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2월 16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있었던 강연 내용을 요약 한 것 입니다)
숨겨진 비밀
책의 첫 머리에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다. 그 이유는 남들이 모르지만 나만 아는 진실은 곧 이익 창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르는 사업 기회, 남들이 모르는 소비자 니즈, 남들이 모르는 기업 정보를 통해 우리는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남들이 모르는 진실을 아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1) 진실을 알고있는 극소수 중 누군가로부터 듣는다
(2) 호기심과 탐구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진실을 스스로 파악한다
(3) 미래를 예측한다(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된다)
좋은 기업가와 투자자라면 (2) 와 (3)의 방법에 집중하여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고자 해야 한다. 그 이유는 (1) 보다는 (2) 또는 (3)이 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에 의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익을 창출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Insider Information을 이용한 주식 거래이다.
(2) 번의 경우 많은 사례가 있는데, 워런 버핏의 가이코 투자와 애니팡의 성공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워런 버핏은 대학교 재학 당시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였는데, 가치 투자 방식으로 분석해보니 가이코는 엄청나게 저평가된 주식이었다.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어째서 자기 눈앞에 뻔히 보이는 사실을 보지 못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전 재산의 3/4를 가이코 주식에 투자했고 이는 워런 버핏 신화의 시작이 되었다.
애니팡은 이정웅 대표의 소셜 게임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이정웅 대표는.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자원을 주고받는 방법은 페이스북과 같은 웹 기반 소셜게임에서 사용되고는 있었으나,모바일 안에서는 이런 기능이 없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카카오톡만의 소셜 특성을 자 활용해 볼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하여 애니팡의 ‘하트’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는 애니팡 성공의 핵심 요인이 되었다.이렇듯, 호기심과 현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스스로 파악하고 이를 사업화 한다면 큰 가치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3)번, 미래 예측을 통한 가치 창출의 대명사는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3)의 사례가 많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보면 아래와 같다
“그는 일반 가정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제공할 방법에 대해 얘기했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법을 정리하고, 가계부를 쓰고, 그렇게 컴퓨터를 활용하게 될 날에 대해서요”(1977년, 애플 II 개발 당시)
“그는 PC가 주변부로 밀려나리라 생각지 않았다……. 사용자는 이 모든 기기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동기화하고 컴퓨터를 통해 음악, 사진, 동영상, 정보 등 잡스가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명명한 모든 측면을 관리할 것이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는 기기는 바로 휴대전화에요. 휴대전화는 누구나 갖고 다니는 거니까 아이팟이 쓸모 없는 기기가 돼 버릴 수 있다고요”(2005년, 아이팟이 애플 총 수익의 45%를 차지하던 당시)
애플의 주요한 히트 상품들은 스티브 잡스의 미래를 보는 혜안에서 비롯되었고 그가 본 미래는 곧 현실이 되었다(물론, 망한 것도 꽤 있다). 이런 관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가히 ‘선지자’ 라 할 만 한데 현재 애플의 기업 가치는 그가 먼저 본 비전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밝혀지 않은 진실을 추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 이유는 이러한 진실은 우리가 학습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는 보통 이런 전형적이지 않은 아이디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반해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주관’ 과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보는 용기’ 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에서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피터 틸, 손정의와 같은 사람들이다. 피터 틸은 자신이 운영하는 파운더스 펀드의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 된 ‘선언문’ 을 제시하고 있다.
Swinging for the fences is probably less risky than people think…….The most contrarian thing to do is to think independently. It is not without its risks, because there is no cover from the crowd and because it frequently leads to conclusions with which no one else agrees.
손정의 회장은 아래와 같은 발언을 통해 투자에 대한 장기적 시각과 미래를 내다보는 용기를 강조한다
“30년 후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300년 후를 그려보아야 한다….앞이 안 보일 수록 더욱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먼 곳을 보면 경치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다. 가까운 곳을 보려고 하면 할 수록 뱃멀미는 심해진다”
“3년간 3배를 버는 투자는 내 특기가 아니다. 나의 특기는 10년에 10배를 버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 두 사람은 페이팔, 야후 BB 등의 경영활동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투자활동 모두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 주관과 용기를 가지는 것, 말은 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손정의 회장님은 요즘도 매일 아침 자신에게 더 큰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고 한다.
‘숨겨진 진실의 발견’ 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강한 주관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용감하게 미래를 내다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아시아적인 전체주의가 우리의 주관과 용기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관 주도적 창업 열기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남의 성공 모델을 따라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와 경영
‘제로 투 원’ 이라는 개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함 + 낮은 이익에서 독점적 이익을 달성함’ 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제로 투 원’ 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o큰 기업가치는 큰 이익에서 나온다
o큰 이익은 독점(=압도적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o독점의 원천은 4가지(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기술, 규모의 경제) 에서 나온다
o독점 기업의 이익 규모는 투자자와 기업가 모두에게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승자 독식’ 이다. 실리콘밸리는 ‘승자 독식’ 업체를 만드는 곳이며 거대 시장에서 독점의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큰 자본을 투자하여 큰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다. 이런 업체들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달성하게 되는데 이들이 총 매출의 합은 미국 GDP의 21%에 달하며 상위 12개 업체의 시가총액의 합은 2조 달러로 이는 다른 모든 기술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 보다 큰 금액이다
이러한 독점 기업들은 글로벌 단일 시장화가 가속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제국주의적’ 경영 행태를 보인다. 백일승 전 JCE 대표의 최근 저서 ‘소프트웨어 전쟁’ 에서 지적하였듯 이러한 회사들은 기존의 ‘다국적 기업’ 과는 다르다. 아이폰을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결제한 금액은 한국에 남지 않고 애플 본사로 직송금된다. 구글에 광고를 올리는 대가로 지불한 광고비 역시 구글 본사로 흘러간다. 공장을 세우고 영업조직을 꾸렸던 다국적 기업들과는 달리 고용창출도 미미하다.
이런 ‘제국 기업’ 들은 SNS(페이스북), 모바일 게임(슈퍼셀), 앱 스토어(구글플레이), 온라인 게임(라이엇게임즈), 클라우드 컴퓨팅(AWS) 등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피터 틸이 지적하였듯 자신들의 독점력을 절대 외부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며 이미 전 세계 IT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10여개 업체들 간 전쟁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토종기업 예찬론을 펼치는것도 아니고 해외 기업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에서 제로 투 원을 이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이며 이러한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 될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분명히 염두해 두고 우리의 미래를 그려야 할 것이다.
시사점
제로 투 원은 진취적이고 낭만적이지만 냉정한 책이다. 미래에 대한 도전, 리스크 테이킹, 독창적 사고의 강조는 배워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승자 독식’ 이라는 인터넷/모바일 시대의 불편한 법칙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이것이 글로벌 단일 시장화와 결합되었을 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고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도 제로 투 원을 이루어낸 회사들이 있다. 넥슨은 부분유료화의 창시자이고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수익모델의 창시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업체들 모두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정부의 각종 규제 및 감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모두 대표이사가 법조인/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은 이 두 회사의 대외 관계, 법률 검토 관련 업무가 얼마나 막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터 틸의 논리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은 독점 수준의 경쟁 우위를 달성치 못하면 ‘제로’ 가 된다. 만약 이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진실이라면 우리는 인터넷 영역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에게 어떤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여야 하는가?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는 국내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가운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지 않은가?
국내에도 여전히 새로운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대형 스타트업들의 경우 지역 색이 강한 사업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현지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사업의 경우 로컬 업체가 강력할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의 KREON이라는 회사를 들어 보았는가? 인도네시아 부동의 1위 게임 퍼블리셔인 이 회사는 핵심 경영진이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의 게임 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한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 소싱 역량을 바탕으로 인구 2.2억의 인도네시아 시장을 점령한 이들의 성공 요인 역시 연구해 볼 만 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결국 각자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피터 틸은 “이 책은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자습서다” 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이 책과 피터 틸은 우상화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나부터도 스스로 생각해보고 스스로의 체계와 논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iframe src=”//www.slideshare.net/slideshow/embed_code/44710177″ width=”595″ height=”485″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style=”border:1px solid #CCC; border-width:1px; margin-bottom:5px; max-width: 100%;” allowfullscreen> </iframe]
글/ 위현종
원문/ http://jasonwi.com/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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