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말하다]는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해 중국 그 곳 현시장과 우리가 내다보는 시장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내 ICT 관련 기업과 정부,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중국인으로서 느끼는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중국과 분명 차이가 있어요. 좀 더 중국 고유의 지역별 특성과 문화를 잘 이해한다면 중국 진출을 앞둔 한국 스타트업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운(刘云)
지난 주 필자는 한국 바이오 관련 산업에 근무하고 있는 중국인 유운(刘云)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가장 가까이 목격하고 있는 1인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유운은 북경, 상하이, 광저우, 심천, 홍콩, 장사시(호남성) 등 중국 비즈니스 출장이 잦은 커리어우먼이다. 유창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너무도 잘 아는 중국인에게 듣는 정보가 이 [중국을 말하다] 기획을 위해 꼭 필요했다.
자신에 대해 소개하면
“저는 중국 호남성에서 성장했고 청도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 온지 7년 반 됐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가 논현동인데 아침잠 욕심이 정말 많아서 회사근처에 살고 있어요.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강남녀가 되었어요. (웃음)
한국은 2007년에 왔고요. 대학에서 국제지역연구학과에서 동북아 전공을 했어요.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을 참 많이 했었죠. 말하자면 대학전공을 학문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업에서도 활용하고 싶었던거죠. 그리고 그맘때쯤에 부모님의 재정적인 지원없이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했으니까요.” (잠시 회상하는 듯)
유운은 그래서 한국과 중국, 양쪽에 관련된 비즈니스로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정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산 미용박람회 행사 통역에 참여하면서 전에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됐다고 했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는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힘이 필요
유운은 한국과 중국 비즈니스를 위한 통역은 물론 분쟁 발생시 의견차를 줄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조정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한국사람이 일을 진행할 때 급한 마음을 알아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속도를 내야할 때와 늦춰야할 때를 잘 알아야해요. 그렇지않으면 애는 많이 쓰는데 실질적인 성과가 저조할 수도 있거든요.”
(핸드폰을 꺼내 중국지도를 보여주며)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이라는 한 덩어리로 보지말고 각각 지역적인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본래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적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거든요. 홍콩, 광저우, 심천을 가면 차를 마시는 문화가 비즈니스 성패에서 매우 중요하죠. 실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어떤 분은 하루종일 차를 마시기도 해요. 사무실에 컴퓨터는 없고 종류별 귀한 차와 다기를 배치해두신 분도 종종 있으니까요. 특히 투자자와의 만남의 경우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사업 관련 대화는 술자리보다 더욱 효과적이죠. 기후가 따뜻해서 남방쪽 사람은 느릿하면서 여유로운 사람을 비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중국 고대 역사를 볼 때도 삶을 관조하는 시인이 남쪽에 많았잖아요.”
‘그러면 북방은 다르다는 얘기인가?’ 필자는 유운의 그 다음 얘기가 궁금했다.
“북경은 보수적이고 딱딱한 면이 있어요. 그리고 일의 진행도 좀 더 빠르게 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상대가 알아서 상황대처를 재빨리 해주길’ 이런 기대치가 높아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절차를 너무 앞세우다가 비즈니스가 결렬되는 사례도 많이 봤어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들어봤을 단어..바로 ‘관시(關係·연줄)’
“네 맞아요. 중국인으로서 그리고 중국과 연관된 비즈니스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해요. 중국에 아는 비즈니스맨은 ‘이 사람을 인정하면 일이 없어도 만들어준다.’ 이런 태도로 말하기도 하거든요. 또 지연, 학연, 혈연에도 집착하는 경향이 많아요.
중국 어느 지역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가 있었는데 자금이 모자랐었어요. 이때 동네주민들이 발벗고 나서서 돈을 모아준 경우도 있었죠.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개인보다 지역과 전체를 묶는 힘이 한국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중국과 비즈니스를 원활히 하려면 단지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보다 이런 중국인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해요.”
제 동생도 중국 심천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요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에 대한 열기가 한창이다. 특히 심천은 전세계 스타트업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유운의 생각은?
“저 역시 비즈니스 출장으로 그 곳에 갈 때마다 많은 변화를 실감해요. 심천에 가면 중국 타도시에 비해 창의적이고 다이나믹한 기운이 느껴져요. 제 동생도 심천에서 뷰티관련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요. 중국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열정과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우리 부모세대는 중국 사회개혁이나 정치적 영향으로 인한 격변기를 겪느라 적응하느라 바빴죠. 그들에게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변화 자체가 경제적인 성장기회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없쟎아요. 그래서 중국 젊은이들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유운은 앞으로 벤처스퀘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이해차이는 물론, 필요하다면 현지 중국 네트워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진출이 좀 더 원활해지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되고 싶다고 한껏 미소를 보여줬다.
[중국을 말하다]는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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