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ombinator 파트너이자 폴 그레이엄의 아내이기도 한 Jessica Livingston이 얼마 전 있었던 여성기업가 주제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Y-Combinator의 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와, 이 ‘문화’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Jessica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감하는 바가 있고, D.CAMP포함 국내 창업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번역, 공유합니다. 🙂
스타트업에게 문화란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반영하고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내 전공은 바로 이 문화다. 나는 지난 십 년간 ‘와이 컴비네이터(Y-Combinator, 이하 YC)’에서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왔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내가 지금껏 해온 일과 배운 바를 나누고자 한다.
사람과 문화는 YC 초창기 때부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때부터 YC에서의 내 임무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책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마도 내가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사내 문화라는 것이 그렇게 겉으로 잘 눈에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사실 ‘가치’, ‘문화’, ‘공동체’ 따위의 주제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많은 기자들이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마저도 이를 간과한다는 점이다. 뜬구름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고, 측정할수도 없고, 재미도 없고, 혹은 너무 오글거려서(?)일 수도 있다. 기술에 포커스를 둔 스타트업이라면 오직 기술만이 중요하고, 문화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란 인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사내 문화는 창업자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 처음으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그 순간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애초부터 문화에 신경쓴 창업자들이 최고의 회사를 일궈내는 경우가 많았다. YC는 YC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다. 방이 없어서 못주는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러는 거다. 창업자들이 창업 시작과 동시에 사내 문화를 만들어 나감에 있어 그 문화가 자기 고유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자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얘길 해보려 한다. YC만의 문화와 그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여태 내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 YC만의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사람으로서 이런 얘길 내 입으로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낯 뜨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나면 독자 여러분들도 YC가 진정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YC의 핵심은 딱 두 가지다. YC가 새로운 형태의 투자회사라는 점, 창업자와 파트너로 구성된 사람들의 유대, 혹은 네트워크(a collection of people)라는 점이다. 내가 지난 십 년간 YC에서 한 일은 이 바로 이 네트워크에 속할 사람들을 고르는 일(curate)이었다.
나와 함께 YC를 공동 창업한 파트너 폴, 로버트와 트레버는 기술에 대한 놀라운 감식안이 있다. 하지만 자기들이 사람의 성격과 자질을 보는 눈은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YC에서 사람을 보는 건 내 일이다. 어째선지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을 보는 눈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껏 YC에서는 폴이나 다른 파트너들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본다면, 나는 사람을 보는 일을 해 왔다. 파트너들은 사기꾼과 소시오패스를 가려내는 내 능력을 두고 나를 ‘인간 레이다(Social Radar)’라 불렀는데, 이 능력은 지금의 YC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면접(인터뷰)
YC 투자심사의 마지막 단계는 YC파트너와 면접(인터뷰)이다. 지금이야 면접 트랙이 다섯 개로 늘어나 내가 볼 수 있는 지원자가 약 20%에 지나지 않지만, 면접 트랙이 하나 밖에 없었던 지난 6년간 내가 면접실을 비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 YC의 내 파트너들은 사람에 대한 내 감식안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다른 파트너들이 모두 찬성해도 내가 반대하면 투자를 반려할 정도였다.
우리와 면접을 가져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다. 면접 중 내가 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하는 것은 ‘관찰’이다. 내 파트너들이 지원자에게 어려운 기술적인 질문을 던져가며 소금과 후추를 뿌리는 동안, 나는 지원자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지원자 대다수는 내가 같은 방에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방을 나가면, 면접관들은 몸을 돌려 내 입을 쳐다 본다.
나는 지원자들이 받은 질문의 디테일은 잘 모른다. 아직까지도 OS니 분산형 DB니 하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한 마디도 없다. 하지만 나는 지원자들이 허튼소릴 하진 않는지, 근성이 있는지, 사회성은 갖췄는지 등, 1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비교적 잘 가려낼 수 있다.
앞서 말 했듯, 폴과 다른 내 파트너들은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정말 뛰어나지만 그렇기에 창업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오판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지원자들과 열띠게 수다를 떨고 나서는 인터뷰가 잘 진행됐다고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지원자들이 한 것이라고는 내 파트너들이 늘어놓은 아이디어에 자기 생각을 보태 대답한 것 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게는 이런 것들을 보아내는 눈이 있다.
투자자로서 결단과 실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하는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지원자들의 인성에 더욱 반응하는 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데, 나는 성격이 나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YC이전에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창업가의 인성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였다. 성격이 안 좋아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할 수가 없었다. YC는 그저 단순한 투자사 이상으로, 매주 저녁밥을 함께 먹는 가족과 같은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종의 혁신이었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의지를 가지고 그리 만들겠다고 해서 만든 것도 아니지만, 훗날 돌이켜 보니 YC에게 있어 엄청나게 큰 가치가 되어 있었을 뿐이다. 이제 2,000명을 헤아리는 졸업생들의 유대와 네트워크 얘기다. 우리가 나쁜 사람들을 걸러냈다는 건, 새로 투자 받은 YC 회사들에게 졸업생들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음을 뜻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건 전통적으로 외로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기꺼이 주고자 하는 2,000명의 아군이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상상해 보라.
YC에 인터뷰 트랙이 다섯 개나 생긴 지금도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데 있어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다. 사람을 걸러내는 것은 이미 YC의 문화가 되었다. 물론 실수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YC의 투자를 받은 창립자를 만난다는 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창업자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YC 문화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의 그림자라고도 할 수 있다.
분위기
내가 큰 영향을 끼친 또 다른 분야는 YC만의 분위기다. YC가 생기기 이전에는, 투자 회사들은 사내 분위기라는 걸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YC는 투자할 창업자를 고르고 그들을 매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YC가 다른 투자사들과 다른 점이다.
YC의 저녁식사에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굳이 단어로 표현을 하자면 뭔가 쾌활하고, 협조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무엇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은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법이다. 스트라이프의 창립자인 패트릭 콜리슨은 YC가 가진 가장 훌륭한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화요일 저녁, YC로 걸어갈 때의 설렘과 다른 창업자들로부터 느껴지는 에너지와 흥분. 이것들이 YC를 생각할 때 내 머리에 떠오른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YC를 알려줄 때도 이런 얘길 해 준다.”
오늘날 YC에서 가지는 저녁식사의 분위기는 우리가 2005년 여름에 가졌던 첫 저녁식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그 때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겨우 여덟 개 밖에 안 됐다. 내가 장을 보고 폴이 요리를 했다. 우리의 첫 본사는 그가 장만해 사무실로 쓰던 건물이었다. 그래서 매주 사람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무실에 벽난로가 있었기에 내가 가끔씩 불을 피우기도 했다. 근처 고급 치즈가게에서 비싼 치즈를 사는 데 돈을 쓰기도 했다. 매주 가족을 위한 저녁상을 차리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YC가 커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옅어지고 말았다. 현재 YC 건물의 면적은 약 330평(1,100㎡)에 이르고, 이번 기수만 해도 스타트업이 116개나 있다. 자연히 옛날과 같은 느낌은 조금 사라졌지만, 여전히 116개나 되는 스타트업이 모였다고는 절대로 믿을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YC가 아직도 집처럼 느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의 첫 사옥을 설계한 케이트 코르토(Kate Courteau)가 이후의 신축 사옥까지 모두 디자인 해줬기 때문이다. 그녀는 YC가족의 일원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그 가족적인 느낌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YC 건물에서 느껴지는 근사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연출해 낸 케이트의 능력이란 실로 놀라운 것이다.
폴은 한때 “Do Things that Don’t Scale(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덩치가 작은 회사일 때 크게 성장하고 싶더라도, 작은 회사만이 기울일 수 있는 고객 개개인에 대한 높은 관심과 주목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런 접근을 통해 고객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회사가 성장해 나감에 따라 이를 더 잘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YC에서 우리가 한 말을 실천했다. 컴퓨터로 대량 복제생산 할 수 없는 일(things that didn’t scale), 다시 말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창업자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었다. 첫 기수 때에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기수에 속한 창업자들의 숫자가 얼마 안됐기도 했고, 대체로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YC 같은 곳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일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부모와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누가 어디 출신이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죄다 꿰고 있었다. 먹는 밥에 비타민 균형이 잘 맞는지를 걱정할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더욱 중요한 건, 우리가 그들이 수익을 낼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YC가 그 때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커져 사람들은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우리에게 첫 기수는 사실 우리 스스로가 투자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수 단위로 투자하는 게 실제로 좋은 방법이고, 이후의 모든 투자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지만, 결국 첫 기수는 잃는 셈 치고 했던 실험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첫 기수를 수익 없는 공익성 프로젝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향후 우리가 창업자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지었다. 우리 고민의 출발이 늘 “창업자들에게 가장 좋은 게 뭘까”라는 질문이라는 것은 우리에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투자 계약서 역시 ‘창업자 친화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다. 업계에서 이는 매우 새로운 현상이었다. 다른 투자자들이 으레 묻는 투자자로서의 특권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직관에 반하는 것이긴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당장의 수익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좋은 예다. 그가 돈에 휘둘려서 2006년에 페이스북을 백만 달러에 팔라고 한 야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우리는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창업자들에게 같은 기수의 ‘동기’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를 실감한 우리는 이후 모든 투자를 기수 단위로 집행했다. 그러면서 점차 우리 YC도 종국엔 돈을 벌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창업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그들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것이 완전히 YC의 문화로 정착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물론 지금은 한 기수에 스타트업이 116개나 되어 처음 8개일 때와 같을 수 는 없지만, 아직 초기의 가족같은 그 느낌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2,000명이 넘는 졸업생 그룹이 가족같이 느껴진다는 게 불가능하게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실제 얼마나 그 느낌이 살아있는지를 본다면 여러분은 아마 놀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가족처럼 느껴지기에 나는 그들의 엄마다.
조언(멘토링)
YC서 한 기수가 겪는 경험은 데모데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록 저녁식사는 그 때 끝날지언정, 관계는 그 이후로도 지속된다. 투자한지 5년, 8년 된 회사들과도 아직까지 조언과 경험을 주고받는다.
스타트업들에게는 뭘 만들지, 어떤 성장 전략을 취할지 등 다양한 분야의 도움과 조언이 필요하다. 인수 제의를 수락할지, 궁합이 안 맞는 직원을 해고할지 등 좀 더 내밀하고 개인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내가 도움을 주는 분야가 바로 이런 분야다. 내가 가진 ‘인간 레이다’로서의 능력이 면접시 사람을 가려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에 대해 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 창업 경험이 있다면 잘 알겠지만,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대부분 스타트업들의 이면에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개는 그런 싸움을 외부세계로부터 숨기려 한다. 그래야 그럴싸한 회사로 보이고 고객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항상 분란은 일어난다. 나는 대충 최소 창업 자 열 명중 한 명은 동업자와 생사가 걸린(?) 싸움을 벌인다고 본다.
아무튼 바깥 세상에서 내부의 싸움에 대해 알아채긴 어렵지만, 내가 주로 돕곤 하는 이런 인간적인 문제들은 기술적인 문제들보다 훨씬 더 흔하고 위험하다.
‘인간 레이다’로서의 역할 외에도 내겐 그야말로 수백 개의 스타트업과 씨름하며 얻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스타트업들이 처음 직면하는 이런 인간적인 문제들이 내게 있어서는 이전에 열 번도 더 봐왔던 똑같은 문제의 재탕인 경우가 많다. 창업자들은 내가 독심술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단지 그들이 겪는 그런 인간적인 갈등이 생각보다 훨씬 더 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중요한 능력중 하나는 걱정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줄 안다는 점이다. 수백 개의 스타트업과 교류해 보니, 이젠 한 눈에 척 보고도 ‘성장통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해주거나, ‘실패하기 딱 좋다, 희망이 없다’는 등의 조언을 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내가 다른 투자자들처럼 그들을 평가하거나 심판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은 순전히 도우려는 맘에서 하는 말임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실용적인 조언을 주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창업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속을 털어놓을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애초에 회사란 결국 사람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기여활동
YC가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를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YC 스타트업 가족들에게 주는 것을 최대한 오픈소스로 열어 놓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YC 내부에서 오가는 경험과 지식을 외부 공개행사를 열어 거기에서도 다루는 식이다. YC는 이런 이벤트를 공짜로 개최하는 몇 안되는 조직이다. 컨퍼런스 참가하자고 큰 돈을 쓸 수 없는 창업자들의 경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YC에도 이런 이벤트를 조직하는 팀이 따로 있지만, 처음에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기획하곤 했다. 행사 욕심도 참 컸다. 첫 ‘스타트업 스쿨’을 2005년 가을에 시작했는데, 당시는 YC가 생겨난지 6개월 밖에 안 됐을 때였고, 포트폴리오도 8개 밖에 없었다.
행사와 더불어, 스타트업들이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여러가지 투자 관련 문서 템플릿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더욱 쉽고 저렴하게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폴은 그간 YC에서 일하며 스타트업들에게 나눠준 조언을 바탕으로 많은 에세이를 써왔다. 샘 역시 마찬가지로 훌륭한 글을 많이 써내고 있다. 나 역시 캣 매널랙과 함께 “Female Founder Stories(여성 창업자 이야기)”라는 사이트를 열어 여성들에게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자 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 조언을 나눠 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세상과 최대한 많이 나눈다는 것이 YC의 철학이다.
이상 내용은 내가 지난 10년간 YC에서 해온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의 내 경험을 통해 독자들도 ‘사내 문화’를 우습게 볼게 아님을 느꼈으리라 믿는다. 문화란 그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문화란, 당신의 조직에 어떤 사람을 둘 것인지, 그 안에서 당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또 더 나아가 외부 세계를 향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내 지난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외부인들이 YC에 대해 얘기할 때 주로 거론하는 것은 우리의 구조가 특이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건 실제 YC의 반쪽에 불과하다. 다른 반쪽은 사람과 문화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지난 10년간 주목해 온 것이며, 다른 그 어떤 회사들도 흉내 낼 수 없었던 YC만의 반쪽이다.
글: 류한경 번역 / 류한석 리뷰
원문: http://goo.gl/8V05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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