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경쟁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의어입니다. 위대한 기업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베스트셀러 ‘제로투원‘의 저자 피터 틸이 25일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에서 ‘명석한 답보다는 용기 있는 답’을 하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위대한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진실에 대해 ‘똑똑한 답변’을 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장 곳곳은 피터 틸과 제로 투원 포스터, 배너로 뒤덮혔다. 흡사 헐리우드 인기 스타의 팬미팅을 연상케했다.
이날 삼성동 도심공항은 강연 시작 한 시간전부터 피터 틸을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든 청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날 급하게 100석을 추가하여 800석이 넘는 좌석이 마련되었고, 뒷쪽의 편의를 위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는 등 흡사 유명 연예인의 팬미팅을 방불케했다.
전날 급하게 준비한 추가 100석도 금방 동이 날 만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틸은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규모가 너무 큰 산업에서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표적인 예로 청정에너지 산업을 언급했다. 실리콘벨리의 솔라패널 기업들이 중국의 수 많은 제조업체, 풍력저번 업체 등과 경쟁하며 도산했다고 밝히며, 초창기 페이스북도 하버드 대학교 1만 2천 명 학생들의 교내 네트워킹 채널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기술 분야에서 어떤 트렌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점쟁이가 아니라서 함부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트렌드’는 과대평가된 ‘유행어’와 비슷하며 오히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표현할 단어가 없는 저평가된 비즈니스 영역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피터 틸(좌)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우)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핀테크’가 화두였다. “한국의 핀테크 생태계는 걸음마 단계이며, 해당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피터 틸은 “현실적으로 하나의 기업이 규제 환경을 바꿀 수는 없으며, 점차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는지 늘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청중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청중은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제로(0)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독점(1)을 실현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에 틸은 “꼭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라 실리콘벨리도 마찬가지로 실패를 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실리콘벨리는 성공의 역사와 선례가 쌓여서 이뤄진 것이다. 한국에도 우수한 기술 기업이 많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투자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투자 원칙의 첫 단계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서 정보를 얻는 것”이며 “적어도 한 시간은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피터 틸은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도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이다. 15년 전, 핀테크의 초기 모델인 ‘페이팔’을 창업해 15억 달러(약 1조 6600억 원)을 받고 이베이가 매각했다. 이후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들은 거둬들인 엄청난 돈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자로 활동하며 실리콘밸리를 이끌고 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