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샵 25년’ 사진 보고 묻는다 “누구예요?”

누리꾼의 인터넷 놀이 가운데 ‘포샵해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이 곳에서는 매번 사용자들이 사진을 올리면서 원하는 내용을 의뢰하면 의뢰 내용을 기막히게 비틀어 합성을 하거나 수정을 거친 사진을 공개한다. 예를 들어 하늘을 더 푸르게 해달라고 하면 윈도의 파란 오류 화면을 합성하는 식이다.

사진 원본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하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행위를 ‘포샵한다’라고 한다. 마치 해외에서 검색하는 행위를 ‘구글한다’고 하듯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사진 수정 그래픽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작업을 거친다는 의미의 행위를 ‘포샵(또는 뽀샵질)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중국에서 온라인에서 교제를 하다가 수천 킬로미터를 거쳐 만난 뒤 사진이 지나치게 보정하여 예쁘게 보이게 한 여자친구의 실물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폭행을 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던 이유도 ‘포샵질’이 도가 넘었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과 출산, 졸업, 증명 사진 등 각종 사진을 찍는 일반인들에게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사진을 보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정이 되어버렸다. 이를 다시 온라인에서 자아를 표현하는 프로필 사진(프사라는 줄임말을 쓰기도 한다)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얼짱 각도를 비롯해 각종 효과와 사진 잘라붙이기 신공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스킬(기술)’이 된 지 오래다.

포토샵은 그만큼 현대인들의 디지털 라이프에 있어서 ‘윈도’나 ‘구글’, ‘아이폰’만큼 친숙한 제품이름이자 문화 현상이 되었다.

포토샵이 지난 2월 19일(현지 시간) 탄생한 지 25주년을 맞았다.

포토샵이란 그래픽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어도비는 25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록을 공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원래 이름이 ‘디스플레이’였다는 것도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토마스 놀(Thomas Knoll)은 1987년 작은 입자 단위인 픽셀에 색이 모자이크 처럼 채워져 모양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볼 수 있는 뷰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는 ‘디스플레이(Display)’라고 이름 지었다. 토마스는 그의 동생 존 놀(John Knoll)과 함께 공동으로 아주 단순한 형태의 회색조의 색깔을 이용해 이미지 파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어도비가 이듬 해인 1988년 9월 이 소프트웨어의 판매용 라이선스를 사들이면서 어도비의 대표적인 제품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도비의 상품 마케팅을 위해 ‘포토샵(Photoshop)’이란 브랜드로 1990 년 2월 19일부터 정식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애플 매킨토시 전용 프로그램으로 월별 판매 목표가 500개 정도였다고 토마스 놀은 회고했다. 현재 포토샵의 전세계 사용자는 1천만 명이 넘는다.

1991년 6월 포토샵 두 번째 버전이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이 때 컬러에 대응하고 드디어 최근에도 합성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곽 설정하기 기능(Path tool)을 사용할 수 있었다. 출판을 위한 4색 분판(CMYK) 기능도 이 때 일찌감치 선보이면서 출판과 디지털 이미지 편집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가 되었다.

이 후에 토마스 놀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2012년에야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는데 그 때까지 토마스는 어도비 시스템즈의 디지털 이미지팀의 협력 컨설턴트로 24년 동안 활동했다.

포토샵, 상상했던 세상을 현실처럼 보여주다

어도비 CEO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은 “지난 25년간 포토샵은 데스크톱 퍼블리싱부터 패션 화보, 영화 제작, 웹사이트 디자인, 모바일 앱 제작, 그리고 이제는 3D 프린팅까지, 아티스트들과 디자이너들이 아름다운 이미지와 변형을 통한 창의적인 작품을 빚어낼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왔다”라고 말했다. 어도비가 내놓은 광고 ‘드림온(Dream On)’을 보면 영화 아바타, 나를 찾아줘, 드래곤 길들이기 2, 슈렉 등 제작 과정에서 포토샵을 사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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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는 포토샵 25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기념하기 위해 포토샵을 활용해 작품 활동을 펼치는 25세 이하의 창의성 있고 뛰어난 비주얼 아티스트 25명을 소개할 계획이다. 참여를 원하는 아티스트들은 비핸스(Behance)에 작품을 업로드하고 ‘Ps25Under25’를 태그하면 된다.

포토샵은 오늘날 가장 오래된 컴퓨터 프로그램 브랜드이자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 웹브라우저나 패드, 스마트폰 버전 등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포토샵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더불어 원본이 무엇인지, 그것을 수정했는지 보정했는지, 심지어 무엇을 어떻게 조작하거나 합성했는지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작년 말에는 할리우드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누드 사진을 찍으며 “누드 사진에 어떠한 조작도 하지 말아달라”고 제시한 조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이틀리는 사진 조작을 통해 획일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를 낮추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복제와 수정이 편리한 디지털이 가진 장점과 조작과 과다한 편집으로 원본이 훼손되는 디지털의 단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인 포토샵은 오늘도 누군가의 갸름한 턱선과 잘록한 허리를 위해 쓰이고 있을 것이다.

글: 그만
원문: http://goo.gl/3orm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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