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여섯번째: 위기에 대한 정의를 하나로!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6번.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 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그게 무슨 위기야? 뭐가 문젠데?” 이런 이야기가 VIP로부터 내려오면 아무리 일선에서는 심각 해도 그건 위기가 아닙니다. 괜히 수선 떨지 말라는 의중이시기도 하죠.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라는 단어 조차 쓰지 말라고 합니다. 괜히 ‘위기’ ‘위기’하면서 직원들에게 불안감 만들 필요 없다는 거죠. 뭐 괜찮습니다. 단어를 어떤 단어를 쓰던…정의만 내려지면 위기관리는 쉬워 지니까요.

반대로 일선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근데 가끔 매장을 방문하시는 VIP가 한마디 하시면 바로 위기가 됩니다. “왜 이런 큰 문제를 아무도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거죠? 왜들 이런 식으로 일하나요?” 모두 부들부들거립니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개선조치들이 일사불란하게 마련되죠. 근데 일선직원들끼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게 뭐가 문제지? 이런 비슷한 문제를 하나 하나 다 보고하고 하다보면 다른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 그때 다르거나.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다르거나 하면 문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상황에 따라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를 두고 고민을 거듭합니다.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위기’라는 것을 내부적으로 정의해야 하는데…그게 힘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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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소비자 안전은 우리에게 가장 큰 가치다’는 원칙이 있다고 해보죠. 제품 모서리가 날카로와 소비자 몇명이 경미하게 다쳤다는 컴플레인이 들어 옵니다. 이때 해당 회사에서는 이걸 관리해야 하는 위기로 보느냐 보지 않아도 되느냐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생산임원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 제품이 전체 10만대 정도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날카로운 모서리에 다쳤다는 소비자 컴플레인이 몇개나 들어 왔나요?”

CS팀장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현재까지 경미한 부상으로만 10여건 정도 됩니다. 모두 저희가 병원비ㅣ와 일부 배상 조치해서 추가적인 불만은 없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CEO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요? “우리 원칙이 소비자 안전에 있는데 지금 제품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여집니다. 최대한 개선이나 추가 부상 방지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면 이 상황은 관리 대상인 위기입니다. 반대로 CEO께서 “그 정도면 상당히 미미한데…우리가 굳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 피유가 있나요? 일단 좀 두고 보면서 소비자 반응들을 체크해 보죠”하면 이건 당장은 관리 대상인 위기가 아니게 됩니다.

며칠 후 한 소비자의 아이가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동맥을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때쯤 되면 해당 건이 위기냐 아니냐 하는 고민은 사라집니다. 모두가 “큰일이다. 이걸 어떻게 하지?”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집니다. 모두가 하나의 ‘위기’ 정의를 내리게 되는거죠. 그러나 이때쯤 되면 관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집니다. 평소 안전을 이야기하던 회사의 신뢰나 이미지도 땅으로 떨어지죠. 한 언론이 “이미 A사가 해당 제품 안전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게 되면 더 난리가 나겠죠.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위기에 대한 정의 문제 때문에 실패를 합니다.

외부에서는 모두가 위기라고 보는데도, 내부적으로는 전혀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게 공격을 받은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근데 이게 생산관련 임직원들은 ‘별 것 아닌 관행’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소비자들과 많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와..정말 알고는 못 먹겠네. 구역질이 나네…”하는 반응을 보여도 사내에서는 “원래 그런게 당연한 건데. 몸에는 유해하지 않거든요?”하는 입장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오너 회장님께서 “이런 언론보도에 우리가 놀아나서야 되겠나? 법적으로 검토를 해 봐도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하시면 그 다음은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기가 아닌데 호들갑이라는 입장이 서는거죠. 사내에서 아무도 여론에 대응을 하지 않게 됩니다. 홍보실이 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사나 빼달라고 사정하는 활동만 이어집니다. (회장님이 내리시는 정의가 중요하니…당연하죠)

밖에서 볼 때는 “이상하네. 이 회사. 왜 아무 반응이 없지? 리콜을 해야 하는거 아냐?” 이런 공격적인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소비자단체가 고발을 하고, 관계기관에서 판매금지를 명하고,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고, 대표이사를 소환하고 하는 진짜 위기가 발생하게 되죠. 로펌을 찾아가서 대응을 시작하고 하는 위기관리 활동이 그 때야 시작됩니다. 사후 약방문이 되는거죠.

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라 정의하면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그건 위기입니다. 관리해야죠.

예전 도요타의 아키오 사장이 자사 자동차 리콜로 여러번 기자회견을 해 사과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키오 사장이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거든요.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 이걸 가지고 시비(?)를 걸 었습니다. ‘도게자’ 같은 일본 전통의 고개를 땅에다 박는 사과까지는 아니라도, 고개를 깊이 숙였어야 사태 심각성을 인정한다는 의미 아니냐 하고 평들을 했습니다. 한 신문은 아키오 사장이 고개를 숙이는 각도를 표시하기 까지 했습니다. 40도.

이런 언론 평들을 토요타는 당연히 모니터링했겠지요. 아키오 사장에게도 보고를 했을겁니다. 이런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시죠. CEO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십니까? 보통 제가 아는 CEO분들은 이런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이걸 기사라고 싣나? 이젠 OO일보도 맛이 갔군. 왜 이렇게 저질기사들이 많아 질까…문제야 문제…”

홍보담당자는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가 더 커지는 겁니다. 다음 기자간담회에서도 똑같이 고개를 덜 숙이시거나, 아니면 아예 화를 내시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시거나 하면 큰일이거든요. 기자들이 계속 신경쓰면서 추적을 할 것 아닙니까?

아키오 사장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기자회견 때는 억지로 책상을 붙잡으면서까지 고개를 60도로 숙였습니다. (당연히 언론에서 그 각도도 표시를 했습니다) “언론에서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거지. 내가 좀 더 고개를 숙이는 게 크게 어렵진 않지. 숙일께…”하신거죠.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정의를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바깥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에 그냥 순순하게 따른겁니다. 리스닝해서 변화한다는 의미가 곧 소통이죠. 나는 절대 바뀌지 않아 하며 리스닝도 하지 않는 많은 기업들과 경영진들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위기에 대한 정의는 내부에서 먼저 잘 정리되어야 합니다. 원칙에 따라야죠. 싫어도. 그리고 외부 이해관계자의 정의를 유심히 분석해서 그에 맞추는 사회성이 필요합니다. 좋은 기업이 되는 길이죠.

‘위기’에 대한 정의가 안팎으로 다른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기(Crisis)에 대한 정의가 회사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 일선에서의 민감성이 의사결정그룹의 민감성과 서로 달라서
  • 정확하게 충분한 여론이 취합 분석되지 않아서
  • VIP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보고되지 않아서
  • 이해관계자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해서
  • 위기 시 상황 모니터링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 평소 회사가 가진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 능력이 부실해서
  • VIP께서 초기에 ‘위기가 아니다’ 정의하셔서

글: 정용민
원문: http://goo.gl/fF7q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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