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기점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거의 만 4년이 다 되었습니다. 2014년은 회사의 덩치가 커지고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한 해였습니다. 회사는 성장을 했지만 생각했던 100%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2014년을 돌아보며 잘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통한 배움을 담담하게 적어보았습니다.
2014년의 10가지 배움
2014년의 10가지 배움
1. 제품의 올바른 개선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한다.
2013년 12월 말쯤 Between의 2.0 버전을 런칭했습니다. UI/UX의 많은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적으로 제공되었으며, 제품의 백엔드에서도 큰 개선이 있었습니다. 2.0 버전을 런칭한 후 어떠한 마케팅을 따로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여러 수치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앱스토어에서 전세계 90여개 국가에 Feature를 걸어줌으로써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역시 제품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때때로 내려오는 애플님의 은총
2. 예상치 않은 곳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Between 2.0 버전을 런칭하고 대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예상치 않은 뜻밖의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 때 저희는 대만에서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빠르게 사람을 뽑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원래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려던 계획을 바꿔 대만에 팀을 꾸리기로 한 것입니다. 대만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좋은 인재들을 소개받고 Tech 언론을 통해 채용 공고를 낸 후, 정말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뛰어난 분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이 남다른 두 명을 멤버로 새롭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 두 명이 한 달간의 Boot camp를 한국에서 가진후 대만으로 돌아갔고, 약 7개월 정도 현지에서 마케팅과 사업개발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대비 4배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그렇게 찾아온 기회는 유효기간이라는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특정 기간 안에 무언가 빠르게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 기회가 영영 날아가버리기도 합니다. 저희는 운 좋게 좋은 분들을 모심으로써 그 기회를 잡아 대만에서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3. 유저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를때가 종종 있다.
몇 년째 직접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오면서 느끼고 있던 바인데, 올해에 조금 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Between 2.0 버전을 기획하고 있을 때 유저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기능은 공유 캘린더 기능이었습니다. 하루에 몇 백개의 피드백 메일이 들어올 정도로 이 기능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캘린더 기능을 추가하여 2.0 버전을 런칭했지만 사용량 자체는 저희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지만 때때로 유저들은 자신들이 진짜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을 가할 때, 이 요구가 빅마우스들만 주장하는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유저는 이미 만족하면서 그 기능을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를 기획할 때 단순히 유저들의 목소리만들 듣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가장 많은 유저들의 만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PM 스스로가 많이 고민하여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4. 성장의 정체는 조직 구조의 잘못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
회사의 사람 수가 늘고 해야될 일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직 구조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게끔 내부적인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여 그에 맞게 사람을 늘렸을 때, 조직 자체가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성장의 정체와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실제로 회사의 조직 구조를 우리 회사의 문화와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재정비하고 적응하는 기간을 거친 후부터는 다시금 성장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에 맞는 조직을 만들어가며 여러 선배님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그 중 Spotify의 조직 문화 관련 글과 데브시스터즈에서 발행한 글로벌 IT 스타트업 벤치마킹 보고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리팩토링 기간에 인내를 가져야 다음 점프를 준비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리팩토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리팩토링(refactoring)은 주로 ‘결과의 변경 없이 코드의 구조를 재조정함’을 뜻한다. 주로 가독성을 높이고 유지보수를 편하게 한다. 버그를 없애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행위는 아니다. 사용자가 보는 외부 화면은 그대로 두면서 내부 논리나 구조를 바꾸고 개선하는 유지보수 행위이다.”
위에서 정의한 것처럼 리팩토링을 하게 되는 기간에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사업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PM과 사업 개발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리팩토링 기간은 참 괴롭습니다. PM은 새로운 기능을 생각하더라도 개발을 할 수가 없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개발이 필요한 일을 새롭게 시도해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일 벌리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서 자꾸 일을 만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속적으로 새로운 인풋이 들어가게 되면 리팩토링의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게 당분간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회사 전체의 궁극적인 속도를 늦추게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6. 시장의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게 빠른 전략 수정을 해야한다.
IT 산업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합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진화하며 새로운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해야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신기술이 나옴으로써 과거에 신입장벽이었던 회사의 경쟁력이 별게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우리 경쟁자가 큰 돈을 투자 받아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전략은 시장 상황에 맞게 빠르게 수정되어야 합니다.
2014년에 저는 회사의 1년 전략을 세워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였는데, 시장 상황이 중간에 변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했던 탓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그 때 적절한 대응을 하고 전략에 수정을 가했으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얼을텐데라는 후회를 하곤 합니다. 회사의 본질은 제품을 잘 만들어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외부의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우리 회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지체없이 움직이는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7. CEO가 성장을 하지 못하면 회사의 성장은 당연히 정체된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2014년은 그 성장의 폭이 가장 적었던 해였습니다. 회사는 꽤나 성장했지만 제가 연초에 세웠던 계획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이유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보았고, 그 중심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회사는 성장을 하며 그에 맞는 역량을 가진 CEO를 필요로 하는데 제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회사 성장의 병목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 것을 깨닫고 2014년 4분기부터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좀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길이 보이며 나아지고 있습니다. CEO는 자신의 그릇이 회사 성장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8. 좋은 멘토는 개인의 성장을 가속화시켜주고 좋은 기회를 많이 열어준다.
개인적인 성장의 정체를 느낄때마다 그 정체 구간을 뚫어준 것은 항상 곁에 있던 좋은 멘토분들이었습니다. 저보다 한발짝 먼저 이 길을 걸어보시거나 이 업계에 종사하시며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가 지금 시기에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역량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확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사업을 처음해보는 스타트업 CEO 입장에서 먼저 그 길을 걸은 분들의 경험을 공유받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 분들의 내공 중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체화하게 된다면 한 단계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멘토분들을 통해 다른 좋은 기회를 많이 얻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를 얻으며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되었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과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후배를 진심으로 위하고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멘토이자 선배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9. 스타트업에게 ‘인사는 만사’다.
스타트업은 멤버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인성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람을 채용함에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보통 스타트업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전에 시스템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의 드나듦이 잦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 쌓았던 역량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기 전에 그 사람이 떠나버리므로 회사 전반적인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우리 회사에 머물 수 있는 분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회사의 성장을 강하게 믿고 있는 분을 모셔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들을 뽑은 경우, 가장 적은 리스크로 좋은 성과를 내는 분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내부 멤버들의 추천과 믿을만한 지인으로부터의 추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회사를 창업하고부터 여태까지 ‘회사 최고의 복지는 끝내주는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일이 힘들고 고되더라도 미생의 영업 3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함께 하는 동료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꼭 포기 하지 않아야 할 단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일 것입니다.
10.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역시 속도와 유연성이다.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며 언제 우리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그 때 우리의 모습은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때’였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많은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 번의 큰 실패는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잠시 멈춰있는 틈에 무수한 경쟁자가 시장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쟁력은 적은 수의 인원이 빠르게 결정하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조금씩 이러한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잃는게 아닐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수가 많아지다보니 각자의 영역에서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지고, 이를 조율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은 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고, 그들이 각자의 initiative와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다시 속도의 유연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매년마다 이렇게 하나씩 배운점을 나열해 가면서 부족함을 참 많이 느끼게 됩니다. 항상 연초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끝나고 돌아보면 아쉬운 점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고 성장해가면 개인도 회사도 조금씩 더 단단해질 거라 믿습니다. 올 한해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 : 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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