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 론칭된 카 레이싱 게임을, 그것도 매우 괜찮아 보이는 카 레이싱 게임을 단 둘이서 만들었다는 팀이 있다. 안 만나볼 수가 없다. 올 겨울들어 가장 추웠던 어느 아침, 이런 저런 일로 뜨고 있는 성수동에 위치한 가방맨스튜디오를 찾았다.
회사 이름이 특이한데, 가방맨이라니? 무슨 의미인가? 가방맨? 가방은 어디 있나?
가방맨은 개인 ID다. 올 초 법인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인명으로 가방맨스튜디오가 급조된 면이 있다. 그런데 아직도 개인회사다. 곧 법인화할 예정인데 그때는 다른 이름을 갈 확률이 높다.
론칭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선택했다.
카톡 게임이 성공한 원인을 생각해봤다. 성공한 게임들은 무엇보다 처음 시도되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외국의 재미있는 게임을 잘 카피했다. 물론 다른 성공요인도 많다. 우리 게임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도 실패한 게임이 더 많은데?
성공한 게임들을 보고 따라한 많은 중소게임개발사들이 실패했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다 재미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진짜 재미가 아니었던게지. 실패한 게임은 게임성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카톡에서 다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현재 카톡 게임 라인업을 보면 애니팡, 쿠키러너 같은 이미 선점한 초기 게임들, 막강한 자금으로 밀어붙이는 대기업 RPG 게임들, 그리고 매주 넘쳐나는 고만고만한 신규게임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카톡은 출퇴근시간의 ‘신도림역’일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신도림역이나 카톡이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어떤 게임인가에 답할 수 있으면 된다.
가방맨이 수많은 게임회사와 경쟁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을 지향한다. 첫 번째 게임인 피트인레이싱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나스카 컨셉의 레이싱 게임이면서 검증된 게임성과 재미를 더했다.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게임이다. 해외에서는 CSR 레이싱의 뒤를 잇는 게임이 될 것이다. 기존의 익숙함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발전된 재미가 있다.
나스카?
나스카는 F1, 카트와 함께 세계 3대 레이싱 대회다. 보통 2,30만명이 관람을 한다. 미국 스포츠 인기순위에서 NFL에 이어 2위다. 메이저리그보다 위다. 기업스폰서십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단연 최고다.
피트인레이싱 이야기로 넘어가자.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박진감 넘치는 나스카 레이싱을 쉽고 강렬하게 모바일에서 경험해 보자.” 라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나?
나스카 환경을 최대한 모바일로 구현했다. 액셀과 브레이크, 기어변속이 가능한 레이스와 타이어교체를 하는 피트스탑, 다시 레이스로 반복되는 나스카 경기의 핵심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버튼 방식으로 최적화했다. 한마디로 박진감 짱이다.
그게 다?
피트인레이싱은 타이밍 게임으로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조작을 요한다. 0.1초의 집중력을 요구하고 1/1000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카메라 웍도 강점이다. 기어가 변속될 때마다 화면이 전환된다. 피트스탑에서도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주기 바란다. 그리고 레이싱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CSR 레이싱의 뒤를 잇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뭐가 다른가?
드라이버 뿐 아니라 타이어맨, 크루칩, 잭맨, 가스맨 등 피트크루 맴버를 모두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들의 역량이 곧 경기력을 좌우한다. 그리고 CSR레이싱은 플레이시간이 10초 미만으로 지나치게 짧다. 그렇다고 무한정 늘리면 지루하다. 피트레이싱은 60초미만으로 최고의 박진감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설정했다.
핵심 타겟은 누구인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30대 후반의 남성 직장인을 주타겟으로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음.. 40대는 주타겟이 아니군. 급 관심 저하.
레이싱, 피트, 다시 레이싱.. 좀 단순하지 않은가? 트랙도 그냥 평범한 원이고. 버튼 타이밍도 사실 많이 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모두 퍼펙트가 되진 않을지.
대박게임인 CSR레이싱은 직선 도로에서 10초 미만의 드래그 레이싱이 게임의 전부다. 그럼에도 중독성이 있다. 피트인레이싱은 이런 장점에다 재미와 스토리를 더했다. 해보면 실감할 것이다.
버튼 방식의 조작이라 직관적이고 쉽긴 하다.
클릭 타이밍을 4단계로 나눴다. 각 단계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그 외 가속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아이템도 존재한다. 레이싱카를 업그레이드 하고 피트크루의 역량도 높일 수 있다. 플레이모드도 위클리, 데일리, 피처, 레귤러, 챔피언십까지 5가지 모드로 다양하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해보자. 수익은 역시 인앱 결제 모델인가?
맞다. 연료충전, 캐릭터 업그레이드 등에 코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친구나 스폰서십을 통해 무료로 얻을 수도 있다. 업그레이드도 가능한 단계가 있는데 카드별로 확률이 다르다. 게임속 게임이랄까. 그 외 게임, 영화 등 기업이 스폰할 수 있는 다양한 PPL 이 숨어있다. 24종의 자동차는 물론이고 트랙, 캐릭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나? 오픈 성과는 어떤가?
카톡 게임 론칭 이후 2주 동안 24000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특별한 마케팅없이 만족할만하다. 리텐션(잔존률)도 높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꾸준히 결제액도 늘고 있다.
근데 이걸 정말 둘이 만들었나? 얼마나 걸린 건가?
플로토타입이 3개월, 알파버전이 4개월 걸렸다. 2개월이 더 걸려 지난 9월에 베타버전을 오픈했고 지난달 카톡에 론칭했으니 거의 1년이 걸린 셈이다.
둘이 만들었냐고? 소개 좀 해봐라.
나(김종 대표)는 2003년부터 모션팩토리, 웹젠, 네오위즈, 이프, NC소프트, 팬갈로우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한다. 현기호 CTO는 무기전문가다. 참여한 무기 개발 프로젝트도 많다. 피트인레이싱에서는 클라이언트 개발을 전담했다. 한마디로 능력자다.
설마 이 멋진 그래픽 작업도 두 분이 했나? (두 ‘분’이라고 했다)
서버 프로그램만 외주를 줬다. 그래픽은 물론 내가 했다. 학부에서 전공했던 것이라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은 이벤트, 프로모션 기획이나 운영, 고객관리도 하고 있다.
욕심이 많은가? 능력이 많은가?
욕심도 능력도 아니고 사실은 현실일 뿐이다. 누가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할 수 밖에. 다행히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제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년쯤 뒤.. 그럼에도 피트인레이싱이 실패했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고객의 니즈에 반응하지 않으면 망한다.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마케팅도 실패의 원인이 될 것이다.
가방맨스튜디오는 아직 전혀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투자사와 미팅을 갖긴 했지만 두 명의 능력자로 구성된 개발팀이 핸디캡이 됐다. 김 대표는 투자를 받아 직원을 채용할 생각인데 투자사는 직원이 있어야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글로벌 게임회사가 될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 겨우 한 발 딛었을 뿐이다.
피트인레이싱은 카카오톡 게임이나 구글플레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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