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핀테크시대 금산분리 수명다해”

“게임의 룰이 정해진 게 없다. 관심이 있다고 달려들었다가 금산분리를 건드린다고 역풍을 맞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최근 IT업체 한 임원은 한국 IT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미온적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인터넷은행을 허가할지, 허용하는 사업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과 예산을 들여 사업 진출을 검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지만 핵심인 ‘금산분리’는 내버려두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4%까지만 들고 있게 하는 한도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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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IT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에 턱없이 모자란 지분으로 누가 사업을 하려 하겠느냐”며 “금산분리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인센티브가 나와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텐센트가 중국 최초 인터넷은행 ‘웨이중은행’ 지분 30%를 들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금산분리 규제는 은행법, 공정거래법,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지주회사법을 비롯한 여러 법률에 골고루 걸쳐 있다. 상위 법인 ‘특별법’을 만들어 핀테크 은행에 예외를 적용하거나 기존 법률을 손봐 지분 보유 한도를 높이는 게 대안으로 꼽힌다.

문제는 금산분리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 간 온도 차가 커서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시민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정말 IT업체에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 줄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금산분리 이슈부터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IT업체는 금산분리 완화 주범으로 몰릴까봐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화상태인 은행업에서 추가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힘든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핀테크 기업은 소매금융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촘촘한 기존 은행 네트워크를 뚫고 돈이 될 만한 곳을 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업과 IT업 문화가 크게 다른 점도 IT기업이 은행 진출을 망설이는 원인이다. 규제와 규율에 익숙한 금융업 산업 논리에 IT업체들이 녹아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마이클 홍 레드헤링 대표는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곧바로 서비스 개발로 옮기는 IT기업들이 정부 심의만 최대 몇 달이 걸리는 금융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면 확인 절차를 어떻게 간소화할 것인지, 은행 설립자본금(현행 1000억원)을 얼마나 내릴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금융업 전반에 미치는 금융당국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은행산업을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IT업체가 금융업에 뛰어들어 금융당국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환 건국대 교수는 “핀테크 은행이 금융당국에서 ‘서자’ 취급을 받아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국회와 힘을 합쳐 불안을 일시에 해소할 것을 요구한다. 금융위원회 단독 플레이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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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장원기자(매일경제)
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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