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 Jet.com

Jet.com이 얼마전 $140M (약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투자와 함께 기업 가치는 $600M(약 66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9월에 받은 $80M의 투자금까지 합치면 아직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무려 $220M(약 2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드 투자(Seed Investemtn)가 아닐까 싶다. Jet.com은 부피가 큰 물건을 주로 다루는 쇼핑몰인 Diapers.com을 아마존에 $540M에 매각해서 유명해진 마크 로어(Marc Lore)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때문에 출시도 하기 전에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으며, 이미 35만명 이상이 베타 유저가 되기 위해 가입했다.

블룸버그에서는 지난 1월 7일, ‘아마존이 이 사람의 회사를 샀다. 이제 그가 아마존을 겨냥한 회사를 만들고 있다 (Amazon Bought This Man’s Company. Now He’s Coming for Them)’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기사에서 워낙 상세히 잘 설명을 해놓았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면 가장 좋은데 여기서 그림을 통해 간단히 개념만 설명해보겠다.

Jet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아마존보다도 더 싸게 (대신 조금 더 불편하겠지만) 물건을 팔 수 있다고 한다.


위 그림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소비자는 연 49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것이 회사의 유일한 수익원이 된다.)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하는 대신, 살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장바구니 안에 있는 물건의 구성에 따라 물건들을 모두 팔 수 있는 리테일러가 달라진다.

만약 한 회사가 그 물건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배송료가 절감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을 보고 즉시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만약 ‘천천히 받아도 된다’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만큼 더 배송료가 싸지거나 무료가 된다. 소비자는 모든 옵션을 고려한 후 값을 지불한다.

Buzzfeed에 올라온 아래 이미지를 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회원 가격’은 다른 온라인 몰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이미 낮은데, 배송을 늦추거나 반품을 안하겠다고 결정하면 각 결정마다 1~2달러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가격이 꽤 많이 떨어진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Inc.com이 창업자와 한 인터뷰의 일부를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된다.

If we compare Amazon to Walmart, and you’re building the Costco of online shopping, how can you actually make prices lower than those found on Amazon? (당신은 온라인 쇼핑의 코스트코를 만드려고 하는데, 어떻게 아마존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거죠?)

Costco created a $60 million market-cap business, 21 years after the founding of Walmart. Coincidentally, here we are 21 years post-Amazon’s founding, and we believe we’ve found a way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to bring dramatically lower prices to consumers. (코스코는 월마트가 생긴 지 21년이나 지나서 커다란 회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우연히도, 아마존이 만들어진 지 2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은 것 같습니다.)

But the way we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is very different than Costco. We make all of the costs of shipping and supply-chain and payment processing very transparent to consumers. It lets you shop smarter, create a more economically efficient basket, and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You can also pull your credit-payment card out of the system by changing your credit card to save money. You can buy something non-returnable to save money. You can slow ship speeds down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But primarily what you pull out of the supply chain is fulfillment costs. (그렇지만 Costco와는 아주 다른 방식입니다. 우리는 물류의 전 과정을 아주 투명하게 함으로써 가격을 낮춥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배송 시간을 느리게 하면 가격이 달라지죠.)

아래는 이러한 개념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How will this slate of options be presented to shoppers? (이런 다양한 옵션들이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We try to make it incredibly simple for consumers. Here’s how it works: Every product has a starting price. That will be, on average, 5 to 6 percent below the lowest price online. That member-price never changes. Then you have something called the smart-cart bonus. It starts at zero, but as you start building your basket, that smart-cart bonus can increase. It makes the price [for an individual item]get lower. (아주 간단하게 만들거에요. 일단 기존보다 5~6% 싼 가격으로 보여지고, ‘스마트 카트 보너스’라는 게 있는데 이게 할인을 제공해요)

If you as the consumer see some big bonuses on items, you’ll know it’s more efficient to ship that item with your other items in “My Basket.” That’s it. You never have to pick the retailer, you just shop on price. We have one common shipping policy across all merchants. One return policy. And one customer service center number. It’s very clean. (소매상을 절대 고를 필요가 없고, 가격만 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배송 기준과 반품 기준은 오직 하나로 할 겁니다)

이해는 되지만 과연 가능할까 기우뚱하게 된다. 이 아이디어로 아마존을 위협할 만한 회사를 세운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몇 가지 드는 의문은 아래와 같다.

소비자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기만 하면 되고, 판매자들이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에 따라 실시간으로 할인을 제공한다고 하면 마법처럼 들리지만 이게 사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또한 추가 할인을 구현하기가 간단치가 않다. 예를 들어, 여성용 속옷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굳이 Target 이나 Macy’s, 또는 Banana Republic을 뒤질 필요 없이 Victory’s Secret에서 한꺼번에 사면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가구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Overstock.com에서 쇼핑하면 되고, 자전거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Performance Bike에서 쇼핑하며 된다. 이미 특정 품목마다 그 분야에서 가장 강한 리테일러들이 정해져 있다. 그러면, 여성 속옷과 가구, 그리고 자전거를 한꺼번에 사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회사가 할인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아마존을 제외하면 Target, Walmart, Macy’s 같은 대형 리테일러들밖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브랜드를 그들 회사가 제공해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위에서 예로 든 Target이나 Walmart 같은 회사는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년간 마케팅과 서비스에 돈을 써 왔다. 이런 회사가 Jet.com의 뒤에서만 존재하는 색깔 없는 회사(White-lable)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Jet.com 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인지도가 없는 소매점들을 주된 파트너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소매점들이 Jet.com 이 원하는 가격과 구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높은 품질의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반품을 생각해보자. 이전 블로그에 썼듯, 쉬운 반품은 내가 아마존의 ‘가장 충실한’ 고객이 된 이유 중의 하나다. 나에게 이런 경이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물류를 아마존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제 3자가 제 3자에게 발송한 제품에 하자가 생겼을 때, ‘플랫폼’ 역할을 하는 회사가 묻지도 않고 반품을 해준다든지, 고객의 말을 100% 신뢰하고 반품 사유가 판매자에게 있으면 왕복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든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49달러라는 연 회원비가 수익의 전부이고, 나머지 모든 절약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정책을 취한다면 그런 서비스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결국 Jet.com 의 모델은 일종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 마켓’형태로 가겠다는 것인데, 난 한국의 오픈 마켓 시스템을 정말 불편하게 여긴다. 아마존에서 쇼핑하다가 그런 오픈 마켓에 가면 난잡한 상해 남경로 한복판에 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완전히 동일한 제품을 파는 판매자가 수십 개나 되기도 하고,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상품들이 가격이 제각각이면, ‘최적의 옵션’을 찾기 위해 일일이 들여다보고 조사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에서는 2분이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오픈 마켓에서는 20분이나 걸려야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품질이 낮을 수 있다. Jet.com의 이미지가 ‘모든 것을 갖춘 곳’,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 곳’이 아닌 ‘싸다’는 것이 전부라면 가장 가격에 민감한 질이 낮은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모으게 될 것이고, 이런 소비자들은 기업의 장기적 목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들고 시작하는 회사가 실패하기도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으며 시작하는 서비스이니 아마존에게 흠집을 낼 정도의 회사로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이커머스의 미래가 된다든지, 오늘날의 코스트코만큼이나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노(No)라고 하겠다.

글/ 조성문
원문/http://goo.gl/PRt9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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