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5번.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기자들이 제일 취재하기 쉬워 좋아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일단 해당 기업이나 조직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도 내부 이야기를 술술 다 이야기 해주는 곳입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취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곳은 정말 노다지 같은 소스가 되겠지요. 내부 역학관계를 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아도 취재는 한층 쉬워집니다. 예를들어 노조같은 경우죠. 조금 질문 기술을 쓰면 최초 거리감을 가지던 소스로 부터 원하는 답을 술술 끌어 낼 수 있지요.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조언 합니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 한 때 일 수록 조직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근데…이게 가능한 기업이나 조직이 없다는 게 문제죠. 저는 현장에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을 본적이 없습니다. 한 목소리를 위하여 아주 집중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진행해 봐도 그렇습니다. 통제된 된 환경에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해도 핵심 임직원들은 제 각각의 목소리를 냅니다. 본능적으로 말을 서로 맞추는 경험들이 그리 많지 않고, 각자 생각이 다르다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죠.
그렇기 때문에 차선책으로라도 기업들에게 조언하는 부분이 ‘창구라도 일원화 하시라’는 겁니다. 여기 저기에서 각자 말을 옮기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각자 이야기 하지 말고, 특정 이해관계자를 담당하는 창구를 정해 각각 일원화 하라는 주문이죠. 그리고 평소에 그 창구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대변인 훈련을 하라고 하는겁니다. 근데 이것도 힘들어 합니다….그렇게 되면 그 이후에는 답이 없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을 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창구를 일원화 한다고 “홍보실에게 연락하세요” 하고 기자 전화를 뚝 끊어 버리라는 주문도 아닙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무나 함부로 기자나 정부, 조사기관, 시민단체, 고객, 온라인공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마디씩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최고위임원이라도 위기 시 기자에게 문의가 오면 ‘현재 상황에 대한 큰 원칙’만 이야기하고, 자세한 것은 홍보실을 통해 공식입장으로 전달 받으라 기자에게 가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A라는 임원도 똑같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B임원도 그렇고, 담당하는 C팀장도 그렇고…여기 저기 아무리 전화를 돌려 보아도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창구를 일원화 하는 대응에 맞닥뜨리면 기자들은 참 갑갑해 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식입장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할 수 있으니 이런 체계화는 당연한 것이죠. 이 체계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 원칙입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자를 비롯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말이 많이 전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소한 퍼즐 조각 같은 정보라도 이 사람 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거죠. 기자 입장에서도 대여섯개 퍼즐 조각 정보를 받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면 그림이 그려집니다. 굳이 답 안나오는 홍보실에 문의해서 귀찮게 자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지죠. 그래서 기업에게 최소한 창구와 메시지 관리를 하라고 하는 겁니다.
예전 모 대표님은 이런 식으로 언론에 대응하셨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기자 전화를 받으시고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출근시간 내내 차량에 앉으셔서 설명 하신겁니다. 당연히 기자에게 엄청나게 풍성한 일용할 양식을 대 주신거죠. 전화를 끊으시고 나서 대표님은 회사 홍보임원에게 전화를 거십니다. “어…O이사, 방금전에 OO일보 O기자가 전화를 해 왔어요. 그래서 내가 OO건에 대해 좀 이야기를 했거든. 근데 이건 기사화 되면 안될 것 같아. 기사 좀 안나가게 해보세요.” 홍보임원의 얼굴이 상상이 가시나요? 이러지는 말자는 겁니다.
요즘에는 기자에게 이야기를 해 놓고 “내가 언제 그랫니?”하는 오리발 대응도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는 기자들도 언제든 녹취를 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얼마전 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도 확실하게 ‘녹취’의 폐해를 목격했지 않습니까? 많은 미디어트레이닝 전문가들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입 밖으로 그걸 꺼내지 마세요”라고 조언합니다. 근데 이게 또 어렵습니다. 자기 입을 스스로 통제하면 되는데, 일단 입을 통제하지 못한 채 언론사와 기자를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지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기업 위기 시 창구 통제가 안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안전사고 때 입니다. TV뉴스를 봐도 목소리를 변조 한 사내 직원 인터뷰가 꼭 나오거든요. 기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사고 원인이 뭐죠? 밝혀진게 좀 있습니까?” 그러면 수화기 너머 직원의 변조된 목소리가 이렇게 대답 합니다. “시설이 워낙 노후화 되서…예전에도 몇번 문제가 있었어요. 이번도 저번하고 똑같은 원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런식입니다. 회사에서는 뉴스가 나가고 나면 발칵 뒤집히죠. “누가 SBS랑 인터뷰 한거야? 저 목소리가 누구야?”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 홍보실은 또 나름대로 한숨을 쉽니다. “공장이나 지방쪽은 사실 저희가 컨트롤이 안되요. 그쪽에서는 가능한 팩트들을 숨기려고 하고, 지역에서 기자들이 전화를 하면 댓구들을 잘 해요. 그래서 그런 현상들이 반복됩니다.” 이런 하소연을 하는거죠. 그렇다고 홍보실이 한숨만 쉬면 안되잖아요. 평소에 그런 가이드라인이나 대응 훈련과 창구 일원화 연습을 시키고 환기를 해야 당연한거잖아요. 이게 또 힘들다고 합니다.
최소한 일선 직원들에게 ‘기자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는 이렇게 대응하고 홍보실이나 관계 부서로 연결을 시켜라’는 가이드라인은 교육하고 반복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선의 부주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될 때 ‘왜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추궁이 가능하죠. 이에 기반한 조치도 가능하고요. 만약 그런 가이드라인 공유 노력이 없었다면 문제를 일으킨 일선 직원에게 할 말이 없어지는 겁니다. “아니 언제 우리에게 언론 대응을 어떤식으로 하라고 가르쳐 준적이 있소?” 하면 대응 할 말이 없죠. “그건 상식 아니야? 언론에다가 함부로 떠들면 안되다는 걸 그간 몰랐소?”할 수도 없는거죠.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사내에서 아무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평소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훈련을 시키지 못한 곳들입니다. 기타 위기 시 창구를 관리 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 조직이 위기 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개념을 따르지 못해서(SNS 포함)
- 창구 일원화 개념이 부족해서 (강력한 원칙 부재)
- 내부적으로 대응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공유되지 않아서
- 일부 최고임원들이 개인 생각을 회사의 공식 메시지와 혼동해서 : “내가 뭐 못 할 말 했어?”
- 언론의 취재 전략과 기술에 넘어가서
- 조직이 훈련되지 않아서
글: 정용민
원문: http://goo.gl/yJyy9g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