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5편] 재발하는 위기의 싹을 잘랐다, CJ CGV

여러 영화 상영관 의자에 진드기가 나온다고 언론이 보도 했다. 상영관들이 나름 청소 관리 한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있단다. 자극적 보도 이후 점점 더 많은 지적들과 우려들이 생겨났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계속 엎드려 침묵 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 개선책을 제시 할 것인가 기로에 섰다. 이 때 침묵을 깨고 개선책을 만들어 떠든 회사가 있다. CJ CGV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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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5일. 멀티플렉스 사업자 CJ CGV는 특이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내 대표 방제기업인 ‘세스코’와 함께 자사의 전체 영화관에 진드기 방제시스템을 도입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 회사는 갑작스럽게 진드기 방제시스템 도입 선언을 한 걸까? 그 이유는 일찍이 2013년부터 언론이 지적하기 시작한 상영관 실내 위생 논란에 뿌리는 둔다. 그간 보도들은 국내 멀티플렉스 여러 상연관내의 비위생적 환경들을 지적하면서, 가장 자극적 비주얼로 상영관 의자 시트에서 검출 된 진드기들을 보여주며 고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당시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대부분 “기존보다 청소 등을 더욱 강화하고 자주하겠다”는 메시지들을 언론에 전달하면서 대부분 로우 프로파일 했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래 봐야 뻔한데 이런 로우 프로파일 전략이 과연 효과적 위기 대응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생겨났다. 반대로 업계 일부에서는 ‘어차피 업계 공통 이슈인데 혼자 나서 하이 프로파일 하면 더 큰 주목만 받을 뿐’이라며 다른 사업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현명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14년 새해가 되고 봄이 시작되면서 이 상영관 위생 이슈도 다시 새싹을 키웠다.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전국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을 대상으로 ‘진드기 및 먼지’ 고발 취재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 상영관에서 실제로 취재진이 상영관 의자 먼지를 채취하는 활동들이 감지 되었다. 이 보고를 받은 CJ CGV는 내부 대응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업계 대표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반복적으로 언론의 비판에 끌려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한 대응은 아니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CJ CGV는 수 년 전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실내 공기질 인증’을 받아 이미 실내 공기 부문에서 친환경적 공간으로 인정받기도 했었지만, 당시 언론의 지적을 수용해 의자를 포함한 실내 위생에 더욱 더 가시적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결심 했다.

소비자들이 찜찜해 하는 ‘진드기’에 대한 방제 방안을 주로 고민했다. 그리고는 대표적 방제업체와 협업하기로 결정 했다. 직후 CJ CGV는 재빠르게 움직여 세스코와 협의해 전국 전체 극장에 순차적으로 진드기방제시스템을 적용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극장에 대해서는 세스코 인증마크를 붙일 것이라 발표 하게 된 것이다.

CJ CGV는 이와 함께 매 영화 종료 시 각종 이물질 제거, 매일 영업 종료 후 진공 청소 및 세부 기물 청결 관리, 연 4회 전문청소업체를 통한 특수 살균 세척 등 청소 프로세스 인력과 시간 투입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의 비위생적 실내 상황을 취재하고 있던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은 당황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표적 취재대상 중 하나가 방송 전 이렇게 강력한 개선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몰랐던 것이다. CJ CGV측에서는 개선안 발표 전 이미 사전에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해 취재진들과의 감정적 갈등 또한 최소화 했다.

TV 고발 프로그램은 CJ CGV외에 다른 멀티플렉스들에 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계속 이전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로우 프로파일 하고 있는 다른 일부 멀티플렉스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목 하게 되었고, 각 사 비중을 달리 한 방송이 제작 방영 되었다.

CJ CGV의 이 케이스는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회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많은 기업들은 초기부터 가능한 방송내용에 노출되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로 침묵하려 애쓴다. 고발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 스스로도 찜찜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발 프로그램 대응에 가장 유효한 전략은 빠르게 가시적 개선책을 만들어 핵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해 버리는 전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해당 개선책에 대해 취재진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개선의 공(功)’을 프로그램측에 돌려주는 것이다. 취재하는 측과 취재 당하는 측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윈윈(win win)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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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시적 개선책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기업들이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어가면 개선에 들어갈 많은 노력과 재무적 부담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 주판알을 튕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위해 스스로 미리 개선 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이지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때 재빨리 개선해 언론 및 고객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기관리다. 둘 다 마다하고 침묵하며 언론을 피하기만 해서는 위기가 근본적으로 관리 될 가능성은 영원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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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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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HBQ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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