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동 경로를 모두 추적해 정보를 제공하는 ‘코딩(프로그래밍)’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런데 돈이 될까요?”
“연착 정보 등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도 많고 기업에서 수요도 있을 거예요.”
프랑스 파리 북서부 17구에 위치한 한 철제식 외벽의 임시 가건물 1층에 있는 조그만 교실. 담요를 걸친 여학생과 구멍난 청바지를 입은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프랑스 항공사 직원들이다.
이 건물은 1년 전 프랑스 통신재벌 ‘프리’(Free) 회장인 그자비에 프랑스 니엘이 설립한 ‘에콜42’라는 스타트업 인재 육성학교다. 인터넷 기업을 통신사로 키운 니엘은 몇 해 전 재산이 쌓이자 다양한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에콜42도 그중 하나다.
목적은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는 디벨로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해 1000명의 스티브 잡스형 컴퓨터 천재를 키우는 것이다.
100% 무상인 이 학교에 입학하는 유일한 조건은 ‘코딩을 위해 태어났는가?(Born to code?)’다.
코딩에 대한 관심과 실력 외의 것, 학교 졸업장과 졸업성적 따윈 전혀 필요 없다. 오직 한 달에 걸친 서바이벌형 코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코딩’이란 생활 곳곳에 응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말한다. 학생들의 배경은 수학 천재에서부터 요리사, 화가, 심지어 퇴학생까지 다양하다. 이곳 학생인 래미 알베스(19)는 “바칼로레아(한국의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지만 이론을 더 이상 배우기 싫어 대학을 포기했다”며 “1년 만에 40개 프로그램을 코딩했는데 3D프린팅 분야 취업이나 창업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학교는 365일·24시간 학생들에게 개방돼 있다. 학교 한 공간에 마련된 핫도그 트럭에서 끼니를 때우고 잠은 슬리핑백에서 해결한다.
선생님과 교육도 없다. 니엘 회장과 ‘프리’를 공동 창업했던 니콜라 사디락 교장은 “비슷한 주제와 목적을 가진 학생들끼리 팀을 만들어 경쟁하는데 학교는 학생들의 능력을 보여줄 ‘문제’를 내주고 학생 작품에 대한 상업성을 기업·전문과들과 함께 평가해 준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벌써 11개 스타트업 기업이 배출됐다. 매월 1개씩 스타트업이 학교에서 생겨난 셈이다. 이 중에는 벌써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으로 치솟은 카풀서비스 기업 ‘블라블라카’(BlaBlaCar)도 있다. 디지털사진 스타트업 기업인 ‘포토리아’는 지난해 11월 미국 어도비시스템에 8억8000만달러에 팔렸다. 조만간에 졸업 예정인 14명 학생들은 이미 구글·페이스북·에어버스 등 세계적 IT기업이 총출동해 싹쓸이 채용했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열기는 유럽 경제난 속에서 더욱 달아오르는 중이다. 매해 두 번 1700여 명 안팎만 선발하지만 매회 1만5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지원했고 지금까지 총 7만명이 테스트를 거쳤다. 이곳 관리업무 담당자는 “구글 직원이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인재 채용이나 인수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수시로 다녀갔다”며 “다음 주엔 우리 학생들과 미국 스탠퍼드대, MIT 대학생들이 만나 공동 작업하는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에콜42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으로 코딩 아이디어로 바로 창업을 하는 ‘엑셀러레이터’들도 프랑스 곳곳에 생겨났다. 우리나라 동대문과 같은 파리 2구 상티에 지구에 위치한 ‘누마’(NUMA)가 대표적이다. 이곳 ‘르 캠핑’이라는 스타트업 론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간이 사무실이 제공되고 멘토가 붙고 회계·마케팅 이런 분야 사람들까지 모여서 바로 ‘임시 기업’이 만들어진다.
르 캠핑을 통해 2011년 이후 총 2000만유로(약 250억원) 기업가치 규모, 72개 스타트업이 만들어졌다. ‘메자그라프’는 960만달러에 트위터에 인수됐다. 프랑스 재무성 소속 다비드 몽토 국장은 “프랑스는 그간 관광자원과 명품 이미지로 상징됐지만 앞으로는 산업생태계를 디지털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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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원문: http://goo.gl/PgTr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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