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3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5’행사에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와 함께 새로운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 페이’를 발표했습니다.
얼마 전, 루프페이 인수로 떠들썩 했던 삼성전자가 내놓은 이 서비스는 NFC에 의한 비접촉 결제와 온라인 결제, 2가지만을 지원하는 애플 페이에 견줘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라 불리는 자기 카드 판독기(일반적으로 가계에서 카드 결제에 사용하는 그것)에 대한 대응이 특징입니다.
‘삼성페이’까지의 전자결제
흔히 모바일 지갑이라고 하면, 신용카드나, 멤버십 카드 등 다양한 카드를 하나로 묶어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쉽게 꺼내쓰는 구조를 말합니다. 포인트 좀 쌓자고 포인트 카드로 꽉꽉 채운 두꺼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좋으니 편리하지요.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는 있겠습니다.
모바일 지갑이라면 역시 카카오페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온라인 결제 외에 실제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으로 눈을 돌려보자면 생각보다 많은 시스템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근 구글이 인수하기로 한 미국 통신사 연합의 ‘소프트카드(구 아이시스 월렛)’와 싱가포르의 ‘스타허브’ 등이 있지요. 마스터카드 산하의 C-SAM이라는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밖에 캐나다에서도 최근 여러 통신사들이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들 통신사는 USIM칩에 결제 정보를 담아둡니다.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자사 통신망을 이용한다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죠. USIM 칩이라는 게 그다지 용량이 큰 메모리는 아닌지라 성능에 제약이 있기는 합니다만, 통신사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마스터패스’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통신사와 상관없이 마스터카드가 직접 서비스하고 있지요. 이 역시 C-SAM이라는 기술이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뿐 아니라 비자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카드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된 모바일 지갑으로는 구글 월렛이 대표적입니다. 스마트폰 본체에 탑재된 별도의 보안 칩(SE, Secure Element)을 이용하지요. 결제에 필요한 카드 정보를 기록해놓고 NFC를 이용해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통신사에 의존하지 않는 점이 특징인데, 미국 통신사 연합이 밀고 있는 ‘아이시스 월렛(현 소프트카드)’와의 경쟁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극히 제한되었습니다. 이에 구글은 여러 고민 끝에 아이시스 월렛을 사버립니다.
한 가지, 특징은 앞서 설명한 통신사의 방식과는 다르게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본체 내부 SE에 직접 저장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스마트폰을 바꾼다거나 AS를 받을 때 사용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 마이크로 SD 카드에 보안정보를 저장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전용 SD 카드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 점과 그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라인업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결국 기술 표준 경쟁이네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에 등장한 것이 애플의 ‘애플 페이’입니다. 구글이 앞서 삽질 아닌 삽질을 경험한 뒤인지라 비교적 수월하게 사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지요. 이번에 삼성 페이의 출시도 애플이라는 전례가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삼성페이’는?
삼성전자는 2년 전 MWC에서 비자카드와의 제휴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삼성이 판매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비자 신용 카드의 결제 정보를 저장하고 NFC에 의한 탭&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죠. 사실 갤럭시S4에는 예전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내장 SE를 품고 있었습니다. 아마 SE 내부에 비자 등의 카드 정보를 기록하고 결제 시스템을 발표할 생각이었겠지요.
이어 작년에 발표된 갤럭시 S5에도 SE칩은 담겨있었습니다. NFC를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좀처럼 발표되지 않았을 뿐이죠. 아쉬운 데로 이니시스와 협력을 통해 ‘삼성 월렛’을 내놓기는 했습니다만, NFC 결제는 역시 제외되었습니다. 비용이나 시장의 수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후 삼성월렛이 업데이트되면서 NFC결제 기능이 추가됩니다. 다시 말하면 삼성페이 이전에도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는 가능했다는 이야기죠. 다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에 제약은 큰 편이라 선택의 폭은 아직 좁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 페이가 등장합니다. 갤럭시 S6와 함께 말이죠. 기기 자체에 카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NFC 결제 기기에 가까이 가져가는 것 만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지불이나 바코드를 표시하여 결제에 이용하는 방식은 이전 삼성 월렛이나 애플의 패스 북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다만 삼성 페이는 기존의 카드 결제기(마그네틱 카드 판독기)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인수한 ‘루프페이’의 기술(MST)이죠.
최근 미국은 EMV(IC카드의 표준규격)라는 IC 카드 이용을 의무화하면서 POS기기의 교체가 천천히 이뤄져가고 있습니다. EMV 칩 내부의 정보를 읽고 4자리의 PIN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이죠. 이 과정에서 NFC에 대응하는 POS기가 다수 보급된 모양입니다. 애플 패이가 등장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죠. 시기적절하게 등장한 덕분에 그 혜택을 톡톡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EMV?
세계 3대 신용 카드 회사인 벨기에의 유로페이, 미국의 마스터 카드, 비자 카드 등 3개사가 공동으로 결제하는 IC 카드의 표준 규격. 이름은 3개사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여졌다.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다른 카드 회사도 이 규격을 지지하고 있으며, IC 카드형 전자 화폐를 대표하는 사실상의 표준으로 VISA 현금 등도 이 규격의 카드를 이용한다. -네이버 IT 사전 발췌-
물론 여전히 마그네틱 방식의 POS기를 사용하는 곳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삼성페이의 강점은 이 부분이죠. 삼성페이는 MST와 NFC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므로 시장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삼성에서는 이 서비스를 올해 말,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최근 삼성은 삼성페이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MST 기술과 맞물려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사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맴버십, 포인트 카드 관리를 위해 전자지갑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의 67.6%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삼성 페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에 거부감은 크지 않을 테니 남은 숙제는 사용처의 확장이겠지요.
모든 핀테크의 숙제, 보안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흐름과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용자는 이용할 마음이 충분하고, 기술적 인프라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죠. 남은 것은 ‘보안’입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주민등록번호는 공공재다’라는 슬픈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개인정보의 디지털화가 불러온 가장 큰 문제점이죠.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비슷한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금전 결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요. 아무리 좋은 환경을 꾸며놓아도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애플 페이나 삼성 페이는 나름대로의 보안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보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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