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셜커머스 시장에 대한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떴습니다.
바로 티켓몬스터의 모회사 그루폰이 3분기 실적발표와 동시에
“티켓몬스터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대표)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죠. 이에 업계에서는
“그루폰의 악화된 재무문제 때문”
“티켓몬스터의 적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당사자인 티켓몬스터는
“노노! 시장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자금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그 일환으로 일부 회사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자 투자설명서를 보냈을 뿐” 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신현성 대표)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하는 것일까. 이번 뉴스는 티켓몬스터의 현 상황 많은 부분을 보여주는 건이라 판단해 한번 자세히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1. 첫번째 부모 ‘리빙소셜’
사실 티켓몬스터의 지분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신현성 대표 및 주주는 2011년 8월 미국 소셜커머스 업체 리빙소셜에 100% 지분을 3000~4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죠. 당시 티켓몬스터는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시장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
실제로 그랬습니다. 고작 업체들은 매출액 수십억원에 불과했으나 TV CF 등 대규모 마케팅이 집행되고 수수료율 인하 등 출혈경쟁이 횡행했으니까요. 업계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죠.
먼저 티켓몬스터는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사례처럼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요. 다른 기업에 인수가 된 순간 창업자와 경영진은 그저 직원입니다”
“자유로운 경영? 그런 거 없고요. 본사 지침과 분위기에 무조건 따라가는 거에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강력한 파트너십보다는 장기경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판 것이죠”
(김범석 쿠팡 대표)
지금 돌이켜봤을 때 누가 맞았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후자의 의견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후 리빙소셜은 급격한 사세위축을 겪게 됩니다. 벨류에이션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 지점을 문 닫는 등 구조조정까지 실시했으니까요.
불똥은 자연스럽게 티켓몬스터로~!
“엄마아빠,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 옆집 쿠팡이랑 위메프는 보너스 받았고 좋은 곳으로 이사간대”
-_-;
2. 두번째 부모, 그루폰
그러던 2013년 또 한번의 빅뉴스가 들려옵니다. 그루폰에 다시 매각됐다는 것이죠.
“좋은 집으로 입양보낼테니 공부 열심히 해”
-_-;
당시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대표는
“서양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이길 수 없으면 친구로 만들라고”
“그루폰코리아로 도전해봤는데 티켓몬스터 못이겼어요. 그래서 인수하는 것임. 즉 티켓몬스터 완전 짱짱짱”
하지만 이번 건도 굿딜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우선 매각가가 3000억원 이하로 리빙소셜에 팔렸을 때보다 낮았죠.
“이거 뭐임? 거래액이 매년 오른다는데 왜 기업가치는 더 떨어진 것임?”
-_-;
그리고 신현성 대표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루폰에 인수제안 받은 적 있어요. 하지만 업무방식과 기업문화가 우리랑 별로 맞지 않아 거절했어요”
“그러면 이제는 맞다는 거임?”
그리고 그 사이 시장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한참 밑이라고 생각했던 위메프조차 쾌속성장을 거듭하며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죠.
“니네 리빙소셜처럼 그루폰에게 또 버림받는 거 아님?”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능”
“그루폰 전체 매출 중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고 1조원 현금을 갖고 있는 그루폰은 우리를 지원할 준비가 됐음”
하지만 그루폰의 사업현황을 살펴보면 매출액 추이가 분기 7000~8000억원에서 멈춰 있으며 손실 또한 4분기째 내고 있습니다.
(짙은 녹색이 거래액, 연한 녹색이 매출. 지난해 4분기부터 쭉 비슷하다는 뜻)
내부 우려는 쌓이고 있는 상황.
“리빙소셜이나 그루폰이나 그놈이 그놈인 듯”
“그루폰이 우리 인수할 때 그루폰코리아를 싹 다 밀었잖아.우리도 당하는 거 아님?”
그 사이 경쟁사는 훨~훨~!
위메프가 쿠팡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부투자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어서 언제든지 대규모 유상증자가 가능하다는 것!
“우리는 헐값으로 왔다갔다 ㅠㅠ”
3.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면 질문! 언론에서는 티켓몬스터의 누적적자가 많고 사업이 썩 좋지 못하다고 하잖아”
“그래서 그루폰이 물렸다는데 그게 맞는 이야기야?”
*물리다
투자한 회사가 완전 망가져서쌩돈 날리는 것을 일컫는 주식계 용어.
“그건 아닌 듯. 티켓몬스터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 거래액 2조원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오히려 칭찬해야겠지”
“거의 고군분투 수준 ㅠㅠ”
“물론 누적적자가 많은 것은 아쉬워”
“그러나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를 바라볼 정도로 잠재력이 크니까 충분히 투자비용으로 이해할 수 있지”
(참조 – 티몬-위메프, 지난해 실적 어떻게 봐야하나?)
“그렇다면 그루폰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그것은 상당 부분 맞는 것 같애. 만약 돈이 넘쳤고 티켓몬스터가 정말 알짜배기라면 왜 지금 지분을 매각하려 하겠어”
“그러면 티켓몬스터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심플하게 말하자면 투자계획을 철저하게 세우지 못했다고 볼 수가 있지”
“재력 좀 있는 창업가가 체계적으로 초기, 시리즈ABC, IPO까지 투자계획을 세웠다면 상황별로 대규모 자본을 모을 수 있었으니”
“실제 쿠팡은 그렇게 해서 여전히 김범석 대표가 대주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20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고”
“위메프는 뭐.. 아직 한번도 투자를 안받은 데다가 허민 창업자 이름값이 워낙 높이니 마음만 먹으면 수천억원을 어렵지 않게 끌어모으지 않을까 싶음”
(참조 – 위메프는 어떻게 시장판도를 바꿨을까)
(참조 – 티몬과 쿠팡은 어떻게 투자를 유치했을까?)
“티켓몬스터에게 안타까운 것은 딱히 뭘 못했기보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라는 거야”
“그가 창업했을 때는 돈도, 네트워크, 경험도 거의 없던 젊은이었고 어쩔 수 없이 상황마다 생존하기 위해 직감에 의존한 베팅을 할 수 밖에 없었거든”
“즉 지분운영과 경영권 방어를 염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오히려 지금까지 회사를 이렇게 운영한 것만 하더라도 대단하다고 봐”
“그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잖아”
“그렇지. 흔히 경쟁자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의 사활이 걸렸기 마련인데 그러기엔 김범석 쿠팡 대표라든지 위메프 허민 창업자라든지 너무 인물이었던 것이지”
“그리고 리빙소셜이나 그루폰은 누가봐도 매각 당시 최고의 파트너였던 것은 맞아. 이렇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일반인보다 훨씬 실력도 있고 운도 좋았지만 조금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운이 좋았더라면”
글 : 뉴스토마토 최용식
출처 : http://goo.gl/CG8P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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