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는 지난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0월 실리콘밸리에서의 데모데이까지 마치고 온 2014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8팀은 지난 11월 13일에 마련된 Global Startup Conference 2014/fall에서도 데모데이 시간을 가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생한’ 방랑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기업과 유저, 유저와 유저의 콜라보!
지난 4월 시작하여 약 3달에 걸쳐 KBS1에서 방영된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천지창조>를 기억하는가? 1026개의 팀이 경쟁한 사상 최대의 창업 서바이벌에서 파이널에 오를 수 있었던 팀은 단 4팀뿐 이었는데,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마그나랩(MagnaLab)’은 그 영예의 주인공 중 한 팀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마그나랩은 2012년 옐로우리본(YellowRibbon)이라는 프로젝트 성격의 앱을 출시, 구글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에 선정되는가 하면, 2013년에는 한국, 일본, 홍콩, 대만에서 구글 플레이 추천 앱에 선정된 이력도 있다고.
현재는 실시간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가능한 동영상 제작 어플리케이션 콜라보(Collavo)를 선보이고 전적으로 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 앞서 ‘마그나랩’은 어떤 사람들이 모인 팀일까, 궁금해졌다.
“마그나랩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모여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어요. 국내 검색 포탈 회사였는데, 저를 포함해서 다들 거기에 들어가려고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온 동기들이었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직장을 몇 년 정도 다니다 보니 ‘앞으로 나에게 더 나은 삶이나 또 다른 기회가 다시 올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때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했고, 저희는 거기서 무언가 기회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정확히 어떤 기회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바일 기기의 가능성을 본 거죠.”
그렇게 회사 동료들과 결의해 시작한 마그나랩은 2011년 프로젝트 성격의 어플리케이션인 옐로우리본(YellowRibbon)을 선보인다. 옐로우리본은 2012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의 성과를 보인 위치 기반 감성 SNS이다. 서비스의 감성적인 설득력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모바일 환경에 맞는 ‘매일 쓸 수 있는’ 서비스로서는 한계가 있음을 판단했다고.
이후 새롭게 선보인 콜라보는 그 성격이 전작과 전혀 다른 ‘동영상 제작’ 어플리케이션이다. 다양한 필터와 무료 배경음악 등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간편하게 동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콜라보레이션 기능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도 협업하여 동영상을 함께 완성할 수 있다고. 심플한 디자인과 직감적인 사용법도 눈에 띄었지만, 언제 어디서든 협업이 가능한 콜라보레이션 기능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서 방송 중계 차량에 탔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여기저기 흩어진 카메라에서 보내는 여러 화면들이 보이고 거기서 감독이 컷을 외치면 화면이 돌아가고 그런 걸 봤었거든요. 저희 어플에 콜라보레이션 기능을 만들 때는 이런 경험을 떠올리고 한건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왜 ‘콜라보레이션’이란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그 장면이 떠올라요. 콜라보에서도 디렉터가 사람들을 초대하고, 장소에 제약 없이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이 찍은 것을 편집해서 하나의 영상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인터뷰 중 박정우 대표와 마그나랩 팀원들은 콜라보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여러 대의 스마트폰으로 콜라보레이션 기능을 통해 영상을 찍고, 화면을 필터링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배경 음악을 사용해서 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콜라보레이션 기능뿐만 아니라 직감적으로 동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손쉽게 디제잉까지 가능한 툴도 인상적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일부 배경음악은 박정우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이 직접 작곡한 것들도 있다고. 현재는 이렇게 직접 작곡한 음악과 몇몇 콘텐츠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업과 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콜라보는 사용자들에게는 멋진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이지만, 기업에게는 자연스러운 마케팅의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기업에서는 기업 음악, 이미지, 로고 등을 제공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사용자들은 그만큼 다양해진 콘텐츠를 이용해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그 예로 레드불(Red Bull)기업에서 제품 로열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토대로 영상 제작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어요. 그런 거대 기업들이 하던 행사를 콜라보는 좀 더 대중으로 쉽게 끌어내리는 거죠. 장기적인 목표로는 이런 기업 콘텐츠 제공자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이렇듯 한 단계, 한 단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박정우 대표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큰 그림에 앞서 콜라보의 ‘본질’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콜라보가 ‘동영상 제작 툴’인 만큼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퀄리티 높은 영상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도 팀원 전체가 모여 공들이고 있다고.
“저희가 콜라보 유저분들에게 주고 싶은 가치는 ‘쉽다’라는 거예요. 그렇기 위해서 지금은 버튼을 두 번 누를 것을 한 번 누르게 한다던가 하는, 그런 디테일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여러 가지 장기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지만, 우선은 앱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걸 통해서 유저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도구로서 일단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고, 그 후에 기업과 연계하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면서 점점 플랫폼으로도 전향해서 발전하려고 하는 거죠.”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사람들’
이번 실리콘밸리 탐방을 다녀온 스타트업 노매드 8팀 중에서 마그나랩은 조금 ‘이색적인’ 팀이었다. 2~3명만 짝지어 온 다른 팀들과는 달리 6명의 팀원 전원이 이번 탐방에 참여해 어딜 가나 독보적인(?) 수적 우세를 보였다고.
“팀원 전체가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해서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 같이 가게 됐어요. 이런 게 팀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6명 전원이 가느라고 조금 무리해서, 맛있는 건 많이 못 사줬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할 팀원들과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올 수 있던 것이 좋았어요.”
마그나랩 팀은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을 통해 팀원 간의 비전을 다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실리콘밸리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내공 있는’ 멘토를 만났던 것이라고 한다. 짧은 만남에서도 콜라보의 핵심을 파악하고,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지 즉각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멘토들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멘토 분이랑 처음 만났을 때, 커피 한 잔 하자며 만난 자리여서 한 시간 남짓했던 만남이었어요. 그런데 제품을 보신지 몇 분 안돼서 저희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을 다 짚어내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제품 방향성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시고,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이런 카테고리의 아이템은 앞으로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지,..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제품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정말 많은 인사이트까지 제시해주셔서 놀라웠어요. 그런 모습에서 ‘실리콘밸리’라는 곳의 내공이 느껴졌고요. 그렇다 보니까 저희도 앞으로 해보려고 했던 것들을 그분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해보면서 그게 맞나, 틀린가를 그분에게 검증도 받아보고, 굉장히 도움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박정우 대표는 이렇듯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내공이 ‘깊은’ 사람들도 놀라웠지만, 현지의 ‘넓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유튜브에 방문하고 그곳 관계자분들은 만나기도 했지만, 저희 팀은 운 좋게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면서 그분들을 사적으로 한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저희를 계속 도와주시던 분이 다시 연결해주셔서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던 거죠. 또 비슷한 기회로 유명한 일본계 스타트업 CEO 분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얘기만 꺼내면 ‘소개시켜드릴까요?’ 하고 실제로 연결되는 그 네트워크가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농담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편하게 입고 산책하는 분들도 알고 보면 슈퍼앤젤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정말 그런 분들이 먼 곳이 아니라 주변에 가까이 계시는거에요. 아무래도 그런 환경이 정말 부럽게 느껴졌어요.
저희도 그런 기회로 좋은 분들과 안면을 많이 익혀왔어요. 꼭 실리콘밸리에 머무는 2주 동안 무언가 큰일을 만들려고 했다기보단 ‘관계의 시작점’을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뵀던 분들에게 저희가 하는 일들, 앞으로 할 일들을 계속 알려드리고 연락드리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해요.”
2주간의 실리콘밸리 경험을 마치고, 사무실에 모여있던 마그나랩 팀은 다시 콜라보를 다듬고 완성시키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더불어, 인터뷰를 마칠 즈음 마그나랩의 목표에 대해 묻자 박정우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은 가치를 만들고, 또 그걸로 돈을 벌기 위해서 나온 것이잖아요. 그렇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의식적으로 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목표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키우고, 또 그걸 증명해서 투자도 받으면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이에요.”
이렇듯,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해온 노력의 결과일까. 인터뷰를 마친 얼마 뒤 마그나랩이 페이스북의 모바일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FbStart로부터 60,000달러 상당의 크레딧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FbStart는 세계적으로 약 50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나 마그나랩이 선정된 Accelerate track 부문은 일정 시기 이상 지속해 온 성장 지표와 국제적인 성과 등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선발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계속해서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힘을 길러나가는 마그나랩에게 ‘생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커다란 ‘성장’도 기대해본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