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는 지난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0월 실리콘밸리에서의 데모데이까지 마치고 온 2014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8팀은 11월 13일에 있을 Global Startup Conference 2014/fall에서도 데모데이 시간을 가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생한’ 방랑기도 들려줄 예정입니다.
IoT 기술로 ‘맛’을 전하는 사람들
스페인의 빠에야, 멕시코의 타코, 인도의 커리, 태국의 똠양꿍까지. 세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는 각국마다 특색 있는 요리를 맛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맛있던 음식의 레시피를 찾아보고 기억을 더듬기도 하며 ‘그 맛’을 흉내 내 볼 때마다 어설프다 못해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어버리기 일수이다. 혹은 해외여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리 채널과 인터넷의 레시피를 보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열심히 따라 했건만 처참한 망작을 탄생시킨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레시피를 보고 정확한 순서를 따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한 요리의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참 쉽지가 않다.
오늘 만나볼 퓨처스마트시스템(Future Smart System)팀은 흉내 내기 어려운 바로 ‘그 맛’을 IoT 기술을 사용해서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TV에 방영된 먹음직스러운 음식부터 저 멀리 프랑스 셰프의 음식까지. 레시피만 있다면 그 맛 그대로를 재현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비법이 무엇일까?
퓨처스마트시스템(Future Smart System)의 민병곤 대표
“퓨처스마트시스템은 온라인 레시피 커뮤니티 서비스인 쿡하우스닷컴(CookHows.com)과 블루투스 연동이 가능한 재료 자동 계량 및 배합 기기인 디지털셰프(Digital Chef)를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쿡하우스닷컴에 올라온 양념의 레시피 정보를 블루투스로 연동된 디지털셰프 기기에서 그대로 배합하고 재현하여, 터치 몇 번으로 레시피를 올린 사람이 의도한 정확한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쿡하우스닷컴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레시피를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만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를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볼 수 있다. 레시피 제공자의 선택에 따라 무료 또는 유료로 레시피를 거래할 수 있다고.
이러한 레시피 커뮤니티 서비스 자체로도 사업모델이 가능한데, 퓨처스마트시스템의 진정한 강점이자 차별점은 ‘디지털 셰프’라는 하드웨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셰프에는 소금, 후추 등 약 16개의 기본양념을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있는데, 블루투스를 통해 레시피를 전송 받고, 레시피에 담긴 정확한 계량 정보에 따라 각각의 기본양념을 계량, 배합하여 마치 ‘손 맛’을 재현한 듯 레시피 제공자가 의도한 바로 그 맛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글만으로 상상이 어렵다면 여기에서 동영상을 참고하여 볼 수 있다.)
“기존의 요리 과정이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일일이 계량하거나 어림짐작하여 수동으로 배합하는 형태였다면, 디지털 셰프는 어떤 레시피로 요리할 것인지 선택만 하면 자동으로 ‘정확한’ 계량과 배합까지 완료한 양념을 만들어줘요. 이제 막 결혼해서 독립한 신혼부부나, 자취하는 학생들, 혹은 한국으로 이주 와서 생활하는 외국인처럼 요리를 하고 싶고, 해야 하지만 그게 어려운 분들도 디지털 셰프로는 터치 몇 번으로 쉽게 요리할 수 있어요. 또는 요즘에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외국 음식을 맛보는 경우도 많은데, 여행하면서 맛본 음식을 그대로 한국에 와서 재현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심지어 국내에 있는 전문 레스토랑에서도 현지의 맛 그대로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디지털셰프는 어디서 맛본 음식이라도 레시피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퓨처스마트시스템의 제품, 디지털 셰프(Digital Chef)
퓨처스마트시스템이 ‘정확한 맛을 재현’하는데 남다르게 자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세밀한 계량 기술 때문이라고. 레시피에 기재된 양을 거의 정확하게 계량하기 때문에 레시피가 의도한 맛 그대로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퓨처스마트시스템이 있기 전에 모회사로 있던 회사가 보건소나 학교로 들어가는 체지방, 체중 측정기를 전문으로 했었어요. 그러면서 측정 기술을 계속 연구, 발전시켜와서 지금의 디지털 셰프는 0.1g 단위로 측정이 가능한 정도에요. 이러한 기술 덕분에 레시피에 나온 정보와 거의 오차 없이 정확한 맛을 구현할 수 있는 거죠.”
이처럼 디지털셰프는 오랜 노하우의 기술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요리의 ‘양념’을 몇 번의 터치로 완성시킨다는 전에 없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실제로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기만 할 때 보다 직접 시연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고.
다시 한 번, 탄탄한 준비
디지털셰프가 레시피 커뮤니티인 쿡하우스닷컴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쿡하우스닷컴의 레시피 콘텐츠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료로 레시피를 제공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블로그 콘텐츠’라는 공공연하게 무상으로 오픈된 소스도 넘쳐나는 시장 상황에서 과연 ‘유료’ 레시피가 시장성이 있는 걸까, 민병곤 대표의 대답이 궁금해졌다.
“쿡하우스닷컴에도 물론 무료 레시피 콘텐츠가 있어요. 레시피 사용자가 원할 경우에만 유료로 레시피에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레시피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 마켓에서는 레시피를 자신의 콘텐츠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서 돈을 내고 다운로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특히나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유료로 다운로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저희도 일반 유저들의 가치 있는 레시피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명 셰프나 파워블로거와 제휴를 통해서 가치 있는 유료 콘텐츠들을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콘텐츠의 유료화를 통해 더욱 가치 있는 레시피를 늘려갈 수 있다면 소비자들도 높은 수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니까 장기적으로는 서로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쿡하우스닷컴(Cookhows.com)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민병곤 대표의 말처럼 이미 해외 시장에서 ‘레시피’는 값을 매길 수 있는 일종의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퓨처스마트시스템은 레시피 마켓에 있어서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비즈니스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직접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꼭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해외시장을 생각하고 있다가, 점점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접촉을 하더라도 저희가 단독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힘에 부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스타트업 노매드 프로그램에 참가하다 보니, 저희 독자적으로 진행할 때와는 달리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가이드라인이 짜여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민병곤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재점검하게 되면서 깨달은 바를 덧붙여 말했다.
“사실 조금은 막연하게 저희 제품과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다녀온 이후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철저하게 해외시장에 대한 분석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국내시장과 많이 다르다 보니,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연구 분석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국이 아무리 IT 강국이라고 해도 그와는 별개로 많은 차이점이 있는 시장이란 것을 깨닫고 왔거든요. 그래서 현재는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서 그 시장에 맞는 추가 아이템도 구상하면서 다시 차근히 준비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가서 많은 좌절을 하고 돌아온다고 들었는데, 사실 이런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민병곤 대표는 ‘앞으로 퓨처시스템을 통해 주방에서의 진정한 IoT를 실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인턴 박선민(sunmin2525@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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