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는 지난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10월 실리콘밸리에서의 데모데이까지 마치고 온 2014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8팀은 지난 11월 13일에 마련된 Global Startup Conference 2014/fall에서도 데모데이 시간을 가지며 실리콘밸리에서의 ‘생생한’ 방랑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신의 일정관리, 편리한가요?
웹 캘린더, 모바일 캘린더, 혹은 이 둘을 연동한 캘린더, 그리고 종이 플래너, 시스템 다이어리, 혹은 단순한 종이 메모장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일정관리를 위한 ‘솔루션’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 다이어리와 모바일 캘린더를 병행하여 사용하거나 혹은 모바일 캘린더에 모바일 메모장을 보조하여 쓰는 등, ‘한 가지’로 통합되지 못하는 이상한 불편함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름있는 기업이 만든 ‘캘린더’ 혹은 ‘플래너’ 서비스조차도, 그것 하나만 써서는 완벽한 일정 관리를 할 수 있다기엔 찜찜한 부분이 있다. 과연 이들을 진정한 일정 관리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을지, ‘스마트’ 폰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스마트폰’버전 종이 캘린더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일정 관리의 불편함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처럼 누구나 느끼던 불편함 이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속 시원하게 해결하려 들지 못하던 문제에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존의 자신의 분야를 살려 창업으로 연결 짓곤 하는데, 데이투라이프(Day2Life)의 박원일 대표는 그 이전에 학창시절부터 고민해온 반 평생(?)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JUNE 어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Day2Life의 박원일 대표
“저는 카이스트에서 embeded software를 전공하고 엘지전자 전자기술원에서 로봇청소기 개발 같은 일을 했어요. 캘린더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경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경력 이전에 학창 시절부터 제가 시간관리 솔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선은 제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종이 다이어리며, 피씨 버전 다이어리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피씨에 만든다고 하더라도 일정관리는 결국 ‘들고 다녀야’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플래너는 모바일에서 답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모바일에서 선보인 캘린더들도 여전히 불편했고, 만족스럽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만큼의 완벽한 일정 관리를 할 수 없던 거죠.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캘린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든 박원일 대표의 첫 번째 플래너는 ‘Day2Life’였다. 모바일계의 ‘프랭클린 플래너’를 꿈꾸고 장기 목표, 프로젝트 로드맵, 좌우명 등 세세하고 통합적인 일정관리가 가능하도록 박 대표가 정리한 10가지 이상의 기능이 담긴 통합적 플래너였지만 시장과 고객의 반응은 예상과 조금 달리 미지근했다고.
박대표는 “지금까지도 Day2Life 어플리케이션을 사용 중인 헤비유저들이 전 세계에 걸쳐 분포되어 있지만,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일정관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는 과했다.”고 회고한다. 그리하여 미국 현지에서 직접 시장 조사도 단행하며 캘린더의 기능을 대폭 축소, 몇 가지 기능에 집중하는 피봇팅을 거친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스마트폰 앱에서 이 많은 기능들을 쓰는 것이 유저들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Day2Life 유저들을 관찰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기능들 중에서 모든 유저들이 ‘to Do List’ 기능은 캘린더와 꼭 같이 쓴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전문직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해봤는데, 그중에서 60~70%가 캘린더와 ‘to Do List’기능을 같이 사용하고 싶다고 대답했고, 그 중에서 40%는 돈을 내고라도 쓰고 싶다는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Day2Life에서 이런 주요 기능들을 축소해서 더욱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든 플래너인 JUNE이 탄생하게 됐어요.”
물론 많은 캘린더들이 일종의 ‘to Do List’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저들이 그러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사용에 용이하지 않게 형식적으로만 기능이 갖춰져 있었고, 이에 많은 캘린더 유저들이 캘린더와 ‘메모장’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었다고. 이처럼 매일 사용하는 가장 일상에 가까운 캘린더 앱의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서 사용자 경험이 망가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박원일 대표는 하나하나 꼼꼼히 고쳐나간다.
일정이 많은 날에는 월간 뷰의 화면도 그에 맞게 조정되어 늘어나는 JUNE 어플리케이션
“JUNE 어플리케이션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이 정말 편하게 일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재탄생한 플래너에요. 우선 기존의 캘린더에서는 월간 뷰 화면을 볼 때, 일정이 넘치는 날에는 따로 클릭해야만 모든 일 정을 볼 수 있었다면 JUNE에서는 일정 개수에 맞춰서 월간 뷰 화면이 늘어나요. 또한 시장조사에서 발견한 것을 토대로 ‘to Do List’기능을 캘린더와 병행하여 사용하기 쉽게 배치했어요. 기존에는 메모장에 두서없이 써놓곤 하던 ‘to Do List’ 목록을 JUNE에서는 캘린더에서 바로 보고, 또 자신의 일정과 비교해서 손쉽게 일정을 배치하고 옮길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손쉽게 드래그하는 기능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 JUNE의 강점이에요.”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은 JUNE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 마켓에 올라와 캘린더 및 플래너 순위 20위 권 내에서 꾸준히 머물고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만들기는 쉽지만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캘린더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JUNE은 높은 퀄리티의 캘린더임에도 무료로 제공되면서 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JUNE의 수익모델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JUNE에서 대중적인 유저들이 쓰는 기능들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지만, 기존에 서비스했던 Day2Life 어플에서처럼 일정관리 어플에서 더욱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헤비유저들에게는 일부 품목을 프리미엄 기능으로 유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하지만 더욱 궁극적인 JUNE의 수익모델은 ‘이벤트 추천’을 통한 광고 수수료에요. 페이스북이나 에버노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로그인하거나, 기존에 유저가 입력한 일정 정보를 통해서 유저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관련된 이벤트를 일정에 맞게 추천해주는 기능이죠. JUNE의 유저들은 자신의 일정과 관심사에 맞게 추천된 이벤트를 광고라고 느끼기보단 유용함을 느낄 테고, 광고주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거죠.”
박 대표는 이뿐만 아니라 기업용 어플리케이션에 캘린더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서비스를 통한 수익모델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는 LG U+의 명함관리 어플리케이션인 ‘내비서’에서 JUNE의 라이브러리가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범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글로벌 진출에서도 ‘본질’이 먼저다
그간 많은 매체에서 스타트업 CEO들에게, 혹은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에서의 가능성은 어떤가요?’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고 갔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성공을 우선시할 것’, ‘처음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할 것’ 등 다양한 조언이 오갔지만, 이 모든 포괄적인 조언을 자신의 스타트업에 대입하기 전에 우선 ‘우리 서비스는 어떠한 서비스인가?’하는 본질부터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그 예로 박원일 대표는 JUNE 플래너의 전작인 Day2Life 플래너를 준비하면서부터 미국 시장에서 직접 글로벌 유저들을 만나며 깨달은 바를 전했다.
“Day2Life 플래너를 준비할 때는, 글로벌 진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사실 미국 시장이나 해외 유저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우리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미국에 가서, 공적으로 만난 사람부터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붙잡고 우리 어플이 어떤지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곤 했어요. 혹여나 글씨가 너무 작은 것은 아닌지, 사용하기에 이런 기능은 어떤지 세세하게 유저들을 파악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렇게 얻은 결과는 의외로 너무도 단순한 사실이었어요. ‘플래너’라는 카테고리의 시장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는 것이었던 거죠. 국내에서 1위를 하는 플래너 앱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1위를 할 수 있을 만큼, 문화권의 영향에서 거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라는 거죠. 물론 그때는 그걸 몰라서 직접 미국에 가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배운 것은 시장마다 다양한 유저가 있다는 사실 이전에 우리 제품처럼 문화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카테고리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데모데이 당일, 실리콘밸리 관계자와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박원일 대표
데모데이 당일, 실리콘밸리 관계자와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박원일 대표
실리콘밸리에서의 마지막 데모데이를 앞두고, 피칭 피드백을 받는 박원일 대표
이렇듯 여러 가지 실리콘밸리 및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이기 전에, 박 대표는 비즈니스 간의 ‘Case by Case’ 문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박원일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조차도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본질적인 해결책이야말로 글로벌 진출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Perfect Pitch’라는 세션이었어요. 투자를 받을 때 IR을 어떻게 해야 하고, 논리적 플로우는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상세하게 배울 수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투자자의 생각을 잘 모르고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어요. 가령 한국에서 제가 벤처 관련 기사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풀었고, 그래서 우리 제품은 이러하다 하는 ‘제품’에 초점이 맞춰진 IR을 해왔다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문제는 스타트업에서 알아서 해올 일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 대신에 앞으로 어떻게 마켓에서 확장할 것이고,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그걸 어떻게 언제 리턴할 수 있을지, EXIT에 굉장히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데이터’고요. 아무리 법인 설립이나 비자 문제까지 포함해서 실리콘밸리 진출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사실 확실한 지표와 데이터만 있다면 비자며 법인 문제는 실리콘밸리 측에서 알아서 해결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리콘밸리’가 높은 산일지라도, 무엇보다 국내에서나 실리콘밸리에서나 결국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본질은 같았던 거죠.”
박 대표의 이러한 조언들은, 어쩌면 ‘실리콘밸리’라는 대명사가 가진 문화적, 지리적 특수성을 넘어서 ‘시장’이 가진 본질적인 부분들을 짚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박 대표는 후에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있을 때 올 것을 조언했다.
“이번 실리콘밸리 탐방을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것도 가능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JUNE이 제품까지 나오고 국내 지표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지표를 정확히 보여드릴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랬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래서 앞으로 실리콘밸리에 오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품뿐만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데모도 할 수 있는 준비된 상태로 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박원일 대표는 얼마 전 2014 Fall Global Startup Conference에서 성공적으로 데모데이를 마쳤을 뿐만 아니라, JUNE 캘린더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JUNE이라는 쉬운 이름처럼, JUNE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캘린더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어플리케이션으로 JUNE을 접하니 ‘이렇게 편리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캘린더 앱 유저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돋보였다. 박 대표의 오랜 관찰과 고민의 흔적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판교에 위치한 사무실에 모인 Day2Life 팀원들
글: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인턴 박선민(sunmin2525@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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