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숨쉬고 사는데 드는 비용

얼마전 MIT 테크놀러지 리뷰에 실린 Technology and Inequality (기술과 불평등) 이라는 글을 읽었다.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는 것이 논의의 시작인데, 글이 진행되면서 이것이 기술 발전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팔로 알토에 거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며, 실리콘밸리에 부가 축적되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당 16달러 미만을 버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실리콘밸리 남부 주민의 19퍼센트가 가난한 층에 속한다고 한다. 더불어, 미국의 소득 중위값이 53,000달러인 것에 비해 실리콘밸리의 소득 중위값은 94,000달러에 달한다는 것도 예로 든다.

Median income in Silicon Valley reached $94,000 in 2013, far above the national median of around $53,000. Yet an estimated 31 percent of jobs pay $16 per hour or less, below what is needed to support a family in an area with notoriously expensive housing. The poverty rate in Santa Clara County, the heart of Silicon Valley, is around 19 percent, according to calculations that factor in the high cost of living.

이런 자료도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상위 1%가 전체 부의 34%를, 0.1%가 15%를 소유하고 있으며, 금융 위기 후인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늘어난 소득의 95%를 상위 1%가 가져갔다고 한다(이 대목을 읽고 깜짝 놀랐다).

The gap between the wealthy and everyone else is largest in the United States. In 2010, the richest 1 percent of the population had 34 percent of the accumulated wealth; the top 0.1 percent had some 15 percent. And the inequality has only gotten worse since the last recession ended: the top 1 percent captured 95 percent of income growth from 2009 to 2012, if capital gains are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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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2010년 사이의 재산 증가분. (출처: Technology Review)

그리고 나서, Erik Brynjolfsson이라는 한 MIT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런 소득 격차의 원인이 기술 발전에 있다고 주장한다.

“My reading of the data is that technology is the main driver of the recent increases in inequality. It’s the biggest factor,” says Erik Brynjolfsson, a professor of management at MIT’s Sloan School

내용은 이렇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고, 그 결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운도 좋은 소수의 사람들이 새로 창출되는 부를 독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Brynjolfsson lists several ways that technological changes can contribute to inequality: robots and automation, for example, are eliminating some routine jobs while requiring new skills in others (see “How Technology is Destroying Jobs”). But the biggest factor, he says, is that the technology-driven economy greatly favors a small group of successful individuals by amplifying their talent and luck, and dramatically increasing their rewards.

기술 발전으로 파이의 크기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실리콘밸리의 사례로 넘어간다. 한 조인트 벤처 대표의 말을 인용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중간층은 이제 사라졌어요. 아주 부자이거나 아주 가난한 사람들만 남았지요.”

In his quiet suite in a large office building in downtown San Jose, Joint Venture president Russell Hancock seems impatient when asked about inequality in the region. “I have more questions than answers. I can’t explain it. I can’t tell you how to fix it,” he begins abruptly. “We used to be a classic middle-class economy. But that’s all gone. There’s no longer a middle class. The economy is bifurcated and there’s nothing in the middle.”

그리고 몇 가지 사례를 더 든다. 실리콘밸리에 사는 사람 중 20~25퍼센트가 하이테크 영역에 종사하고 있고, 부는 그들에게 집중된다. 이들이 집값, 교통비를 비롯한 모든 생활비를 증가시키고, 소매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하거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The situation in Silicon Valley helps explain why. About 20 to 25 percent of the population works in the high-tech sector, and the wealth is concentrated among them. This relatively small but prosperous group is driving up the cost of housing, transportation, and other living expenses. At the same time, much of the employment growth in the area is happening in retail, restaurant, and manual jobs, where wages are stagnant or even declining. It’s a simple formula for income inequality and poverty.

U.C. Davis 교수인 Chris Benner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조단위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뿐이지, 1998년 이래 실리콘밸리에서 일자리의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According to Chris Benner, a regional economist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there has been no net increase in jobs in Silicon Valley since 1998; digital technologies inevitably mean you can generate billions of dollars from a low employment base.

그리고 나서 글은, ‘하이테크 영역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도록 교육의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넘어가며,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미국의 미래가 점차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닮아갈 것인지, 그렇다면 소수만 부자가 되는 시스템이 창의력과 생산성을 저하시키지 않을지 묻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과연, 실리콘밸리는 미국 내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비용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데 드는 프리미엄을’ 빗대어 기후세(Climate Tax) 또는 날씨세(Weather Tax)라고도 표현하는데, 정말 내 소득의 30%를 좋은 기후에 사는 대가로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곳의 물가가 높다. 안그래도 높았는데 지난 3년간 계속 증가해서 지금은 더 높아진 것 같다.

거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 집값의 상승이고, 더불어 기름값, 음식값 등등도 같이 올라서 지금은 뉴욕 맨하탄보다 샌프란시스코가 더 살기 비싸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도대체 여기서 숨쉬고 살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걸까? 한 번 정리를 해봤다.

1. 집값: 월 2000 ~ 4000달러

가장 큰 항목은 집세이다.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면 아파트에서 살거나 집을 사야 한다. 이 곳에서 ‘한 가족이 웬만큼 살만한 집’은 60만달러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학군이 괜찮고 주변 환경이 괜찮으며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기 원한다면 집값은 100만 달러이상으로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매월 임대료를 내고, 관리 사무실이 따로 있는 곳’을 아파트라고 부르는데 (한국의 아파트는 condominum이라고 한다), 방 두 개 있는 30평 남짓 아파트 가격은 최소 2500달러이며, 좀 좋은 곳은 5000달러 정도 한다 (물론 더 비싼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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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뷰 기차역 근처에 신축한 Madera 아파트 가격. (출처: Zillow. 1000 스퀘어 피트는 약 30평)

screen-shot-2014-11-02-at-1-41-35-am샌프란시스코 SoMa 지역의 고급 아파트, Two Tower 가격 (출처: Zi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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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뷰의 ‘학군이 그다지 좋지 않은 지역의’ 방 2개짜리 콘도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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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SoMa 지역의 방 2개 콘도 가격 (출처: Zillow)

결국, 아파트에 살든 모기지(담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든, 방 2개가 있는 웬만한 집에서 살고 싶다면 보통 3000달러는 든다고 생각.

2. 관리비: 200달러

아파트에 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전기, 가스, 수도,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비용도 꽤 비싸서 이런 데 나가는 돈을 합치면 월 200달러 정도.

3. 차량 유지비: 500달러

일단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것이 아니면 사람 한 명당 차 한 대가 필요하다. 자동차 등록비도 꽤 비싸서 차 한대당 1년에 100~200달러. 그리고 보험료도 높아서 차 한 대당 월 50~100달러. 그리고 감가상각으로 월 100~500달러. 차량 수리비도 비싸서, 간단한 수리라도 1000달러 이상 드는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살인적으로 높은 교통 위반 벌금이 더해진다. 주차 위반은 50달러, 카메라에 찍혀서 걸리면 5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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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위반 고지서. 벌금 490달러.

캘리포니아가 서울에 비해 저렴하기는 하지만 (리터당 1200원 가량?), 대신 먼 거리를 운전할 일이 많으므로 그만큼 연류 소모량이 많다. 기릅값은 차 한대당 월 50~150달러 정도.

4. 건강 보험: 300달러

회사에 따라 건강 보험을 80%정도 커버해주는 곳도 있고 100% 커버해주는 곳도 있는데, 100% 커버가 아니면 가족당 월 보험료 300달러 정도. 회사에서 커버가 안되면 월 보험료 1000~1500달러. 그리고도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날 때마다 Co-Pay로 매번 25달러씩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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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er Permanente 병원 그룹 3인 가족 월 보험료. 이건 일반 의료 보험만이고, 치과 보험과 안과 보험은 다른 회사에서 따로 가입해야 한다. (출처: kaiserpermanente.org)

참고로, 미국에서 의료 보험 없이 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

의료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간혹, 병원이 보험 회사에 청구하는 고지서를 볼 때가 있는데 정말 깜짝 놀란다. 작년에 아이가 태어날 때 산부인과를 이용했는데, 자연 분만을 했는데도 불과하고 이틀 병실 입원료까지 합쳐 병원에 청구된 금액이 2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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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병원비 고지서. 조정 후 4400달러. 이건 출산과 관련한 병원비만이고, 2박 3일 입원비는 따로 15,000달러가 나왔다.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사고가 나서 응급실을 이용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들어갔다 바로 나오기만 해도 200달러 정도 들고, 앰뷸런스를 불렀다면 400~1200달러. 들어가서 수술이라도 하면 2만달러. 며칠 입원하면 1만달러 추가. (출처: CostHel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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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의 응급실 이용료: 19,163.59 달러. (출처: Releasetheclackkum)

5. 식비(식료품, 외식 등): 1000~2000달러

이건 어떤 음식을 먹는지, 외식을 얼마나 하는지 등에 달려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든데, 3인 가족의 경우 1000달러 정도 잡으면 평균이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경우 세금과 팁을 포함해서 한 끼에 15달러 정도. 조금 좋은 곳에서 식사할 경우 한 끼에 30달러.

6. 쇼핑 등: 500달러

그냥 살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 사는 데 드는 비용.

7. 여행: 300달러

가끔 있는 여행을 위한 비축.

8. 데이 케어(놀이방): 1200달러

어린 아이가 있고, 부모가 둘 다 일을 할 경우에는 데이케어 센터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 정부 보조 이런 거 전혀 없고 100% 자기 부담이다. 주 5일 맡길 경우 아이 한 명당 1200달러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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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뷰에 위치한 한 데이케어 센터 가격 (출처: clcottage.com)

위에 나열한 것만 합치면 7000달러. 일단 생각나는 항목들만 적어본 것이고, 여기에 생각지 못하게 빠져나가는 온갖 비용들이 추가된다. 주변에 좀 물어보니 3인 가족의 경우 생활비가 최소한 월 7000달러는 드는 것 같다. 평균은 잘 모르겠지만 1만 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여기에 어린 아이 하나당 월 1500달러 추가. 아이를 사립 학교에 보낼 경우 아이 한 명당 월 3000달러 추가.

월 1만 달러를 소비하려면 연봉이 얼마여야 할까? 세금 후 1만달러를 받으려면 세금 전에 월 13,000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연봉으로 환산하면 16만달러이다.

도대체 이 지역의 월 소득이 얼마이길래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좀 찾아봤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주요 도시의 가구 소득 중위값이 13만~16만달러정도 사이에 있다. 제일 위에 위치한 Atherton과 Hillsborough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대도시이다보니 빈민층 통계가 같이 잡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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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각 지역별 가구 소득 중위값 (출처: Wikipedia)

아무튼, 이 곳에서 숨을 쉬고 살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goo.gl/iQhG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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