왜 그래”
“오지큐가 ‘너무 드림팀’이라는 의견에 대해 반박하는 거야”
“우리가 오지큐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야”
“오지큐 창업멤버는 주로 개발자이고 업종 또한 앱개발이니 개발자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었어. 이게 오지큐에게 정답일지 몰라도 꼭 보편타당한 진리는 아니라는 것”
“흔히 기술기업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이용자와 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기술은 도태되기 마련이지”
“그리고 개발의 중요도는 아이템에 따라 달라. 예컨대 이커머스 기업이라면 개발자만큼 상품기획자나 재고관리자 역할이 중요해”
“즉 우리다운 게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현 세상과 어떻게 절묘하게 매칭시킬까.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씀”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안된다는 거지?”
“그렇지!”
글 : 뉴스토마토 최용식
원문 : http://goo.gl/RDNl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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