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요일 이른 아침 발생했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힘든 시간에 이 회사는 정신을 차렸다. 사고로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실타래를 들여다보며 그들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현장에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신속 관리했다. 위기의 원점과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 없이 언론과 규제기관만 먼저 관리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LG전자 이야기다.
2013년 11월 16일 오전 8시 45분.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했다. 이 아파트 24∼26층에 충돌한 후 추락해 버린 헬기에 탑승해 있던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의 창문들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피해를 본 아파트 21∼27층에는 주민 27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피했다. 당시 아파트 26층에 있던 여성 1명은 충격에 놀라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았다.
이날 오후 LG전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과 부기장 두 분께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또한 “사고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 사고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핵심 이해관계자를 두 그룹으로 설정한 것이다. 첫째는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둘째는 갑작스러운 충돌로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충돌 아파트 입주민들이었다. LG전자는 위기관리의 핵심인 ‘원점관리’에 초기부터 집중하는데 성공했다.
우선 LG전자는 유가족들과 협의해 장례식을 4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LG전자 임직원 장례를 돕는 위원회도 장례식장에 파견 해 지원했다. ‘회사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 비용 일체 부담은 물론 합동 영결식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LG전자 조직 전체가 유가족들에게 정성스러운 조의를 커뮤니케이션 했다.
유가족 협의와 동시에 LG전자는 헬기와 충돌 한 아파트 입주민들과도 만나 피해보상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팀을 각 피해 가정에 방문시켰다. 또한 대체 거주지 마련을 위해 사고 지역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과 긴밀히 협의했다.
LG전자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던 사고 지역 인근의 호텔 2곳에 각각 임시 거처를 마련해 총 8가구 32명이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충돌 층인 24층 위아래 가정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협의 해 사고 다음날부터 바로 임시복구를 시작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응해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당일이 일요일 휴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 LG전자의 위기관리팀은 재빠르게 움직여 ‘원점관리’를 실행했다. 임시거처를 마련해 아파트 피해 주민들을 이동시키는 데 사고 후 정확히 4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픔에 잠겨있는 헬기 조종사 유가족들과의 장례 절차와 예우에 대한 협의도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사고 지역 관할 구청과의 협의도 일사불란 했다. 임시거처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 우려하는 구청직원들에게 “LG전자가 지불한다”는 약속을 하며 빠른 협조를 구했다.
LG전자는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해 파악 해 대응 했다. 사고 후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시끄러운 언론이나 으르렁거리는 정부규제기관들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를 입어 고통스러워 하고 슬퍼하는 실제 이해관계자들을 먼저 꼽아 살폈다.
유가족들이나 피해 주민들에게는 사고 직후 한 시간이 1년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공감한 것처럼 LG전자는 빨랐다. 주저하거나 고민하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통 크게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른 확신을 주었다.
만약 LG전자가 사고 초기에 피해 유가족에게 적절한 장례 절차와 예우를 표하지 못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 입주주민들에게 적절한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대신 초기 그들의 불만을 막는 데만 몰두했었으면 어땠을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하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실제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많은 위기관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분명 LG전자의 헬기 추락 사고 위기관리는 의미가 있다.
최소한 LG전자는 현장에서 울고 아파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그대로 놓아둔 채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유가족과 피해 가족들을 만나지도 않은 채 ‘조의와 위로를 표한다’ 말로만 사과하지도 않았다. 임시 거처를 걱정하는 실무 구청직원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다. 경찰이나 여러 조사기관의 질문에만 답한 것이 아니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성심껏 답을 해 위기를 관리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메길 수 있는 능력. 위기관리 성공 능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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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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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tSht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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