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최근 세계 최초의 “스마트 국가”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를 조성해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정부의 벤처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인포컴 인베스트먼트에 의해 관리가 되는데, 과거에는 싱가포르 기업이나 싱가포르 국민들에게만 투자를 했던 장벽을 해체한 것이다. 이 정책을 통해 싱가포르에서는 유망한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들어와서 사업을 하고, 이를 통해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스마트 국가”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스마트 국가” 정책의 목표는 전국을 완전히 연결해서, 모든 사람, 모든 물체, 그리고 장소와 시간에 구별을 받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을 유혹하는 것은 일단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삼아서 동남아시아와 홍콩, 중국 등으로 진출을 하라는 것인데, 싱가포르가 영어권이고, 부패가 없으며, 안정된 IT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인접한 시장의 크기 등을 감안할 때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공유경제와 웨어러블 기술, 증강현실, 터치 인터페이스, 모바일, 데이터 기반의 기술회사 등으로, 이들이 우선적인 투자 및 다양한 수혜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후 벤처캐피탈 등의 진입과 강력한 규제개혁 및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와 연계되어 싱가포르의 정부주도의 강력한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인 블록 71(Block 71)을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실리콘 밸리 지역의 스타트업들을 유치해서 어느 정도 키운 다움에 싱가포르로 데리고 들어온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이런 정책의 전환은 지난 수년 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 칠레‘의 모델과 유사하다. 스타트업 칠레는 부지를 만들고, 건물을 짓고하는 하드웨어 보다 일단 전 세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 칠레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선정된 스타트업에게 4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비자와 공짜로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과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멘토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시작한 프로그램을 보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으로 똘똘뭉친 젊은이들을 불러모으고, 그들 사이의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 세계의 지원자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공개한 뒤에 세계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의 지원이 이어졌는데, 이들은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모아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시도는 아마도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널리 알려지면서 국가의 위상도 드높이고 있으며 실리콘 밸리에서 칠레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전 세계의 정부들이 어떻게 하면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곳을 자국에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의 변화속도를 감안하면, 이런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라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테크노파크와 같은 곳들도 만들어 보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건축도 하지만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곳은 잘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일까?
일단 이들의 노력을 보면 대략 인프라로서 건물을 지어주고, 조세헤택을 주어서 기업들이 잘 입주하게 하고, 벤처캐피탈과의 연계를 통해 돈이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얼핏보기에 맞는 처방처럼 보인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기술이나 돈이 아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우수한 기업가들과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들 수 있는가다. 독특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게 만들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것에서 실리콘 밸리와 유사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개방을 하는 가장 중요한 DNA를 전파하며, 여기에 적절한 멘토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외부사회와의 연결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이 커져나갈 수 있는 뒷받침이 될 수 있다.
결국에는 문화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싱가포르와 칠레가 펼치고 있는 국가 정책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금은 우리나라에 내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지만, 그것이 꼭 우리나라 사람들과 우리나라 기업에게만 가야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결국 이 땅과 국가가 생동감을 가지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게 만들 수 있게 하려면 무조건 안된다는 선입견을 조금쯤 배제하고, 새로운 혁신가들이 일할 맛 나는 곳으로 바꾸는 고민을 해야한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규제와 정책,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돌파구없이 꽉 막혀있는 느낌이다.
글 : 하이컨셉 & 하이터치
원문 : http://health20.kr/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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